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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송민호 “예능인과 래퍼 두 얼굴, 정체성 고민했죠”

입력 2018-12-12 19:11

송민호
송민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송가락, 송모지리, 송화백…. 예능인 송민호의 애칭이다. tvN ‘신서유기’ 시리즈 속 송민호는 가수 출신 방송인 선배 김종민을 넘어서는 ‘뇌순남’ 캐릭터다. “늦게 배운 도둑이 빨리 철 든다”, “아닌 밤중에 확실한 밤”, “개같이 벌어서 벌같이 쓴다”는 기상천외한 오답은 송민호를 ‘퀴즈의 달인’으로 만들었다. 오죽하면 ‘신서유기’의 맏형 강호동이 “적당히 해라, 예능에도 상도가 있다”고 꾸짖을 정도다.



단순히 무식한 모습만 있다면 송민호가 예능인으로 장시간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코를 잡은 채 몸을 숙이고 뱅뱅 돌다가 목표물을 향해 정확하게 돌진해 ‘신서유기’의 외전 ‘강식당’ 시리즈를 탄생시켰고 ‘강식당’에서는 놀라운 그림 실력으로 ‘송화백’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신서유기’ 시즌 5와 6에서 강호동의 가오나시(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요괴 캐릭터)나 수박 분장을 담당했다.  

 

송민호라운드1
송민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반면 솔로 가수 송민호는 날카롭다. 세상을 향한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 때로 사자후를 내뱉기도 한다. 지난 달 27일 발표한 그의 첫 솔로 정규앨범 ‘XX’는 래퍼 송민호의 정체성을 드 러낸 작품이다.

그는 앨범에 수록된 12곡의 작사·작곡·프로듀싱에 모두 참여했고 앨범 디자인까지 직접 맡았다.

송민호는 수록곡 ‘암’에서 “안티팬의 바람은 투머치(강풍)/비행기 옆자리 앉는 걔는 팬아님/항공사에 돈 주고 정보를 산다더라지”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다. “10kg 뺀 게 1위보다 이슈”라며 특정 언론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알람’에서는 “위만 보다 보니 디스크가 터졌다/입원실 침대는 또 작업실이 됐어/(중략)불투명한 내일이 불안해서 잠이 안와 매일이/어쩌라고 변화는 빠르고 내 양옆 위아래 치고 올라오고/여전히 쉴 시간은 사치”라며 치열한 경쟁에 놓인 아이돌 스타의 삶을 토로한다.

“아이돌 가수라는 탈을 벗고 힙합을 하는 래퍼로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한 심경을 털어내고 싶었어요 실제 제 휴대 전화는 24시간이 5분~10분 간격으로 알람 설정 돼 있어요. 안티팬도 그렇고, 인간 송민호로서 힘든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죠.”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해맑은 표정으로 웃지만 그는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황장애를 앓았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송민호는 “1월께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며 “그 기간 동안 작업실에서만 살았다. 혼자 있으면 한없이 기분이 가라앉곤 하는데 그런 것들을 음악 작업으로 치유했다”고 했다.

타이틀곡인 ‘아낙네’는 ‘소양강처녀’(1970)를 샘플링한 곡이다. ‘소양강 처녀’ 샘플링은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아이디어다. 1993년생인 송민호는 이번 작업을 통해 ‘소양강 처녀’를 처음 접했다.

 

송민호는 “양현석 회장님의 권유로 샘플링을 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젊은 친구들이 모를까봐 걱정이 앞섰다”며 “‘신서유기’ 촬영 중 강호동·이수근 형들에게 들려드리니 형들이 춤을 추면서 ‘이 노래 좋다’고 칭찬해 주셔서 마음을 놓았다. 다양한 연령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노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민호라운드3
송민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시발점’은 송민호란 이름을 세상에 알린 ‘쇼미더머니’의 여성혐오 가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곡이다.

송민호는 ‘시발점’에서 “여태 쓴 가사 다 모으면 홀리 바이블 아멘/15년 7월 10일 3절 말씀 찢고 회개”라고 노래한다. 그는 “3년 전과는 달라졌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가사를 쓰는 방법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신서유기’ 속 예능인 송민호와 가수 송민호는 다른 인격체일까. 송민호 스스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한다.

“‘신서유기’ 통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예능인과 가수 사이의 괴리감에서 오는 갈등과 고민이 컸죠. 저보다 먼저 이런 상황을 겪었던 (은)지원 형에게 물어보니 형도 그런 고민을 겪었대요. 지원이 형이 ‘예능은 인간 송민호 너의 모습이고 음악 역시 솔직하게 진심으로 대하면 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래서 이제 ‘신서유기’에서는 마음놓고 놀려고 해요. 요즘은 친구 피오 때문에 ‘캐릭터를 뺏기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복잡함. 그래서 송민호의 앨범명은 ‘XX’다.

“‘신서유기’를 통해서 저를 접한 분들은 저 친구 재미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앨범을 들으신 분들은 제 진지한 모습을 목격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나로 규정되지 않지만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그게 바로 저 송민호예요.”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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