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동물복지부터 인간의 안전한 먹거리까지 책임지는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입력 2019-01-23 07:00
신문게재 2019-01-23 9면

2019012209
(사진출처=게티이미지)

 

한 동물보호단체의 안락사 논란이 여론을 들끓게 한다. 반려 동물 가구가 1000만에 육박하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업계에서는 2020년까지 반려동물 시장이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물의 질병과 상해를 예방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는 수의사는 미래 유망 직종 1순위다.
 

8960516783_f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 이학범 지음 | 부키 | 1만 4800원 |사진제공=부키

그렇다면 수의사들이 바라보는 수의사는 어떤 직업일까. 신간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는 23명의 현직 수의사들이 현장에서 겪은 진료 에피소드와 수의사로서 사명을 전하는 책이다. 이 책의 공동 집필자인 23명의 수의사들은 다양한 장소에서 각기 다른 수많은 종의 동물을 치료하며 동물 복지, 나아가 축산 발전과 인간의 안전한 먹거리까지 책임진다. 


흔히 수의사하면 도심 한복판에 근사하게 인테리어를 한 동물병원에서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이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동물병원이 늘 평온한 것만은 아니다. 개나 고양이를 장식품처럼 여기다가 나이 들었다고 안락사 시켜달라거나 몇년 동안 집에서 키웠으면서도 병원에만 오면 유기동물 출신이라며 할인해달라고 우기는 보호자들 때문에 수의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곤 한다.

예민한 동물인 고양이에게 물려 피를 뚝뚝 흘려 파상풍 주사를 맞고 진료를 이어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보호자와 함께 마음 아파하다가도 다음 진료를 받는 보호자 앞에서는 웃어야 하기 때문에 수의사들은 스스로를 ‘연기자’라고 칭하는 등 나름의 고충이 적지 않다.

개나 고양이 외에도 반려동물의 종은 무궁무진하다. 햄스터, 병아리, 토끼, 거북이, 고슴도치, 이구아나, 기니피그, 카멜레온, 원숭이, 다람쥐, 심지어 보아뱀까지 수의사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이런 특수동물들을 치료하기 위해 수의사들은 새로운 지식 습득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는 해외 서적을 한자 한자 번역해 공부했고 요즘엔 최신 수의학 자료를 찾아 읽으며 해외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의사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야 하는 직업이다.

 

2019012208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지구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가축은 무엇일까. 개나 고양이를 떠올리지만 랭킹 1위는 닭이다. 2006년 UN의 식량농업 기구통계에 의하면 한해에 도살장으로 운송되는 육계는 480억 마리, 달걀을 낳는 산란계는 56억 마리다. 돼지는 약 13억 마리, 소는 약 5억 4000만 마리에 이른다. 이 통계는 도살장으로 운송되는 동물의 수이기 때문에 실제 농장에 입주하는 동물의 수는 두배에 해당한다.

2019012210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소, 돼지, 말 등 대(大)동물 수의사는 산업동물분야 수의사라고 칭한다. 어떤 이는 심훈의 ‘상록수’를 읽고 농촌지도자로서 꿈을 키우며 대동물 수의학에 헌신했고 어떤 이는 어린 시절 집에서 육계사육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금 전문 동물병원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산업동물진료는 젊은 수의사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진입하는 화려한 분야는 아니다.

그러나 대동물 수의사들은 산업동물 수의학의 발전이 대한민국 축산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막중한 사명감을 띠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현장상황은 열악하다. 지방의 농장을 다니느라 이틀 동안 1000킬로미터 이상 거리를 운전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배를 타고 2시간 30분은 가는 외딴 섬으로 진료를 가기도 한다. 대형가축을 채혈하다 소 발굽에 치이거나 가축에 떠밀려 채혈하던 주삿바늘에 찔릴 때도 있다. 하지만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할 때도 수의사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반려동물 치료부터 축산업과 식품 발전 그리고 국민의 먹거리 안전까지 수의사가 책임지는 영역이 막중하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해양동물, 동물원 진료, 야생동물, 치과, 안과, 한방, 수의 전문 변호사, 연구, 동물복지, 국제 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들이 현장에서 느꼈던 다양한 진료 이야기가 적혀있다. 수의사들은 자신이 진료하는 반려동물을 ‘환축’이 아닌 ‘환자’라고 적는다. 그만큼 수의사들에게 진료하는 동물은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