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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다양한 역사·민족 공존의 노력… 세계서 가장 긴 성문 헌법 만들다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인도 헌법을 보면 인도를 알 수 있다 (상)

입력 2019-04-22 07:00   수정 2019-04-21 15:09
신문게재 2019-04-22 15면

오는 4월 25일은 ‘법의 날’이다. 법무부와 변호사협회 등은 이날 기념식을 갖는다. 각 나라별로 그 나라의 정치 조직과 국민의 권리 및 의무를 규정한 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준이 되는 것이 ‘헌법’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헌법은 국가의 근본이념으로, 모든 법률 해석의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는 전문이나 서문에서 그 대강을 밝히고 다시 본문 각 조에서 그 내용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전문과 본문 130개조, 부칙 6개조로 구성된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제정되어, 총 9차례에 걸쳐 수정되었다. 헌법을 알면 그 나라의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포스트 차이나’로 우리의 다음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인도의 헌법을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헌법에 서명하는 인도 초대 수상 자와할리 네루
헌법 공포식에서 헌법에 서명하는 인도 초대 수상 자와할리 네루 (사진=인도 정부)

 


◇ 여러 나라 헌법을 벤치마킹한 인도 헌법

1947년 8월 15일. 우리와 같은 날 독립을 한 인도의 헌법은 어떤 모습일까?



인도 헌법은 세계 주요 국가들의 헌법으로부터 좋은 내용을 많이 수용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의회제도는 영국으로부터, 연방제도는 캐나다로부터 각각 계승했다. 기본권 규정은 미국 헌법에서 많이 가져왔다.

인도 헌법 제정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차 세계대전 초반,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영국은 전세가 불리하게 되자 인도의 의향도 묻지 않고 인도의 참전을 선언한다. 이에 반발한 인도는 독립성명서를 발표하게 되고 두 나라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영국은 인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영연방에 남는 것을 조건으로 자치령을 약속하고, 인도 헌법 제정을 위한 제헌회의를 만드는데 협조하기로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에 우호적이었던 노동당이 집권한 영국은 1946년 제헌회의를 소집한다. 그리고 1947년 영국은 인도 독립법을 제정한다.

이 법에는 분쟁이 있던 파키스탄 지역을 분리 독립시키고, 그 모든 책임은 인도에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제헌회의는 3년에 걸친 논의 끝에 1949년 11월에 헌법을 채택한다. 그 후 1950년 1월 26일에는 헌법이 발효되고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공화국의 날(Republic Day)’이 지정된다.

외교적으로 인도 정부가 이 날 어떤 외빈을 초청했는지도 굉장히 큰 관심사다. 특이하게도 인도는 매년 딱 1개 국가의 지도자를 VIP로 초청해 왔다. 2007년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14년에는 아베 신조 일본 수상, 2015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초청되었다. 2010년에는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이 초청되었다. 2018년의 경우 아세안 11개국 정상들이 초대되었다. 초청된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인도가 가는 외교의 길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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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공화국의 날을 맞이해 성대한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Live Mint)

 

◇ 가장 긴 성문헌법을 만들 수 밖에 없던 이유


인도 헌법의 특징을 한 마디로 이야기 하라고 하면 ‘전세계 독립국 헌법 중 분량적인 측면에서 가장 긴 성문 헌법’이라고 한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24개 장, 448개의 조문과 12개의 부칙, 97개 수정 조문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인도 헌법이 최장 헌법이 된 이유는 뭘까?

인도 헌법 제정에 사실상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헌법은 영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하지만 신대륙에 새로운 근대국가의 건설이 이뤄진 미국에 비해 인도는 ‘대륙’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아(亞)대륙’(Subcontinent) 국가로서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는 점이 다르다. 다양한 문화와 역사, 사회의 모습이 헌법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아야 했기에, 그 어느 나라 헌법 보다 두꺼워졌다.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도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통치기구에 관한 포괄적인 내용들과 일반적인 입법사항 및 행정작용에 관한 규정들 이외 불확실성과 소송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다른 국가 법원의 판례들도 명문화 했기에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둘째, 독립 당시 500여 개의 번왕국을 통합하여 하나로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를 미리 반영해야 했다. 셋째, 연방과 주의 헌법이 다른 미국과 달리 헌법을 하나로 합치면서 상세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긴 조문의 헌법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인도 헌법은 특정한 지역과 특정한 카스트, 소수민족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상세한 보호규정까지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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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빔라오 람지 암베드까르(Bhimrao Ramji Ambedkar) 동상. 그는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인도의 헌법을 기초했다. (출처=PTI)

 


◇ 인도인을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국가정책 지도원칙’

인도 헌법 안에는 특이하게 ‘국가 정책 지도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헌법에 대해서 너무 깊이 알 필요는 없지만, 인도인들의 사고를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원칙이다.

국가 정책 지도 원칙은 다음과 같이 4개 큰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 ▲ 경제적 및 사회적 원칙 ▲ 마하트마 간디의 원칙 ▲ 국제 평화 및 안전에 관한 원칙 및 방침 ▲ 기타 이다.

먼저 경제적 및 사회적 원칙에는 다음과 같은 12개의 원칙이 포함된다. 첫째, 성별에 상관 없는 적절한 삶의 의미를 제공한다. 둘째, 부(富)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재조정한다. 셋째, 남녀의 구별 없이 동일 노동에 대해서 동일 임금을 확보한다. 넷째, 남성과 여성, 어린이에게 적절한 고용 및 건전한 노동 환경을 제공한다. 다섯째 아동의 착취를 도덕적으로 보호한다. 여섯째, 실업과 노령, 질병, 미취업 등에 대비하기 위한 공적 부조를 제공한다. 일곱째, 공정하고 인도적인 노동 환경 및 육아에 대한 휴식을 확보한다. 여덟째, 경영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 아홉째, 사회적으로 핍박받는 SC(지정 부족)및 ST(지정 카스트)들의 근로, 교육 및 경제적 이익을 촉진한다. 열번째, 모든 근로자의 합리적인 여가 및 문화 기회를 확보해 준다. 열한번째, 생활 및 공중 위생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경주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아동이 6살이 될 때까지 조기 보육 및 교육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마하트마 간디의 원칙에는 ▲ 마을 위원회를 조직하는 것 ▲ 농촌 지역에서 가내 공업을 촉진하는 것 ▲ 건강을 해치는 주류 및 약물 금지 ▲ 소를 보호하고 젖소, 송아지, 기타 가축의 도살을 금지하는 등의 4가지 항목이 핵심이다.

국제 평화 및 안전에 관한 원칙 및 방침에는 국제 평화 및 안전을 촉진하고, 국가 간의 공정하고 고결한 관계를 유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 국제 법 및 조약 의무를 존중하고, 합의에 따른 국제 분쟁 해결 방안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기타 항목에는 ▲ 모든 인도인을 위한 통일 민법 확보 ▲ 역사적 건조물 보호 ▲ 환경과 야생 동식물 보호 ▲ 적절한 무상 배심 재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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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법 정신을 담은 헌법책. (출처=Times of India)

 


◇ 인도 관료·정부와 일하려면 헌법 숙지 필수


인도 진출을 생각하는 한국인이라면 4개의 지도 원칙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인도는 관료들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관료가 되기 위한 시험에 헌법과 4개의 지도 원칙 습득은 기본 중 기본이다.

특히 정부기관 또는 공공사업에 참여할 경우 그 제안서에 정부의 지도 원칙 가운데 하나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수다. 특히 경제적 및 사회적 원칙을 꼭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정부기관과 공공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인도 헌법을 다 읽어 보기는 힘들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중국과 달리 인도는 철저한 ‘법치주의 국가’라는 점은 잊어선 안된다. 따라서 이러한 법 체계가 있다는 것을 미리 잘 알고 있다면, 인도인들과 일하기 더 쉬워질 것이다.

권기철 국제전문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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