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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하늘같은 ‘인내’와 ‘분노’ 사이…진실을 대하는 저마다의 자세 ‘갈릴레이의 생애’

베르톨트 브레히트 희곡, 이성열 연출의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김명수, 이윤우, 이호재, 정현철 등 출연

입력 2019-04-13 22:30   수정 2019-04-13 22:33

[국립극단]갈릴레이의 생애_공연사진_15_갈릴레이役(김명수)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의 김명수(사진제공=국립극단)

 

“빌어먹을! 나는 자네의 그 하늘같은 참을성을 잘 이해해. 하지만 자네한테 하늘같은 분노는 없단 말인가?”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4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중 갈릴레오 갈릴레이(김명수)의 호통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극 설정 상으로는 “진실은 그것이 정말 진실이라면 우리가 없더라도 스스로 실현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는 키 작은 사제(장지아)를 향한 일갈이다.
 

갈릴레이의 생애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왼쪽 위부터 페데르쪼니 역의 강진휘, 갈릴레이 김명수 외 시의회 의원들(사진제공=국립극단)

갈릴레이가 살았던 시대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계가 돈다고 믿었다. 모두가 “바다가 떠나간다”고 믿었지만 변하지 않은 진실은 분명 존재했다.

 

지구가 중심이라 믿던 시대에도 지구는 태양을 돌고 있었고 증명되지 않았다고 진실이 진실이 아니지 않은 것처럼. 

 

권력자들이 단순한 감기로 둔갑시켰지만 ‘페스트’라는 진실은 그 실체를 드러내며 비극을 부르기도 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동명 희곡을 국립극단 예술감독인 이성열 연출이 무대에 올린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는 모두가 틀렸다 말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진실’을 대하는 저마다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다.



지동설, 천동설, 태양계, 망원경, 천문학 등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을 이론들은 간결하고 쉽게 전달된다.

브레히트 희곡의 심오한 문제제기는 미식가이자 와인 애호가로서의 본능을 차마 포기하지 못하는 갈릴레이, 죽이 척척 맞는 어린 안드레아(이윤우)와의 천진난만한 교감, 익살스럽게까지 느껴지는 거리악사 부부(이원희·황미영) 등으로 인해 진중함과 가벼움의 경계를 적절히 오간다.

“진실은 우리가 실현시키는 만큼만 실현되오.”

‘갈릴레이의 생애’는 이 대사처럼 갈릴레이를 비롯한 그 시대 사람들이 진실의 실현을 위해 어떤 선택과 자세를 취했는지를 아우른다. 갈릴레이는 갈릴레이대로, 안드레이(정현철)는 안드레이대로, 키 작은 사제는 키 작은 사제대로, 사르티 부인(박지아)·비르기니아(박기령)는 그들대로.

갈릴레이의 생애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어린 안드레아 이윤우(왼쪽)과 갈릴레이 김명수(사진제공=국립극단)

 

갈릴레이 역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진실을 실현시키기 위해 평생을 애썼던 과학자지만 정의롭고 위대한 위인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목적을 위해 교회권력, 정치권 인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발명품을 내어주는 야심가이자 미식가·와인애호가로서의 본능에 충실하느라 권력 앞에 자신의 뜻을 굽히기도 한다.



그렇게 갈릴레이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은 종교적 신념과 과학적 진실 사이에서 갈릴레이가 말했던 “하늘같은” 인내와 분노의 경계를 오간다. 그렇게 경계를 넘어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인류는 진화했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갈릴레이의 생애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갈릴레이 김명수와 귀부인들(사진제공=국립극단)

 

그래서 ‘갈릴레이의 생애’가 그리는 그 시대 경계인들은 2019년의 대한민국,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느 시대에나 진실은 있고 그 진실을 은폐·왜곡하려는 이들이 있고 그들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진실’을 찾아 밝히려 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변화를 맞는 시대의 경계에서 갈릴레이처럼 진실을 실현하는 것으로 새 시대를 개척하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무지와 무관심 사이에서 그저 방관하거나 몸을 숨기는 이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극과 극 진영의 경계에서 때론 타협하고 때론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렇게 ‘갈릴레이의 생애’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 경제, 외교, 사회, 젠데 등의 문제에 “하늘 같은” 분노와 인내 사이 어디쯤에 서 있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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