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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인연령 70세 상향, 지금 가능한가

입력 2019-04-11 15:19
신문게재 2019-04-12 19면

노인연령 70세 기준 상향의 첫 신호탄은 정부가 쏘아 올렸다.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할인해주는 노인 연령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기대여명은 계속 느는데 평균수명이 66세인 1981년 기준을 붙들고 원론에만 맴돌 수는 없다. 경로당에서 75세에 주전자 들고 물시중 든다는 우스갯소리가 통하는 시대 아닌가. 세부계획 수립을 위한 공론화를 미룬다면 이치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순리와 당위론을 충족하기 위한 선결과제들이 즐비하다. 그것은 또한 난해하다. 계산상으로는 당장 노인 연령기준을 70세로 올린다 치면 기초연금 등 연간 2조3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낸다. 하지만 기준 재설정이 재정부담을 덜려는 정부의 고충처리 수단은 아니다. 노인이 많고 청년이 적은 인구구조에서 가중되는 재정부담을 줄인다는 발상은 사회안전망의 기본 틀에 충격을 준다.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는 훨씬 늘어난다. 고령화나 생산인구감소의 해법으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정년, 일자리, 사회경제적 격차 등과 나란히 풀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기치 않은 혼란에 빠진다.

무엇보다 절대다수는 노후 준비가 안 되거나 덜 돼 있다. 복지혜택과 공적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면 되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대법원의 가동연한 65세 선고와 무관하게 아직 정년 60세조차 헤매고 있다. 이런 마당에 퇴직 연령을 이보다 낮춰 현실화하는 숙제까지 떠안게 된다. 정부 재정사업에 힘입은 관제 일자리로 노인층 고용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퇴직과 함께 공적연금이나 다양한 복지서비스 수급에서 멀어지면 빈곤으로 떨어지는 소득절벽 기간만 늘어난다. 아동과 여성 빈곤율은 10% 미만인데 비해 유독 노인 빈곤율만 절반(46.5%)에 육박할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 저소득 노인의 소득 공백을 덮어두고 무작정 노인 연령기준만 높일 수는 없다.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기까지 넘어서야 할 산은 깊고 험하다. 게다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가구주 평균연령은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다. 높아진 노인연령 기준만큼 더 오래 일할 환경이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 복지제도 수급 기준 정비가 제도적 보완책을 앞지르진 못한다. 복지비용 절감 방편으로 노인 기준을 상향하는 접근법은 위험부담이 크다. 충격을 흡수할 정책적 지원 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 아무런 장치 없이 기준만 덜컥 상향하면 노인빈곤율은 더 치솟을 것이다. 고령화·초고령화 해법과 정반대로 가지 않아야 노인연령 70세 상향도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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