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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의 오류

입력 2019-04-22 08:41

민경국
민경국(강원대 명예교수, 경제학)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이 생겨난 역사적 배경이 무엇이든, 그 말을 유행시킨 인물은 밀턴 프리드먼(M. Friedman)이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비용)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사먹든, 서울에 여행을 가든, 모든 의사결정에는 항상 비용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공짜 점심 오류’라고도 부른다.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경제학의 존재 이유가 비용의 존재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그 말의 진위를 가릴 생각도 없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긴다. 흔히 드는 예가 조약돌 줍기다.

“경제학자들이 기회비용 원리를 적용하면 강가의 조약돌을 줍는 일도 공짜가 아니라고 합니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시간을 조약돌을 줍는 데 대가로 소모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약돌 줍기의 예를 기회비용의 개념으로만 기술하는 것이 옳은가,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이 정말로 자본주의를 설명하기에 적합한가의 문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이 글의 해답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즉 조약돌의 예에서 왜 하필이면 조약돌을 줍게 되었는가의 문제를 기회비용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고 또한 기회비용의 개념으로는 시장경제의 핵심요체인 기업가적 발견을 설명할 수가 없다. 



합리적 선택론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이 그렇듯이 프리드먼 경제학의 핵심도 합리적 선택의 이론이다. 로빈스(L, Robbins)가 이 이론의 특징을 말했듯이, 합리적 인간은 주어진 수단과 목적의 틀에서 가장 선호하는 대안을 선택한다. 이런 행동은 목적 의식적인 행동이다. 전후 사정을 곰곰이 따져서(‘deliberate’) 계획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합리적 선택론을 커즈너(I. M. Kirzner)는 ‘로빈시안 선택론’이라고 명명했다. 그런 선택에서 어느 하나의 의사결정은 다른 하나의 의사결정 대안을 포기해야 한다. 공짜점심은 그래서 없다.

그러나 인간행동은 그런 합리적으로만 이해할 수 없는 국면이 있다. 미제스(L.v. Mises)의 기업가적 행동이다. 커즈너가 미제시안 행동이라고 표현한 기업가적 행동의 본질은 로빈시안 합리적 선택이 비로소 가능한 수단과 목적의 틀 자체, 즉 존재하지 않는 행동 대안, 유익한 기회 또는 이윤기회를 발견하는 행위다. 



기업가적 발견론

로빈시안 행동 국면과 대비하여 미제시안 행동 국면의 특수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재화의 생산과정을 설명하면, 어느 한 사람(갑)이 등산로를 따라 산책하는 중에 돌무더기에서 유독 그에게만 멋있게 보이는 돌을 발견했다. 그 돌은 다른 등산객들에게는 한낱 물리적인 돌일 뿐이었다. 갑은 아주 즐거이 그 돌을 집에 가지고 와서 열심히 공 들여 갈고 씻어서 시장에서 1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그는 공 들여 갈고 씻어서 시장에 내다 파는 노동·자본의 총비용, 500만원을 투입하여 500만원의 순이익을 벌었다.

멋있는 돌을 발견하여 이를 팔기까지 전 과정을 두 가지 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발견 과정과 둘째로 발견된 것을 정밀하게 다듬어 시장에 내다 파는 과정이 그것이다. 후자는 로빈시안의 행동이다. 첫 번째 과정이 미제시안 기업가적 행동이다. 이는 이윤 기회의 발견이다. ‘발견’이라는 개념 자체가 말해주듯, 합리적 선택처럼 의도적이고 계획한 결과가 아니다. 의도적이고 계획한 결과는 글자 그대로 발견이 아니다. 발견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적 행동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시장을 균형이 아니라 과정으로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시장을 불가역적이고 미래에 대하여 열린 복잡한 시스템, 즉 자생적 질서의 특징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합리적 선택이론과 달리 미제시안 기업가적 행동의 본질은 무의도적으로 대상의 가치를 알아차리는 기업가적 기민성(alertness)이다. 이런 기민성의 산물은 어떤 의도적인 노력이 없이 얻은 것이라는 의미에서 기회비용이 없고 그래서 기업가적 발견은 공짜다. 기업가적 기민성과 발견은 어떤 의도적이고 계획된 행동이 아니라 초의식적(supra-conscious) 정신 작용의 산물이다. 초의식성은 외부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지·정신과정의 본질이라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사후적 접근 vs. 사전적 접근

공짜점심은 없다는 인식은 시장경제에 대한 사후적(ex post) 관점에서 접근한 결과다. 그런 접근은 사후적으로 모든 사건들을 합리화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역사를 전지전능한 ‘이성의 간계(理性의 奸計)’로 이해하는 합리주의적 구성주의의 전통에 속한다. 이것이 합리적 선택이론의 본질이면서 동시에 치명적 결함이다.

사후적 접근은 사전적인(ex post) 숙고된 계획을 기초로 어느 한 행동이 결정되는 과정을 기술하지만, 그 행동은 사후적으로 파악되는 모든 행동 대안들을 이리저리 계산하고 따져서 만든 계획의 결과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사후적 관점은 어느 한 행동 대안이 비로소 발견되는 시간을 인식하지 못한다. 어떻게 행동 대안들이 발견되었는가의 문제는 사후 분석의 표면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사전적 분석만이 주관주의에 적합하고 그것만이 자본주의에서 수행하는 발견의 중요한 역할을 파악할 수 있다. 



시장경제와 발견자-소유자원칙

기업가적 발견은 이윤으로 구현된다. 그러나 돌의 예에서 멋있는 돌의 발견은 운(運)에 좌우된 것이고, 따라서 기업가적 이윤은 불로소득이기에 이윤의 존재를 반대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발견은 순수한 운이 아니라는 것이다. 운을 기회로 포착하는 것은 기업가적 인지와 기민성이다.

노동과 자본의 적절한 조합을 투입하여 X재를 생산하려면 그 이전에 그런 생산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이윤은 그런 발견의 결과다. 생산에 대한 사후적 접근으로는 이윤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기민성에 따라 발견된 것(X재)은 바로 발견자에게 속한다. 이것이 누가 무엇을 갖는 것이 정의로운가를 말해주는 정의감을 표현한 발견자-소유자의 규칙(finders-keepers rule)이다. 순수 기업가 이윤은 그런 소유의 규칙을 구현한 것이다.

 

민경국(강원대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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