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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간은 AI를 창조하고 AI는 인간의 직업을 삼킨다

입력 2019-04-15 07:00   수정 2019-04-14 15:03
신문게재 2019-04-16 15면

인간이 창조한 AI(인공지능)가 인간을 삼키는 괴물을 만들어 낸다. 인간이 만든 AI가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는 내용의 영화(에일리언: 커버넌트)나 AI가 이미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투쟁을 담은 영화(매트릭스)들은 미래사회의 묵시록을 그린다. AI가 지닌 힘 또는 자율의지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AI는 필연적인 숙명처럼 인간을 넘어서며 인간의 지위를 욕망한다.
 
영화나 문학이 AI의 도발 또는 AI가 지배하는 세계 등 극단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동안, 현실 세계에서는 기술(technology)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AI도 할 수 있는 일로, 더 나아가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일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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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배달 로봇 ‘스카우트’. 지난해 12월 15일 촬영된 사진. (AFP)

 


◇ 인간노동의 자동화는 필연적

AI의 등장이 인간의 직업에 미치는 영향을 바라보는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하면서 결국 대규모 실업사태에 빠질 것이라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AI의 등장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신해 새로운 일자리들이 더 생겨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두 견해 모두 AI의 등장으로 기존의 일자리에 변화가 있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어느 쪽 주장이 더 옳은지를 따지는 것보다 AI의 등장으로 기존의 일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게다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새로 생겨날 직업을 점치는 것보단 현재의 일에 미칠 변화를 예상해보는 것이 용이한 측면도 있다.

우선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직업의 특성을 정의해 보자면 컴퓨터프로그래밍을 통해 기계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동화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는 단순반복적인 업무가 사라질 직업의 1순위다. 또 인간이 하는 것보단 기계가 하는 게 생산성이 높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일이라면 위험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높은 수준의 지적능력을 요하는 전문직군(예를 들어 의사, 변호사, 판사 등)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단순 루틴적인 업무보다는 대체하기 어렵겠지만 고도의 지적능력을 갖춘 AI가 등장한다면 그 역시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AI 또는 자동화 기술을 업무의 일부분에 활용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전문직종은 AI를 활용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덜 전문적인 일,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은 AI에게 맡기고 본인은 보다 핵심적인 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에서는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AI가 전문직종을 삼키는(대체하는) 일이 기다릴 수 있다. 전문분야에서 AI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력은 일자리를 위협받게 된다. 한 단계에서 다음단계로 넘어갈 때 어떤 분야는 적은 시간이 걸리고 어떤 분야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간 10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한사람의 인건비도 들지 않는 AI가 혼자 할 수 있다면,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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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카페X에서 바리스타 로봇이 손님에게 줄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AFP)

 


◇ AI·자동화로 인한 고용감소, 새로운 일자리가 메꿀 수 있나



사례를 보자.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매장 내 로봇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월마트는 올해부터 최소 300개 매장에 재고가 부족한 선반을 찾아내는 로봇을, 1500개 매장에 바닥 청소 로봇을 배치한다. 트럭에서 하역된 상품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분류하는 로봇은 기존의 2배가 넘는 1200개 점포에 도입한다. 월마트 측은 로봇 1대를 도입해 인간 노동자 1명의 노동시간을 하루 몇 시간 줄일 수 있어 동일한 업무를 더 적은 인원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내 46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월마트는 이런 방법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대항해 온라인쇼핑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와 그 주변부에는 아마존, 월마트, DHL, 가구판매점 ‘룸스투’, 그리고 미국 최대 주류·음료판매업체 서던글레이저의 와인&스피릿 물류센터가 위치해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레이크랜드를 공장이나 창고, 사무실의 생산성을 높이는 AI와 자동화의 물결에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노출된 도시 3위에 올렸다. 레이크랜드에 있는 와인&스피릿의 물류창고는 하루 8만5000~9만 케이스를 배송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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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가 매장에 배치한 로봇이 상품 진열대를 스캔하고 있다. (사진=더스푼 웹사이트 캡처)

 

이곳엔 창고노동자 360여명, 배달 드라이버 390여명이 일한다. 자동화된 창고에서 인간 노동자들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는 지식노동이나 섬세함과 균형감이 요구되는 일부 육체노동이다. 무거운 화물을 창고의 각 장소에 옮기는 육체노동은 모두 기계의 몫이다.

지식노동자의 일자리도 안전하다고 할 순 없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체 일자리의 16%는 향후 10년 내 자동화로 대체되며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사라지는 직업의 약 절반가량이 로봇모니터링 전문가나 데이터과학자, 자동화전문가 등 새로 생겨나는 직업의 고용창출로 상쇄된다면 2025년까지 7%의 고용 순감소가 예상된다.

반면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는 제한적이다. 세계 최고 검색엔진을 구축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혁신적인 성장으로 유명하지만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창출한 고용은 7만1300명 정도다. 1억4000만명의 미국 노동시장에서 0.05%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자동화로 대체되는 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구글에 고용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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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2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닛산 전기차의 자율주행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AFP)

 

◇ 일의 본질이 변한다

결국 자동화는 인간이 기존에 하던 일의 본질을 바꾸고 노동시장의 지형을 변화시킨다. 이런 일은 현재 AI 기술에서 가장 앞서있는 미국뿐만 아니라 향후 전 세계에서 일어날 일들이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을 위해 AI 기술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기업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0% 이상의 기업이 향후 3년내 AI기술을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AI의 등장에도 살아남는(당분간) 직업과 새로 생겨나는 직업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는 두 부류로 나뉘게 된다. 적절한 기술훈련과 교육을 통해 새롭게 고급 인력이 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불안한 고용상태와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는 노동자 계층이 있게 된다.

미국의 더네이션지(紙)는 현재의 직업 가운데 ‘AI 혼란’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노인간병이나 가사노동 같은 저(低) 퀄리티 직업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밀려난 근로자가 등 떠밀려서 하게 되는 남아있는 일자리의 노동조건과 급여 수준에 만족할 수 있느냐다. 게다가 노동력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이미 개호(介護·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봄) 로봇의 개발이 활발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정부에서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물론 정부는 이 문제를 다양한 방면에서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문제를 인식해 정책을 내놓기 까진 사태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다음일지도 모른다.

더네이션지는 “한 가지 가능한 솔루션은 미래변화에 대한 단체교섭력을 확보하는 것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메리어트호텔 노동자들의 노조협약은 자동화의 영향으로부터 노조원을 보호하는 규칙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메리어트호텔처럼 구성원을 자동화의 물결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AI 기술은 불과 수년 새 우리 생활 속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 삼성 빅스비 등의 AI 기술이 사람들의 생활을 점점 편리하게 만드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문분야의 AI 기술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직업세계는 AI 기술의 진보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 대비라는 게 깨닫는 이에게나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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