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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서 일할 때가 그리워요"…개성공단 입주社, 절절한 하소연

개성공단 폐쇄 3년째…매일같이 재가동 희망
기업 대부분 도산위기…손 놓고 있는 文정부 원망
기업들 "공짜돈 바라지도 않아…대출이라도 허용해 달라"

입력 2019-02-12 17:01
신문게재 2019-02-13 2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개성공단기업비대위 주최로 열린 개성공장 점검 위한 방북승인 촉구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개성공단의 신속한 재가동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

 


“금방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3년째네요.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개성공단에서 일할 때가 그립습니다.”



플라스틱 완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남서 컴베이스 대표(73)는 매일같이 개성공단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개성공단에 마련된 3층 규모의 공장에서 300여명의 북한 근로자와 함께 일을 하며 월 130억원 매출을 올렸다. 사업도 순조로웠고 남북경협에 일조한다는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폐쇄가 길어지면서 거래선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박 대표는 기존 개성공단 공장에 비해 3분의 1수준인 대체 공장을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에 마련했지만 회사 사정은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월 매출은 6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 대표는 “3년 동안 수입이 없는데 정부에서 대출은 안 해주고, 이자만 내라고 하니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다”면서 “개성공단이 열리게 되더라도 그때까지 회사가 버티지 못하면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다. 기업이 버틸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지금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8년 동안 같이 일했던 숙련된 근로자들과 정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가 저렴하고, 물류비가 거의 안 든다는 점이 개성공단의 장점”이라면서 “남북간 정치적 안정이 이뤄진다면 한국기업으로서는 개성공단만 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 대표들은 대부분 박 대표처럼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96%는 개성공단 재가동시 재입주를 희망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의류업체 디엠에프 최동진(56) 대표 역시 같은 생각이다. 지난 2009년 개성공단에 들어가 직원 700명과 함께 옷을 만들던 최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기업을 살리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베트남 진출을 택했지만, 여전히 개성공단 재입주를 희망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의 품질이 베트남산보다 좋다는 게 이유다.

최 대표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하나 둘 도산하는 데도 손 놓고 있는 정부에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업이 어려워져서 기업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년이다. 현재 개성공단 기업들은 최악의 상태에서 버텨가는 것”이라면서 “기업인들은 자신이 피땀 흘려서 일했던 개성공단을 지키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전 정부는 대출이라도 해줬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대출마저 안 된다”며 “지금도 개성공단 입주 업체라고 하면 은행에서 취급을 안 해 준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때까지 기업이 살아갈 수 있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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