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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첫 영리병원’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가 남긴 것

입력 2019-04-17 17:01
신문게재 2019-04-18 23면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병원 개설허가가 결국 취소됐다. 17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설명한 취소 배경은 “조건부 개설허가 후 지금까지 병원 개설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참여정부가 투자개방형 병원을 허용한 지 13년, 국민의 정부가 제주도와 8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계 투자병원 유치를 허용한 시점부터는 16년이 지나 들어서나 싶던 최초 영리병원은 일단 이렇게 주저앉았다.

조건부 개설허가 당시부터 녹지병원의 출발은 깔끔하지 않았다. 찬반 논란도 거셌지만 허가했다. 명분은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지는 투자 활성화와 질 좋은 일자리였다. 서비스 수출과 고용 창출, 재투자에 따른 의료 수준 향상은 밝은 면이다. 우려하는 대로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이 될 수는 있다. 외국인을 주요 타깃으로 하지만 ‘내국인 진료 제한’의 벽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 경우에는 영리병원을 통한 의료관광 활성화가 잘못 흐르지 않게 하면 괜찮다. 과잉 진료와 의료비 폭등, 비급여 진료 증가와 보험료 인상 등 부정적인 요인만 들추면서 지나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이유는 없다.

의료 영리화 정책에 색안경을 끼는 근거는 ‘영리’라는 단어에도 있다. 병원이 이윤을 추구하면 안 된다는 단선적인 사고 탓이다. 의료 영리화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측에서 내세운 입장은 의료 양극화로 모아진다. 그런데 우리 의료 공공의료 체계의 뿌리와 줄기는 영리병원 때문에 흔들릴 만큼 허약하진 않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든지 공공병원 확충과 배치되지 않고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의 틀을 지키면서 하면 된다. 세계 정상급인 국내 의학 수준을 활용하면서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해보면 좋겠다. 까다로운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영리병원도 공적 의료보장 영역을 축소하지 않고 가면 탈날 일이 적다. 복지 선진국도 그렇게들 한다.

이번 개설허가 취소로 제2, 제3의 영리병원이 속속 문을 연다는 전망은 빗나갔다. 경기, 충남, 전남 등지로의 파급효과도 한동안 수그러들 것 같다. 의료관광 열풍의 진원지가 미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이 아닌 태국 등 개발도상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게 얘기하려면 싱가포르처럼 전체의 20%인 영리병원으로 유럽과 동남아 의료 관광객을 흡수하는 선례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 의료시장의 주도권을 쥘 거대자본에 대해서나 의료서비스산업화론에 과도하게 민감할 것은 없다. 1호 영리병원은 우여곡절 끝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투자개방형인 영리병원 자체에 대해서는 다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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