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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은퇴할 때 후회하는 것

입력 2019-04-15 15:35   수정 2019-04-15 15:36
신문게재 2019-04-16 23면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얼마 전 태영호 전 북한 외교관이 쓴 칼럼을 읽었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의 하나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었단다. 유럽의 여러 휴게소도 가보았지만, 우리처럼 청결하고 시설이 좋은 곳은 못봤단다. 특히 화장실 벽에 붙여 놓은 기지 넘치는 문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다. 필자도 최근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데, 경부선 상행, 신탄진 휴게소 화장실에 부착된 미국의 가수 겸 코미디 배우인 에디 캔터의 명언이 마음에 와닿았다.


‘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너무 빨리 가다 보면 놓치는 것은 주위 경관뿐이 아니다.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렇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의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시야는 좁아져 전방만 주시하게 된다. 주변 경관은 고사하고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핸들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특히 그렇게 살았다. 새벽에 일어나면 출근하기에 바빴고 밤늦게까지 일하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가족이나 자신의 삶보다도 직장이 우선이었고, 일을 더 중시하였다. 돈 벌고 인정받고 출세해야 한다는 성공 신화에 홀려 얼마나 빨리 혹은 더 많은 것을 이루기에만 급급했다. 자신이 어디쯤 와 있으며,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옳은 길인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길인지는 생각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인생이란 여행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일찍 도착한다고 좋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죽음밖에 없다. 인생의 의미를 느끼면서 여행하는 순간순간을 즐겨야 한다. 때로는 쉬면서 성찰하는 시간도 가지면서 말이다.

빨리 달린 덕분에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지만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었다. 은퇴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호남대 한혜경 교수는 1000여 명에 달하는 은퇴자들을 면담 한 후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들이 성공신화에 빠져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들이 바로 돈이나 출세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내용의 이 책에는 후회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가 너무 일밖에 몰랐다는 사실이다. 일에 짓눌려 악기 하나 다룰 줄 모르고, 변변한 취미 하나 없음을 아쉬워했다. 두 번째는 자기 자신을 너무 함부로 대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멋과 매력으로 살아보기는커녕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힐책하기 일쑤였고, 일벌레로 살다 보니 건강도 해쳤다. 세 번째가 자신과 가족 간의 간격이 이렇게도 넓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돈만 벌어주면 가장의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챙기지 못한 불찰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인생을 위하여 사전에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100세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생 선배들의 솔직한 고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빨리 가다 놓쳐버린 소중한 가치를 되찾기 위해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속도를 줄이고 살아봄은 어떨까? 인생 2막에선 고속도로보다는 아무래도 국도로 가는 여행이 제격이다. 필자는 여행을 떠날 때 굳이 목적지에 일찍 도착할 필요가 없다면 국도를 이용한다. 좀 더 다채로운 풍광을 즐기며 가는 여정에서 인생을 만끽하는 소소한 감동과 추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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