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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기억의 유실, 자살직전…생의 끝자락에서 찾은 삶의 의미 ‘네이처 오브 포겟팅’ ‘튀바슈 가문의 자살가게’

[culture board] 좌절과 환희의 순간을 잊고 기억하기를 반복하는 치매환자 이야기 피지컬 씨어터 ‘네이처 오브 포겟팅’(Nature of Forgetting)
장 튈레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튀바슈 가문의 자살가게’, 빈센트 반 고흐, 마릴린 먼로, 앨런 튜링 등 비운의 천재 이름을 딴 등장인물들의 블랙코미디

입력 2019-02-07 07:00
신문게재 2019-02-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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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치매로 딸의 보살핌 아래 근근이 살아가는 55세 톰, 모두가 우울하고 비관적인 22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자살가게를 물려받아 성황리에 운영 중인 튀바슈 가문을 찾는 사람들. 어쩌면 ‘실패한 삶’으로 분류될지 모를 이들의 이야기가 사랑과 우정, 희망과 기쁨을 전하는가 하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좌절과 환희의 순간을 잊고 기억하기를 반복하는 치매환자 이야기가 피지컬 씨어터(신체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공연) ‘네이처 오브 포겟팅’(Nature of Forgetting, 2월 13~18일 우란2경)으로, 절망에 말 한마디를 보태 가업 ‘자살가게’를 이어가는 튀바슈 가문에 태어난 낙천적인 막내 알랑(전소희)으로 인해 변화하는 삶이 블랙코미디 ‘튀바슈 가문의 자살가게’(2월 9~16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문화광장 스테이지66)로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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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튀바슈 가문의 자살가게’(사진제공=아트하우스 름다)

‘튀바슈 가문의 자살가게’는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 겸 배우 장 튈레의 소설 ‘자살가게’를 바탕으로 꾸린 연극이다. 

 

자살용품에 박식한 아빠 미시마(김태건), 독약전문가인 엄마 뤼크레스(변서율), 식욕부진 자살용품 발명가인 맏아들 뱅상(김예찬), 애정결핍으로 의욕을 완전히 상실한 딸 마릴린(위지연), 회부적응자인 무덤지기 청년 에른스트(권삼중), 사망도우미 회사 방문판매원 베르테르(최강현) 등 음울하고 기괴하며 불행한 사고를 전파하는 이들 사이에 마냥 낙천적인 알랑이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에 웃음, 해학, 풍자 등이 담긴다.


비운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 할리우드를 풍미했던 배우 마릴린 먼로, 컴퓨터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비운의 수학 천재 앨런 튜링 등 자살한 유명인들의 이름을 딴 뱅상, 마릴린, 알랑 남매는 이름값까지 톡톡히 하며 이야기를 반전으로 이끈다.

삶의 희망, 하지만 늘 죽음을 동반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튀바슈 가문의 자살가게’는 마냥 웃고 유쾌했던 알랑이 전하는 마지막 반전으로 진지하게 인생에 대해, 나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피지컬 씨어터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조기 치매로 기억은 물론 스스로도 잃어가는 55세 톰의 삶이 피아노·바이올린, 드럼·퍼커션으로 구성된 2인조 라이브 밴드 선율과 역동적이고도 섬세한 안무로 표현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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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씨어터 ‘네이처 오브 포겟팅’(사진제공=연극열전)

 

2017년 영국 런던 애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최고 화제작으로 연출 및 안무가이자 배우인 기욤 피지(Guillaume Pige), 작곡가 알렉스 저드(Alex Judd) 등 원작 크리에이티브 팀이 내한해 아시아 초연된다.  


55세의 생일에 죽은 아내의 빨간 드레스, 교복 재킷 등의 기억들이 얽히고설키며 톰은 아름다웠지만 아팠고 찬란했던 순간들을 되짚는다. 사랑과 우정,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 등 극단에 선 듯 늘 동반되는 것들을 아우르는 기억의 유실 여정을 따른다. 


연출가 기욤 피지는 “인간 삶의 유악함 그리고 기억이 사라진 순간에도 영원히 남을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이 작품에 대해 “영원함, 유약함, 인생” 세 단어로 표현했다. 기억의 유실 순간에도 영원히 남을 무언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무언가’를 찾아 나서게 하는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먹먹함과 삶은 축복이라는 환희를 동시에 전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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