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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人]영화 '미성년' 김혜준, 이제부터 주목해야 할 배우!

500:2 오디션 뚫은 신예이자 '킹덤'의 중전 역할로 눈도장
당차고 배려심 넘치는 주리 역할로 극 전반 이끌어
좋은 어른이 되는 조건 되묻게 만든 첫 장편영화라 '뿌듯'

입력 2019-04-23 14:45

김혜준
배우 김혜준. 이웃집 동생 같은 평범함 속에 비범한 연기력이 뿜어져 나온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AND)

 

영화 ‘미성년’은 부모가 친 사고에 대비하는 여고생 둘이 주인공이다. 그 중 주리(김혜준)는 성적도 좋은 모범생에 외모도 반듯한 ‘엄친딸’이다. 가정적인 아빠 대원(김윤석), 종교생활에 충실한 엄마 영주(염정아)와 단란한 생활을 해 온 여고생이라 여겨(?)진다.



균열은 바로 아빠의 늦바람. 하필이면 같은 학교, 문제아 윤아(박세진)의 엄마 미희(김소진)와 사고를 친 것도 모자라 곧 배다른 동생이 생길 판이다. 조용히 따라간 아빠의 회식장소가 하필이면 불륜 상대가 운영하는 식당. 그곳에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동급생 윤아를 보고야 만다.  

 

김혜준
영화 ‘미성년’의 김혜준(사진제공=쇼박스)

김혜준은 500여명이나 몰린 오디션을 4차까지 치르고서야 결코 녹록치 않은 사태를 맞은 주리를 연기할 수 있었다.

“배우들 모두 주리와 윤아를 준비해야 했어요. 그렇게 했던 과정들이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된 건 두말할 필요가 없죠. 처음에는 윤아 역할이 더 탐났어요. 하지만 또래가 가진 단단함과 보듬는 주리의 성격이 저랑 닮았더라고요. 결국 주리 역할이 저에게 왔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큰 딸처럼 챙겨주신 김윤석 감독님의 첫 상업영화가 제 장편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너무 좋아요.”

배우 선배가 감독인 현장은 양날의 검일 수 있다. 극렬하게 예민할 수도 혹은 살뜰한 챙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혜준은 이 질문에 대해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했다.

촬영이 끝나고나서야 실제 아버지의 이름이 감독인 김윤석과 같음을 고백했을 정도로 김혜준과 ‘미성년’은 운명같은 작품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40회차에서 28회차가 넘게 나오는 분량이었지만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갔다. 24살이지만 교복을 입자 다시 17살 때의 김혜준이 나왔다고. 대본에 없던 장면에서는 실제 집에서 하는 행동이 나와 영화를 본 부모님이 즐거워하셨단다.

“실제로도 아빠와 사이가 좋아요. 귀여움을 많이 받는 막내딸이거든요. 원래는 ‘어깨를 주무른다’라는 장면이었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등을 밟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가끔 소화가 안되거나 어깨가 결릴 때 집에서 하는 행동이잖아요. 역설적으로는 이미 모든 걸 다 아는 딸에게 밟히는 신인데 현장에서 바뀌고나선 집에서처럼 했더니 한번에 오케이가 났어요. 아무래도 영화 속 주리의 어리광은 저에게 나온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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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바뀐 등 밟는 장면. 폭풍전야의 분위기가 감지되는 중요한 신이다. (사진제공=쇼박스)

 

스스로는 젖살이 늦게 빠지는 타입이라고 했지만 김혜준은 가녀린 타입이었다. ‘미성년’에서는 역할을 위해 검게 머리를 염색하고 하나로 묶어 여고생의 느낌을 살렸다. 실제 성격상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경향이 있기에 주리에 녹아들 수 있었고 어른들의 균열에 영향을 받는 10대의 예민함을 오롯이 살릴 수 있었다.

“후반부에는 감정적으로 좀 힘들었어요. 못난이(배다른 동생의 태명)를 안고 걸어가는 장면에서 많이 울컥했거든요. 너무 행복한 현장이었기에 더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찍을 때는 몰랐는데 죽을 때까지 완전한 어른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씩 어른이 돼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라는 걸 주리를 연기하면서 깨달았어요. ‘나는 과연 좋은 어른인걸까?’란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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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성년’의 옥상신. 단단하고 배려심 많은 주리의 모습을 훌륭히 연기해 낸 김혜준. (사진제공=쇼박스)

 

주리는 안정된 울타리에서 자랐지만 누구보다 강하게 사태 해결에 나서는 캐릭터다. 극중 김혜준이 계단에서 마주친 상급생 언니에게 눈을 내리까는 모습이나 엄마가 맨발로 뛰어나와 안겨준 도시락을 먹는 장면 등에서 보여주는 강인함은 그가 꽤 준비된 배우라는 사실을 느끼게 만든다.

도리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의 연기 비난이 가혹하게 느껴질 정도다. 연출의 맥 끊김이 신인배우에게 가혹하게 향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미성년’의 모습은 안정적이고 현실적이다.

“조만간 ‘킹덤2’ 촬영에 들어가요. 그런 평가조차도 저에 대한 관심이고 안고 극복해야 할 지점이라고 봐요. 사극 도전이 처음이었던 만큼 시즌 2에서는 더욱 노력할테니 지켜봐 주세요. 아직까지는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현장에 있는 제가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배우로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연기를 할 수 있겠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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