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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대성고 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취재 과열, 악성게시글 그리고 여전한 안전불감증

[트렌드 Talk] 강릉의 한 펜션으로 개인체험학습 떠났던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명 사망
대성고 인근, 연신내역에 기자들 취재 과열, 온라인에 조롱, 모욕 등 악성 게시글 등 2차 피해

입력 2018-12-21 07:00
신문게재 2018-12-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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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3·6호선 연신내 역 인근 PC방 및 도로, 서울 은평구 갈현동 소재의 대성고등학교 앞에 때 아닌 ‘기자 경계령’이 내려졌다. 지난 18일 강원도 강릉시 저동 아라레이크 펜션으로 개인체험학습을 떠났던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상한 사건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에 대한 경계령이었다.

수능시험 후 여행을 떠났던 대성고 학생 10명 중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고 7명은 고압산소치료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본부는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이 어긋나 누출된 배기가스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해당 펜션의 건축 관련 인허가 문제 보다는 배기관이 어긋난 시기, 안전관리 미흡 등에 무게중심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펜션 등 농어촌 민박 설치와 운영을 규정한 ‘농어촌정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관리 점검 대상은 가스레인지뿐으로 보일러실 관리 규정은 없다. 더불어 호텔이나 모텔 등 ‘특정소방대상물’이 아닌 주택으로 분류되는 펜션, 민박, 게스트하우스 등은 가스경보기나 스프링쿨러를 설치할 의무도 없다. 동·하절기에 한번씩 실시하는 안전관리 실태 점검은 화재위험, 피난시설, 건물 균열, 전기 시설 등의 이상 여부를 가늠하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다.

 

밤 늦도록 이어지는 강릉 펜션 현장조사
밤 늦도록 이어지는 강릉 펜션 현장조사 (연합)

 

안전불감증, 관리 소홀 등의 문제와 더불어 국민의 알권리와 취재 윤리가 상충하는 2차 피해도 늘고 있다. 이제 막 사회로 발을 내딛을 준비를 하던 학생들을 잃고 침통한 대성고 학생들은 인근 지하철 역, PC방, 학원, 서점 등으로 들이닥쳐 “대성고 학생이죠?” “맞는데…학생증을 달라”며 친구들의 죽음에 대한 감정을 얘기하라고 다그치는가 하면 전화번호, 피해 학생들의 주소록 등을 요구하는 기자들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국민의 알권리와 보도 대상, 특히 피해자의 인권 보호는 성질상 충돌할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건 취재 때부터 불거진 사생활보호, 명예훼손 관련 취재의 한계는 법원 판결들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지금도 그 가이드라인이 형성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대성고 참사에서 피해학생들의 주소록, 학생증을 요구하는 등의 취재활동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실정법 위반의 소지마저 있다. 단순한 법 위반 여부를 떠나 취재윤리 차원에서 재난 보도와 관련된 언론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법적 소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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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사 기자가 구조돼 뭍에 오른 피해 학생에게 “친구가 죽었는데 심정이 어떠냐?”고 묻던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와 달라지지 않은 취재윤리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취재 그만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설상가상 온라인에는 참사를 당한 피해자들을 비롯해 슬퍼하는 학생들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악성 게시글이 게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취재과열, 악성게시글, 펜션 등 주택으로 분류되는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미흡 등 문제가 불거진 강릉 펜션 사고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을 겪고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을 고스란히 드러낸 참변이다.

 

대성고는 숨진 학생들을 애도하고 남은 학생들이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갖도록 19~21일까지 임시휴교를 선포하고 체육관에 비공개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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