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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생존기술 '평판'

입력 2019-03-13 15:34
신문게재 2019-03-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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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조는 지난 2월 7일 파업을 선포하고 행정관과 도서관 등 3개 건물 기계실에 들어가 난방 장치를 끄고 무기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나흘 후인 11일 대학 측과 잠정 합의한 서울대 시설관리 노조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한참 공부를 해야 할 공용공간에 학생들을 인질로 삼아 도서관의 난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대 시설관리노조는 이익적인 측면에서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평판관리에는 실패한 협상을 이끌었다.



2007년 하나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미국 뉴욕의 한 KFC와 타코벨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쥐떼들을 찍은 동영상이었다. 사람들은 경악했고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동영상은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뒤늦게 KFC, 피자헛, 타코벨로 세계 각지에 가맹점을 둔 얌브랜드가 사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기업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고 주가는 연일 곤두박칠 쳤다. 그 매장은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유튜브에는 그때 그 문제의 동영상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렇게 한번 만들어진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협상에서도 평판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올린 평판이 클릭 한번에 무너질 수 있듯 단체나 개인 역시 평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더라도 단 한번의 실수로 퇴출 대상 1호로 낙인찍힐 수 있다. 혹시 열심히 노력하고 성과를 냈는데도 회사에서 알아주지 않는다면, 직장 동료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면, 승진이나 이직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평판을 점검해봐야 한다.

실제로 작년 한해 채용 전문기관인 커리어케어에서 진행한 평판 조회는 300여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200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한 곳도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의 과반수를 넘는 62%가 이미 채용 시 평판조회를 시행 중이며 무려 74%에 달하는 지원자를 평판조회 결과 때문에 탈락시킨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금과 같이 불확실하고 어려운 시대에 평판은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이력서와 추천서로 통하기도 한다.

당신은 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어떤 평판을 얻고 싶은가? 협상 테이블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평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이미 협잡꾼으로 평판이 났다면 상대는 당신과의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경쟁적인 태도로 나올 것이다.

“평판 관리가 스펙 관리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 결과는 때로 운에 의존하고 성과는 포장될 수 있고 이력은 과장될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이고 여러 개의 눈과 입이 만들어낸 평판은 마음먹는다고 조작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판관리는 평소에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평판을 그저 협상의 성공수단으로만 여긴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킬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청문회는 후보자의 공적과 성품, 개인사를 비롯해 일에 대한 외·내적 준비 상태를 확인하는 공식적인 평판 조회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인사는 청문회의 스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인사는 경력에 오점을 남기며 낙마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후보자라면 어떤 후보자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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