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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속세 등 가업승계 제도 손볼 때다

입력 2019-02-21 15:14
신문게재 2019-02-22 19면

가업승계 제도 개선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업승계에 짝을 이뤄 따라붙는 것이 상속증여세다. 가업승계 상속세 요건 완화는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숙원이 되다시피 했다. 가업승계 대상 매출을 1조로 확대하면 매출이 52조원, 고용이 1770명이 증가하게 된다는 분석도 기업들의 요구를 뒷받침한다. 안정적인 고용 창출을 위해서도 제도적 손질이 필요하다.

상속세 문제는 역대 정부가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지 못했던 최대 현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풀린다면 ‘기업 프렌들리’ 정책으로 환영받을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CEO 혁신포럼 등에서 진전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가업승계 상속세가) 선진국보다 비교적 엄격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운을 떼기도 했다. ‘비교적 엄격’을 넘어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나 된다. 최대주주 30% 할증을 적용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최소 10년 지분 유지 및 가업종사기간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매우 비현실적이다. 혜택이 커지더라도 가업상속공제 적용 요건이 까다로우면 사업 대물림이 힘들고 장수기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 외환위기를 버티고 살아남은 종자회사가 창업주 타계 이후 유족들이 상속세 1200억원 때문에 회사를 팔아야 했던 사례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가업 승계를 계획 중인 기업이 58%로 급속히 줄었다. 상속세 등 조세 부담(69.8%)이 역시 큰 원인이었다. 세금을 안 내려는 편법으로 악용된다는 편견에서 빠져나와 자손 대대로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선진국의 좋은 예를 볼 때가 됐다. 부(富)의 대물림이나 불로소득으로만 보는 풍토에서는 100년 기업을 키워내기 어렵다.

명문 장수기업이 한국의 300배 이상인 독일은 5년만 경영하면 85%를 공제해준다. 현행 상속 제도는 업종 간 협업이 주무기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재산관련 세금 2위, 법인세 5위의 굴레를 푸는 것이 경제 트렌드에 부합하는 방향이다. 국민 정서상 괴리와 반대론은 돌파가 가능하다. 가업승계를 일자리 창출 유지, 고유 기술과 노하우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을 일구고 떳떳하게 대(代)를 이을 수 있어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히든 챔피언’이 나온다. 상속세를 없애거나 공제 폭을 대폭 넓히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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