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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뱅커에서 학자로, 서민금융개척 선두주자 이민환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전공 은행·업무는 보험, 지금은 강단에
학식·실무 겸비한 글로벌 금융학 교수
서민 금융기관, 지역금융 정체성 상실
발품파는 관계형금융토대 서민감싸야

입력 2019-03-11 07:00
신문게재 2019-03-11 18면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서민을 위한 금융’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교수는 “실상 저신용자들을 위한 금융정책이 미흡하다”며 “지역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금융도 기존 은행과 별다른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 을지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교수에게 금융철학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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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환 교수가 인하대학교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

 

 

◇ 전공은 은행, 업무는 보험

이 교수는 학식과 실무 능력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가 두 가지 능력을 모두 소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독특한 이력이 있다.



지금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교수가 되기 전 금융업권에서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그는 “전공은 은행 부문이고 정작 일은 보험 쪽에서 했다”고 말했다. 2000~2002년 삼성생명 금융연구소에서 2년 정도 근무했다. 2002~2008년 예금보험공사에서 여러 일을 했다. 이 교수는 “예금보험공사에 있는 동안 현업부서에서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는 일을 했고 연구부서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뒤 2008년 보험연구원 설립 당시 이직했다가 이듬해 인하대학교 교수로 직종을 바꿨다.

그런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서민금융·지역경제 활성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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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환 교수가 인하대학교에서 강의하는 모습.

 


◇ “서민금융정책 홍보 절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연 24%)를 초과하는 대출의 모든 이자에 대해 ‘반환청구권’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최고금리 초과 이자만 무효지만, 불법대출의 이자는 전액 무효로 하겠다는 것.

대부업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금융위가 새로운 제도를 추진하는 이유는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경기둔화는 장기화하고 있는데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대출 문턱은 더 높아졌다. 이 교수는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돈을 빌리는 것조차 어려워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대출 이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이자탕감법 등 금융혜택을 잘 알리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최고금리 초과 이자를 무효화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대출 계약서에 불법사금융에 대해 신고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고, 법정이자율을 초과하는 경우엔 이자를 낼 필요가 없다고 법으로 제정돼 있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대부업 설문조사를 보면 불법사금융인지조차 모르고 대출받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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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사진=홍보영 기자)

 


◇ 서민금융은 관계금융부터

이 교수는 서민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관계금융(relationship banking)’이 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래 상호금융은 지역금융기관이지만 특유의 정체성을 상실한지 오래다. 상호금융의 목표도 어느새 시중은행과 같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금융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사회적 기여가 중요한데도 기존 제도권 은행과 거의 유사한 업무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대부분 상호금융 영업에서 90% 이상이 담보대출이다. 과거 중점적으로 해온 신용대출 기능을 많이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신용대출은 관계금융을 바탕으로 한다. 관계형 금융은 각 지역 금융기관에서 지역주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발품을 팔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자금 등이 소요된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상호금융, 서민금융기관에 제도권 금융기관과 획일적인 건전성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투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적 압박까지 씌워지면서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에 치중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는 어땠나. 상호금융·서민금융기관에서 받아오던 신용대출이 어렵게 된 서민들이 대부업이나 사금융으로 대거 이동하게 된다. 요즘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질 나쁜 대출로의 ‘풍선효과’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서민금융기관 기능이 퇴색하기 시작했다”며 “그 틈을 타 고도성장기에 대부업이 발달한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시장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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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적 규제로 상호금융 기능 회복해야”

불법대출을 근절하고 서민금융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민금융기관이 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규제를 다르게 적용해서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의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지역 특성을 반영해서 차별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 협동조합조직처럼 지역에 뿌리고 내리고 있는 세계 전역의 금융기관들을 롤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진주저축은행이 관계금융 잘하는 곳”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풀뿌리 기업이 살아나지 못하면 국가 경제발전은 제한된다. 이들에게 금융혜택의 물길을 터주는 역할은 상호금융의 몫이다.

그는 또 “이번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에서 실시하는 장기연체자 탕감제도 등 구제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을 감안해 공급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이어 “정부와 시장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따로 있고 그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탕감제도나 재화지원 등으로 각 금융기관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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