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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다정도 병인양하여…실타래처럼 쉴 틈 없이 이어지고 레이어드되는 두 번째 ‘아랑가’

삼국사기’의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김가람 작가, 이한밀 작곡가가 꾸린 작품, 이대웅 연출 새로 합류
개로왕 강필석·박유덕·박한근, 아랑 최연우·박란주, 도미 안재영·김지철, 도림 이정열·김태한·윤석원 등 출연

입력 2019-02-12 21:00

아랑가
뮤지컬 ‘아랑가’ 아랑 역의 최연우(왼쪽)와 개로 강필석(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이번엔 실타래 같은 동선을 많이 써요. 어떻게 유기적으로 끝까지 갈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공유한 것 같아요.”



2016년 초연부터 뮤지컬 ‘아랑가’(4월 7일까지 TOM 1관)와 함께 하고 있는 최연우는 재연의 특장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2일 대학로 TOM2관에서 열린 ‘아랑가’ 프레스콜에 참석한 최연우는 “초연 무대는 와이드해서 부채를 활용해 신체를 연기적으로 크게 표현하는 방법을 썼다”며 “넓게 퍼진 상태에서 장면 장면에 집중해 연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엔 어느 한순간도 끊어지지 않고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뮤지컬 ‘아랑가’는 ‘삼국사기’의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김가람 작가, 이한밀 작곡가가 꾸린 작품이다. 초연의 변정주 연출에 이어 재연은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등의 이대웅 연출이 이끈다. 초연에서 개로, 아랑, 도림, 도창을 연기한 강필석, 최연우, 김태한·이정열(가나다 순), 박인혜·정지혜가 다시 무대에 오르며 박유덕·박한근, 박란주, 김지철·안재영, 윤석원 등이 새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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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랑가’ 아랑 역의 최연우(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프레스콜에서는 ‘저주 받은 태자’를 시작으로 ‘어전회의’, ‘꿈 속의 여인’, ‘꿈 속 여인을 찾아’, ‘우리 가요 Part1’ ‘저주의 이름’ ‘어둠 속의 빛’ ‘백제의 태양’ ‘잊지 말라’ ‘마음앓이’ ‘그 꿈의 의미’ ‘달이 진다’ ‘어찌 울지 않을 수 있는가’가 하이라이트 시연됐다.



◇인물들이 물리고 물리며 이야기를 엮다

 

“초연이 가진 미덕은 가져오되 바뀐 극장과 환경, 배우들의 상성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주었습니다. 연극, 창극, 뮤지컬 등 장르들이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회오리를 만들어보자는 의도로 시작어요. 암전보다는 인물들이 물리고 물리며 이야기를 흘려가게끔 하는 것이 큰 화두였죠.”


이렇게 전한 이대웅 연출은 “(초연이 공연된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처럼) 프로시니엄 아치가 아닌 액자구조 안에 들어오면서 이야기 안의 이야기와 관객을 관통하는 오브제, 인물을 표현하는데 상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오브제 등을 통해 회화적 요소를 강조했다”고 말을 보탰다.

김가람 작가는 ‘아랑가’에 대해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아름답게 보여주고 이야기 흐름은 도창의 설명으로 보여주자는 콘셉트에서 출발한 작품”이라며 “운명 앞에 놓인 인간들이 잡을 수 없는 것을 욕망하고 그것으로 파국으로 치달으며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꿈과 현실의 경계에 놓인 인간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현실을 갈망하지만 진정한 현실일 수 있을까를 좀더 관념화시키면서 도창의 역할이 강화됐죠. 초연에서는 도창이 내레이터의 역할이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직접 질문을 던지는 등의 요소들을 강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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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랑가’ 개로 역의 강필석(왼쪽)과 도창 정지혜(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김가람 작가의 설명에 작창과 더불어 도창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인혜는 “‘아랑가’에서 판소리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기능적인 면에서 말과 노래, 대사와 소리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것이 판소리의 장점이다. 이를 살려 말과 노래를 넘나드는 선율로 개로왕에 저주를 퍼붓는 등 의미적·상징적으로 감정을 전하면서 소리로 거리두기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백제의 태양’이라는 넘버처럼 판소리로 디테일한 장면을 설명함으로서 관객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좁은 공간, 적은 사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장면을 카메라로 줌하는 것처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죠. 초연에서는 객관적인 거리를 정확하게 유지하는 사람으로 존재했다면 재연에서는 이야기의 순간순간에 부유하며 도움을 주는가 하면 냉소를 던지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새로 추가된 넘버 ‘어둠 속의 빛’과 레이어드되는 캐릭터들의 향연

 

[아랑가] 마음 앓이_박한근 (제공
뮤지컬 ‘아랑가’ 개로 역의 박한근(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평행선을 긋는 아랑과 개로의 운명을 비슷한 루프를 가진 패턴의 반주를 반복하며 표현했습니다.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운명적 관계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넘버죠.”

이한밀 작곡가는 새로 추가된 넘버 ‘어둠 속의 빛’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애초 개로와 아랑의 듀엣곡이었지만 음악이 추가될 장면을 논의하다 개로·아랑·도미가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 앞에 다가올 빛과 어둠에 대해 이야기하는 넘버로 변형돼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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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랑가’ 개로 역의 박유덕(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넘버가 좋아 행복하게 연습했고 무대에 서고 있다”는 박유덕은 자신이 연기하는 개로에 대해 “극중에서는 백성들을 보듬어주기보다 저주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왕이다.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인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나라도 잃고 자기 자신도 잃는 외로운 왕”이라고 소개하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악역일 수도 있는데 아역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구려 첩자 도림의 꾀에 넘어가서 자신을 잃는데 속상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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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랑가’ 아랑 역의 박란주(왼쪽)와 도미 안재영(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2015년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에 참여했다 4년만에 재연의 도미로 돌아온 안재영은 “백성만큼 개로왕도 사랑하는데 자꾸 잘못된 길로 가니 바로 잡고 싶어 하는가 하면 아랑도 사랑해야하고 백성들이 죽어가는 것도 너무 슬픈 백제 장군”이라고 설명했다. 박란주는 아랑에 대해 “개로왕 꿈속의 여인이자 사랑꾼 도미의 아내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는 달과 같은 여인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아직까지 초승달에 가까운 것 같다. 막공에는 보름달에 가까운 아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박란주에 최연우는 “초연 때는 극 전체를 만들어가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엔 캐릭터 별로 어떤 변화를 왜 맞이하게 됐는지 등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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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랑가’ 도미 역의 김지철(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특히 도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예전엔 마냥 사랑꾼이었다면 이번엔 백제를 바라보는 사람이에요. 백제를 바라보다 아랑에게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과정을 담았죠. 아랑으로서는 개로며 도미가 왜 이 여인이어야 하는가에 중점을 뒀어요. 가장 나무 같은 이 여자조차도 삶의 어떤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같아요.”

최연우의 말에 이대웅 연출은 “외적으로는 장르와 장르의 만남에서 오는 스파크가 ‘아랑가’의 미덕”라며 “내적으로는 각 인물마다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이 레어어드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6명의 인물로 끌어가다보니 한 인물이 여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랑은 사한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자 도미에겐 사랑하는 아내이며 개로에게는 위안을 주는 꿈 속의 여인이죠. 두 가지 이상의 레이어드된 역할들이 어떤 식으로 충돌되는지, 인물들이 도창을 통해 어떻게 만나지고 끊어지고 또다시 운명으로 돌아오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이 작품의 매력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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