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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예계 강타한 버닝썬 사태! 기획사 인성교육 실태는?

[즐금]클럽 버닝썬 사태 이후 연예기획사 인성교육 강화
콘진원 성교육 프로그램, 문화데이, 일기쓰기, 임직원 교육 등 각양각색
교육도 트렌드 따라야...스타덤 오른 뒤 교육 효과 사라지는 우려도

입력 2019-03-22 07:00
신문게재 2019-03-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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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도 수원시 모던K실용음악학원. 오후 9시 시작되는 영상수업을 앞두고 김형규 대표가 잠시 마이크를 잡았다. 김 대표는 최근 연예계를 강타한 클럽 버닝썬 사건을 언급하며 미래의 뮤지션을 꿈꾸는 수강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라고 강조했다. 


“버닝썬 사건에서 드러난 채팅방의 대화를 보면 충격이 큽니다. 우리 수강생들 중 요즘 욕을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어요. 욕은 대부분 성적인 비하로 이뤄졌고 욕을 내뱉으면 내 귀가 먼저 듣게 돼요.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책잡힐 일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약 100여 명의 수강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김 대표의 강의를 경청했다. 수강생 김윤재 군(19)은 “최근 버닝썬 사태 때문에 인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예비 연예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강의를 들었다”며 “대중과 나 사이에 건강한 균형관계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년에 2번 정기적으로 행하는 인성 특강 외 영상수업 전 수시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곤 하는데 최근 버닝썬 사태 때문에 수강생들도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데이 실시하는 큐브·일기쓰기 습관 들인 라이브웍스·임직원도 교육하는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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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K실용음악학원 인성교육의 한장면 (사진=조은별 기자)

 

 

 

연예계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버닝썬’ 사태에서 드러난 일부 연예인의 비뚤어진 성 관념과 특권의식이 기획사의 교육 및 관리실패에서 이어졌다는 지적이 빗발치면서 인성교육 강화에 힘을 쓰는 분위기다.

대다수 연예기획사들은 콘텐츠 진흥원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가 실시하는 청소년 연예인·연습생 소양교육을 활용한다. 콘텐츠진흥원은 ‘성인권 바탕인 21세기 성교육’ ‘연예인 연습생의 스트레스와 위기관리법’ ‘연예인 연습생의 고민 상담실’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대형 기획사는 별도의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비투비, 펜타곤, (여자)아이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는 2주에 한번 꼴로 강사를 초빙해 심리 상담 시간을 갖는다. 자체 교육프로그램인 문화데이를 실시해 역사 특강 및 현장실습을 나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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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1team (사진제공=라이브웍스 컴퍼니)

 

소아당뇨협회 환우들을 회사로 초대해 봉사활동을 하거나 연탄봉사를 하며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대를 높인다. 저작권 보호원와 함께 저작권 및 콘텐츠 보호 특강을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큐브 관계자는 “성숙한 아티스트로 데뷔하기 전 여러 콘텐츠를 경험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룹 신화의 이민우와 신혜성 소속사 라이브웍스 컴퍼니(이하 라이브웍스)는 27일 데뷔를 앞둔 보이그룹 1Team의 연습 기간 중 정서함양을 위해 인성교육강사를 초청하는 것은 물론 회사직원과 멘토링을 실시해 정기적으로 소통을 나눠왔다. 

 

라이브웍스 이장언 대표가 직접 연습생들에게 책을 사서 독서를 권하고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였다. 이장언 대표는 “20년간 신화를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연습생들 스스로 매일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의미에서 일기쓰기를 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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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 (사진=Mnet)

  

우주소녀, 몬스타엑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이하 스타쉽)는 아예 연습생을 뽑을 때부터 인성을 살핀다. 스타쉽 관계자는 “예전에는 끼와 능력을 봤다면 이제는 인성을 최우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엔터테인먼트 3대 기업 중 가장 인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가 여러 차례 방송에서 강조한 것처럼 임원진이 분기별로 아티스트 정신교육을 실시한다. 연습생은 일대일 심리상담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 및 우울증 방지 교육을 받는다. JYP는 아티스트와 연습생이 일차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사내 임직원의 도덕성 고취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리벤지 포르노·양성평등 등 교육도 트렌드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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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승리 (사진=연합)

 

2세대 아이돌로 꼽히는 빅뱅은 2006년 데뷔 전 체계적인 인성교육을 받지 못했다. 보컬 및 댄스 트레이너들이 주가 된 교육은 춤과 노래에 집중됐다. 과거 YG엔터테인먼트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연습실에 ‘스타가 되기 전 인간이 되라’는 문구가 붙어있고 트레이너들이 엄격한 군대식 규율제도를 도입했지만 인성교육, 특히 별도의 성교육은 없었다. 그저 이성교제를 멀리해라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최종훈, 이종현이 속한 FT아일랜드, 씨엔블루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도 담당 트레이너들의 주먹구구식 인성교육을 실시한 정도였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준우승자인 정준영은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연예계에 데뷔했다.

 

기획사들이 체계적인 인성교육 시스템을 갖춘 것은 대략 2010년 전후다. 하지만 연습생들이 원하는 강의의 트렌드는 변화하는 반면 기획사의 인성교육, 특히 성교육은 아직 20세기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던K실용음악학원 수강생 김지은씨(24)는 “주위 동생들을 둘러보면 이성교제를 할 때 강제성이나 리벤지 포르노 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전전긍긍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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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준영, FT아일랜드 최종훈 (사진=연합)


몇몇 연예기획사는 산부인과 의사를 초빙해 강의를 성에 대한 직접적인 교육을 하지만 대다수 연예기획사는 성교육을 콘텐츠 진흥원 강연에 의지한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성문제에 있어 보이그룹보다 걸그룹 교육이 더 어렵다고 토로한다.

 

인기 걸그룹이 속한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대부분의 매니지먼트 관계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멤버들에게 이야기를 건넬 때 조심스러워진다”며 “이성교제를 막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 교제 사실을 알려야 대처할 수 있다고 주지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털어놓았다. 

 

여성 이사가 재직 중인 스타쉽 관계자도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에 대한 신뢰와 소통”이라며 “다양한 사례들을 들려주고 혹여 있을지 모르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난해 미투 열풍 이후 이어진 양성평등 교육도 아직까진 미흡한 실정이다.

연습생 때 인성 교육에 몰두해도 스타가 된 뒤 또래문화에 휩쓸려 이성과 성행위나 기획사의 권력구도 등을 드러내는 과시욕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설상가상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다수로 구성된 반면 이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직원이 절대 부족하다 보니 이들의 사적인 스케줄을 일일이 공유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연습생 때는 인권문제로, 스타가 된 뒤에는 권력욕에 취해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계 종사자인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승리와 정준영 사태는 어린 나이에 스타가 돼 돈과 권력을 쥐게 된 연예인들이 남성본위의 사회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 경우”라고 분석하며 “결국 매니지먼트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스케줄 관리를 넘어 카운슬러의 역할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 “아티스트의 자율성은 인정하되 방종으로 인한 리스크는 스스로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걸 주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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