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개성공단기업비대위 주최로 열린 개성공장 점검 위한 방북승인 촉구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개성공단의 신속한 재가동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 |
“금방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3년째네요.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개성공단에서 일할 때가 그립습니다.”
플라스틱 완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남서 컴베이스 대표(73)는 매일같이 개성공단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개성공단에 마련된 3층 규모의 공장에서 300여명의 북한 근로자와 함께 일을 하며 월 130억원 매출을 올렸다. 사업도 순조로웠고 남북경협에 일조한다는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폐쇄가 길어지면서 거래선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박 대표는 기존 개성공단 공장에 비해 3분의 1수준인 대체 공장을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에 마련했지만 회사 사정은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월 매출은 6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 대표는 “3년 동안 수입이 없는데 정부에서 대출은 안 해주고, 이자만 내라고 하니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다”면서 “개성공단이 열리게 되더라도 그때까지 회사가 버티지 못하면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다. 기업이 버틸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지금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8년 동안 같이 일했던 숙련된 근로자들과 정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가 저렴하고, 물류비가 거의 안 든다는 점이 개성공단의 장점”이라면서 “남북간 정치적 안정이 이뤄진다면 한국기업으로서는 개성공단만 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 대표들은 대부분 박 대표처럼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96%는 개성공단 재가동시 재입주를 희망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의류업체 디엠에프 최동진(56) 대표 역시 같은 생각이다. 지난 2009년 개성공단에 들어가 직원 700명과 함께 옷을 만들던 최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기업을 살리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베트남 진출을 택했지만, 여전히 개성공단 재입주를 희망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의 품질이 베트남산보다 좋다는 게 이유다.
최 대표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하나 둘 도산하는 데도 손 놓고 있는 정부에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업이 어려워져서 기업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년이다. 현재 개성공단 기업들은 최악의 상태에서 버텨가는 것”이라면서 “기업인들은 자신이 피땀 흘려서 일했던 개성공단을 지키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전 정부는 대출이라도 해줬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대출마저 안 된다”며 “지금도 개성공단 입주 업체라고 하면 은행에서 취급을 안 해 준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때까지 기업이 살아갈 수 있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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