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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생전에 팔아 현금으로 나눠줘라" 부동산 상속의 지혜

부모재산 놓고 자식끼리 싸우는 ‘爭族’
자녀 공동명의, 유산 갈등 씨앗될 수도
부동산 많다면 미리 처분하는 것도 방법

입력 2019-01-08 07:00   수정 2019-01-07 17:07
신문게재 2019-01-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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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키운 고액 자산가 가족은 모두 행복할 것 같지만 가끔 그 재산의 상속 때문에 불행해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부동산 상속을 준비해야 할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사례를 통해 미리 불행을 피할 ‘타산지석’의 지혜가 필요하다.

부산에 사는 은퇴자 박진국(가명·63)씨는 요즘 동생들과 다툼이 잦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물려준 60억원대 빌딩 매각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 빌딩은 맏이인 박씨를 포함한 5명의 형제자매 공동 소유로 돼 있다. 박씨는 건물 관리를 겸해 1층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던 중, 몇 년 전부터 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건물을 팔자고 요구하더니 요즘은 압박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이번 아버지 기일에도 빌딩 매각문제로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박씨는 “형제자매가 빌딩을 잘 관리하면서 사이 좋게 지내라고 물려주신건데 오히려 다툼의 불씨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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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爭族’을 아시나요
 
고령화가 심한 일본에서는 유산을 놓고 자녀들의 분쟁이 늘어나자 신조어가 생겨났다. 바로 ‘쟁족(爭族)’이다. 상속 재산을 둘러싸고 싸우는 가족이라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부모 재산을 놓고 분쟁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재산이 많을수록, 자녀 수가 많을수록 분쟁의 빈도는 높아진다. 재산 분쟁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왜 처음부터 나누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을 자녀 공동명의로 하면 생각보다 다툼이 자주 일어난다.

말기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김진택(가명·85)씨는 요즘 화병까지 생길 지경이다. 갈수록 기력이 쇠진해지는 것을 느껴 5년 전 서울 강북에 있는 상가건물과 지방 땅을 공동명의로 아들 4명에게 증여했지만 오히려 가족 간 분쟁의 불씨가 돼버려서다. 그가 공동명의로 재산을 증여한 것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자식들이 부동산을 함부로 팔지 않고 지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둘째 아들의 사업이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둘째 아들은 건물을 팔아서 급전을 조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다른 자녀들이 매각에 반대하자 자신의 지분 30%를 형제에게 사줄 것을 요청했다.

지분 가격을 놓고 옥신각신 하더니 결국 큰 소리가 오갔다. 형제 간 사이가 소원해지더니 요즘 둘째 아들네는 명절 때도 오지 않는다. 김씨는 “내가 일군 재산을 가지고 아들이 싸움질 하는 것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




◇갈등의 씨앗 ‘공동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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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녀에게 재산을 공동명의로 넘겼다가 갈등에 휩싸인다. 물론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증여하면 부동산 가액이 분산돼 단독명의보다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의 절세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공동명의로 하면 의사결정이 쉽지 않고 다툼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한 빌딩중개업체 사장은 “상속과 증여 빌딩 가운데 50% 이상이 분쟁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혈육지간에는 사소한 갈등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돌이키지 못할 큰 싸움으로 비화하기 쉽다.

자녀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면 재산 싸움은 더 노골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맏이는 동생, 동생은 맏이에게 서로 양보하고 싶지만 ‘피가 섞이지 않는’ 배우자들이 간섭하면서 싸움의 판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자녀 간 유산 분쟁을 최소화하려면 여러 부동산을 각자 몫으로 나눠주거나 아예 매각해 현금으로 주는 게 낫다. 처음부터 재산 분쟁의 싹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재산 증여 과정에서 가족회의를 열어 부모의 계획을 설명한 뒤 자녀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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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부동산 많다면 미리 처분해 상속 준비

자녀 간 상속분쟁 문제는 없더라도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아주 높다면 자녀들은 상속세 문제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고액 자산가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 ‘자녀가 불효하면 죽기 전 모든 재산을 팔아 시골 땅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큰 재산을 물려받아도 상속세를 납부할 돈이 없으면 부동산을 헐값에 팔아야 하거나 그마저도 잘 팔리지 않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려줄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을 경우 미리 처분해 유동자금을 준비하거나, 사망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종신보험을 통해 상속세 납부재원을 준비하는 사전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아파트와 같이 유동성이 높은 부동산이 아니라면 말이다.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되는 것은 ‘행운’이 함께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부동산 상속의 지혜가 없다면 그 ‘행운’은 ‘불행’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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