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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일상 문제부터 아쉬움까지 해결' 다양한 日미니보험 시장

[채현주의 닛폰기] 저출산 고령화 따라 세분화되고 차별화된 상품 봇물
'일상'을 보험으로 ... 국내 보험업계 벤치마킹 필요

입력 2019-03-11 07:00   수정 2019-03-10 18:14
신문게재 2019-03-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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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험업계는 저출산·고령화로 보험수요가 위축되자, 시장을 세분화하고 좀더 차별화된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도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저출산에 대응한 일본 보험시장 벤치 마킹에 한창이다. 우리가 마주할 미래와 비슷한 일본 보험시장 사례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일상 문제에 대비하는 소액 보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인 20명 가운데 1명 이상 소액 단기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소액단기보험사도 올해 100개사를 넘어설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소비자 니즈에 맞는 연구를 거듭하며 다양한 상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소액으로 법적 문제 해결>

◇ 치한 만났거나 치한으로 몰렸을 때 ‘변호사 보험’



그 중 대표적 상품이 ‘변호사 보험’이다. 최근 일본에선 윗사람이 권력을 악용해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일(해러스먼트·harassment)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또 여성이 치한에게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거나 남성이 치한으로 몰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일본 보험사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 드는 변호사 비용 등을 보상해주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재팬소단사의 ‘남자를 지키는 변호사 보험·여자를 지키는 변호사 보험’은 치한이라고 오해받았을 때 또는 치한에게 당했을 때 곧바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전화로 변호사의 조언을 받을 수 있고, 사정에 따라 변호사가 현장으로 달려간다. 월 보험료는 590엔(약 6000원) 안팎으로 최고 300만엔(약 3000만원)까지 보상해주고 있다. 재팬소단의 변호사 보험은 지난해 계약 건수가 1000건 정도였는데, 최근 7000건이 넘어설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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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엘소액단기보험)

 


◇“혼자가 아냐” 든든한 친구 파와하라보험



지난해 교촌 오너가의 폭행·폭언 등 갑질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파와하라’ 보험이 주목을 끈다.

2017년 6월 일본의 엘소액단기보험사가 첫선을 보인 이 보험은 직장에서 학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파와하라는 파워 해러스먼트(power harassment)를 줄인 일본식 신조어다. 한마디로 직장 내 ‘갑질’을 당했을 때 위자료나 소송 비용 등을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엘소액보험사의 파와하라 보험의 초기보험료는 1080엔(약 1만원)으로 변호사 비용 등을 보상해준다. 프리벤트소액단기보험사는 월 2980엔에 직장은 물론 자동차 사고나 이혼 등으로 피해를 받았을 때 100만엔에서 최대 300만엔까지 보험금을 지급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다양한 괴롭힘 관련 손해배상이나 초과근무 수당 미지급 청구 등의 갈등을 둘러싼 민사 소송 건수는 지난해 3526건으로, 10년 전보다 50% 증가했다.


<일상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핸드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깨지고 불가피한 일로 기대했던 콘서트에 못가고, 기껏 놀러간 여행지에서 계속 비만 쏟아진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자주 겪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는 보험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일정금액을 보상해주고 기분도 풀어줘 반응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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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재팬소액단기보험 홈페이지

 


◇ 비오면 숙박비 보상 ‘날씨보험’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는 하마치 히로코(48)씨는 올 여름 가족들과 함께 해상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오키나와 섬으로 1주일 휴가를 갔다. 그러나 휴가 내내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져 모든 스케줄이 취소됐다. 그나마 여행 전 가입한 재팬소액단기보험사의 ‘날씨 보험’으로 일정부분 아쉬움을 덜 수 있었다.

이 보험은 여행 중 일정한 시간대에 0.5㎜ 이상의 비가 내리면 숙박 요금 등을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재팬소액단기보험사는 ‘소소한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 같은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히로코씨도 숙박비 전액을 환불받았다.

◇ 가족이 아파 공연에 못간다면?

이 같이 아쉬움을 덜어줄 만한 보험으로 티켓 보상보험도 인기다. AWP티켓가드 소액단기보험사의 ‘티켓 가드’ 보험은 콘서트나 스포츠 등 기간이 정해진 행사를 대상으로 본인이나 가족이 아프거나 교통통제, 급한 출장 등의 이유로 못가게 될 경우 티켓 대금을 보상해준다. 고액의 오페라나 클래식 공연, 어린이 이벤트 등을 예약하려는 사람이 많이 이용한다. AWP티켓가드 소액단기보험사는 여행사의 패키지 투어 보상보험도 출시했다. 이 역시 불가피하게 여행을 취소하게 될 경우 보상한다.

◇ ‘핸드폰 수리비’ 무한 보상

월 700엔(7000원)으로 핸드폰이나 노트북, 태블릿까지 연간 10만엔(100만원) 안에서 횟수 상관없이 수리비를 부담해주는 보험이 20~40대 사이에서 인기다.

사쿠라 소액단기보험사의 ‘모바일 보험’은 액정 균열 등 파손으로 인한 수리비는 물론 도난당했을 때도 단말기 구입비용을 보조해 준다. 전국 23개의 제휴 수리점에 가면 무상으로 수리받는 일도 가능하다. 가입이나 청구는 인터넷으로 받고 있으며, 가입시 통신사나 단말기 제조 업체는 묻지 않는다.


<“어머! 이건 꼭 필요해” 다양한 아이디어 공모까지>

일본에서는 해마다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보험’ 콘테스트를 개최한다.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가 2015년부터 소비자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재미있는 보험 대상’을 뽑고 있다. 12월 말 아이디어를 모집해 다음해인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의 날에 수상자들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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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재미있는 미니보험 콘테스트 (사진=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

 


◇ 동성 커플도 부부 인정 보상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콘테스트에서 선정된 보험이 실제 상품이 되든지 보험사의 상품개발에 활용된다는 것이다. 재팬 소단의 ‘치한 변호사 보험’부터 아스모 소단의 주인이 애지중지 키우던 애견을 사후 돌봐주는 ‘애견 보험’ 등도 이 콘테스트를 통해 개발됐다.

또 아스모 소단이 동성 파트너를 생명보험 수령자로 허용해주는 보험도 생겨났다. 이후 다른 보험사들도 잇따라 적용, 라이프넷생명보험은 관계 확인서만으로 동성 파트너를 생명보험 수령자로 지정하고 있다. 재팬닛폰코아는 동성 파트너를 배우자와 똑같이 취급한 자동차보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 지구 종말부터 대머리· 다이어트 까지

상품이 되지 않았지만 눈길을 끄는 재미난 아이디어도 많다. 환경 파괴, 전쟁, 테러 등으로 지구 존속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지구 종말 보험’부터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이율이 오르고, 실패하면 이율이 떨어지는 적립형 변동성 ‘다이어트 보험’, 대머리에 대비하는 ‘대머리 보험’ 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했는데 퇴짜맞거나 애인과 헤어질 때 드는 ‘실연 보험’도 눈길을 끈다. 실연 보험은 보험금 대신 무제한 식사권이 제공되는 형식으로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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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일본소액단기보험협회)

 


◇ 2018년 수상작 살펴보니

지난해 발표한 제 4회 수상작에서는 노인 개호(돌봄) 상태를 인정받은 부부가 요양이나 간호를 위해 이용되는 개호 택시나 통원시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개호 인정 부부 보험’이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일본에선 요양 간호 상태에 따라 자동차 면허증을 반납하고 있어 이 같은 보험의 필요성이 부각돼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들 수상작은 2098개의 아이디어 응모 중 선정된 것으로 머지않아 상품화될 수 있어 더욱 주목을 끈다.

우수상 중 불임치료로 쌍둥이 출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반영해 통상 2배의 출산비용을 내야 하는 부담감을 경감해 주는 ‘쌍둥이 보험’이 눈길을 끌었다. 불임치료를 시작할 때 가입해 보상받는 식의 제안이다. 중요한 시험을 부득이하게 볼 수 없게 됐을 때 보상받는 ‘수험보험’도 우수상으로 꼽혔다. 정신적 손해보상과 다음해 시험을 위한 도전 자금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이 밖에 가작으로 초등학생을 키우는 전업 주부가 일시적 병치레 등으로 일정기간 가사를 할 수 없을 경우 가사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전업주부를 위한 보험’부터, 단체 예약이 당일 취소될 때 손해를 보상하는 ‘선술집보상보험’, 불의의 사고로 애완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드는 보험 등이다.

미니보험은 가입과 보장 내용을 단순화하고 기간이 짧지만 보험료가 1만원대 이하로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가입 부담이 적어 소비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국내 포화된 보험시장에서 최근 중소형 보험사뿐 아닌 대형보험사도 틈새시장 공략 차원으로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미니보험은 고객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단순한 미끼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미니보험 상품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포화상태인 국내 보험업계에서 미니보험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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