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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도(度) 넘은 '노인 혐오'… 새해에는 ‘공경받는 고령자문화’ 만들어지길

입력 2019-01-03 07:00   수정 2019-01-02 18:17
신문게재 2019-01-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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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국가별 사회갈등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극심한 종교·민족분쟁을 겪는 터키에 이어 2위다. 우리 사회 갈등 중에 ‘세대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노인들은 나이 들수록 일정 수준의 분노조절 장애와 함께 ‘인정욕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젊은이들의 노인 혐오는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고령자들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모두 향유하는 바람에 자신들만 ‘아픈 청춘’이 되었다고 젊은이들은 항변한다. 과연 그럴까? 새해에는 세대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배려와 함께 세대 갈등을 해소할 서로의 ‘다가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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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불평등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2.7%로 회원국 평균치(10.6%)의 무려 4배에 이른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폐지 줍는 노인들.(연합)

 

◇ 노인 혐오 어디까지?

 

유사 이래로 노인을 가장 공경했던 사회가 언제였을까? 많은 역사가들이 의외로 ‘스파르타’라고 말한다. 평생 전투를 치러야 했던 이 나라에선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 엄청났다고 한다. 해서 60세 이상 시민들 가운데 종신직 노인을 호선으로 선발해 ‘계루시아’라는 원로자문회의를 구성했고 이 가구는 외교와 입법 등 모든 정책을 관장했다.  


우리는 어느 정도일까? 유감스럽게도 ‘노인 회피’가 극에 달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연령주의 실태 조사연구’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이렇다. ‘노인은 권위적 성향이 매우 강하며 잔소리가 많다. 그리고 보수적이라 대화가 잘 안된다. 젊은이들은 노인이 자주 가는 곳에 가기 싫어한다. 노인들과 얘기하는 것 조차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노인들은 같은 동네에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50%가 넘었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세대문제 인식 실태조사(2017)’에서는 노인과 청년간 갈등 정도에 대해 노인은 44%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청년들은 82%나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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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은 게 무슨 자랑이냐’는 뜻에서 노슬아치라는 말이 생겼고 나이 먹은 것을 마일리지처럼 사용하려 든다며 ‘나일리지’라고 비아냥 거린다. 자기들에게 돌아가야 할 나라 돈을 빼먹는 존재들이라며 ‘연금충’이라는 말도 보편화되어 있다. 일본처럼 이제 우리 젊은이들도 노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넘어 아예 노인이 되는 것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유없이 노인을 괴롭히고 극단적인 일탈행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노인성범죄가 증가하는 것도 노인 혐오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고령자 성 범죄는 최근 5년 새 2배나 늘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성 범죄 가해자를 조사해 보니 65세 이상이 930명에서 1777명으로 2배 가까이나 늘었다. 범행동기가 부주의(13.5%)나 우발적(13.1%)이라는 해명이 있지만, 노인 성 범죄 보도에 따른 ‘혐노(嫌老)’ 기류는 피하기 힘들다.




◇ 고령자의 ‘인정욕구’ 너그럽게 봐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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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놓고 벌어진 세대간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때다.

 

‘사람들은 인정을 받기 위해 평생을 투쟁하며 산다’는 말이 있다. 인정 받는 것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최근 들어선 고령자들 사이에 이런 ‘인정욕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무용지물에 걸림돌로 여기는 듯한 세상에 한 없는 배신감을 느낀다. 동시에 더 이상 그런 수모를 당하기 않겠다고 다짐한다. 낡은 감각과 감성을 지적당하지 않으려, 자신이 아직 쓸모가 있음을 보여주려 때론 엄하게 ‘꼰대 짓’을 하기도 한다. 열등감이 사라진 모습을 상상하는 이른바 ‘보상환상’(compensatory fantasy)을 경험하는 고령자들도 상당 수에 이른다고 한다.

고령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감정 가운데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 자신이 사회에서 쓸모가 없거나 무시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대부분의 노인은 감정이 폭주해 분노 조절이 불가능해 진다. 이런 행동들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노인 혐오를 갖게 하는 요인이 되곤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노인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이런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대우증권 CEO를 역임했던 미래학자 홍성국 씨는 “한국은 세대갈등에 대한 관심이 너무 커 오히려 세대갈등을 조장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특히 “연장자인 고령자들이 60여 년 동안 이어진 경제성장의 과실을 모두 가져가고 젊은이들은 아픈 청춘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허구’”라고 잘라 말한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많은 노인빈곤을 목도하고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 ‘인생 선배’ 고령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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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압축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어려운 노년을 보내는 고령자들이 많다. 노인들에 대한 보다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때다.

 

일각에선 1981년 노인복지법에서 정했던 만 65세의 노인 기준 연령을 만 70세로 높이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럴 경우 현실적인 경제 및 부양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노인빈곤율과 노인고용률이 OECD 회원국 중 최고인 현실에서 자칫 그 늘어난 5년 동안 노인복지마저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능력과 여건이 되는 고령자들은 정년에 관계없이 계속 직장에 남겨 젊은이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도록 권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은 이런 정책으로 2016년 63.6%인 60~64세 취업 비율을 2020년까지 67%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효 은퇴연령’은 71.9세로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다. 2018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65~69세 인구 고용률은 45.5%, 70~74세는 33.1%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어르신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1%로 회원국 중 2위일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데 정작 그 10명 중 4명은 생활이 힘들 정도로 최저임금으로 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노인 일자리 충족률은 42.7%에 그친다. 올해 기준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를 원하는 노인은 119만 5000명인데, 준비된 일자리 수는 51만개에 불과하다. OECD 불평등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2.7%로 회원국 평균치(10.6%)의 무려 4배에 이른다.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노인들의 연금소득 대체율은 40%에도 못 미친다. 71%의 미국이나 57%의 일본 등에 크게 뒤진다.

중국의 경제수도인 상하이에서는 2016년 5월부터 ‘효도법’을 강제화하고 있다. 연로한 부모를 찾아보지 않으면 나쁜 신용등급을 부과하거나 주택 구입이나 도서관 출입증 발급 시 불이익주는 내용이다. 부모가 불효자식을 고소할 수 있고 양로원이나 요양원 노인들도 소송 제기 가능하다. 이렇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 황혼기를 지나는 인생 선배들에게 보다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새해다.

정길준·이은혜 기자 alf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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