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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국회 비서에서 반찬 가게 사장으로… 30세 청년 창업자 ‘함지박’ 이태현 대표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가정식 반찬 배달서비스 '함지박' 이태현 대표

입력 2019-05-20 07:00
신문게재 2019-05-20 18면

치킨·피자 정도에 머물던 배달 서비스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스테이크, 똠얌꿍 등 맛집 배달은 물론이고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셰프들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셰플리)도 생겼다.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최근 새로운 배달 서비스로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있다. ‘가정식 반찬 배달 서비스’를 내세운 ‘함지박’ 이태현 대표(30)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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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박 이태현 대표가 자신의 매장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함지박)

 

이태현 대표의 이력은 여느 식품업체 대표와는 조금 다르다. 대학에서는 체육을 전공했고 졸업 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2년간 재직했다. 국회의원 비서관이 어떻게 외식 산업에 뛰어들게 됐을까.

이 대표는 국회 재직 시절 문화·관광을 담당하며 한국 외식 산업 실태를 조사하던 중 한국 사회가 가정식까지 배달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봤다. 한국 식문화 특성상 잘 차려진 가정식에는 다양한 반찬이 필수이므로 자연스레 사업 아이템은 ‘가정식 반찬 배달’이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아이템을 생각하고 바로 창업한 것이 아니라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후 1년간 가정식 정찬을 하는 전국 식당을 돌아다니며 반찬을 맛봤어요. 식도락 여행이었죠. 그렇게 다니며 한식은 신선함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이 대표는 소비자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작정 반짝하는 아이템을 쫓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살피며 1년간 고민했다. 그동안 시장은 점점 더 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반찬몰 시장 규모는 1000억 원을 넘어섰으며 국내 반찬 시장은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앞으로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스타트업 기업 중심으로 구성되던 시장에 이제는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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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박 매장 앞에서 사진 촬영하는 이태현 대표 (사진=함지박)

 

동원F&B의 ‘더반찬’, 신세계의 ‘쓱찬’, BGF리테일의 ‘헬로네이처’ 등 업체도 다양하다. 이런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함지박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는 ‘당일 배송’과 ‘품질’을 꼽았다.

“시장이 커지고 업체가 다양해지자 소비자들도 ‘퀄리티’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함지박’은 고정되어있는 반찬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하루 단위, 매일 다르게 구성되어있는 한 끼의 식사를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당일 조리해 배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점이 기존 업체와 차별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 ‘함지박’은 매일 다른 식단 구성(메인 반찬, 샐러드, 국, 사이드반찬)과 함께 저염식과 조미료를 넣지 않은 반찬을 만들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함지박의 메뉴들은 가정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메뉴도 많지만 이러한 차별화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그는 자부했다.

“함지박의 반찬은 소금을 적게 쓰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건강과 영양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른 반찬가게와 달리 매장판매를 하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회사의 디자인부터 깔끔하게 바꿨습니다.”

실제 가게는 배달 전문점이지만 하얀색 톤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고 실내는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깨끗했다. 인테리어 하나하나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이 대표는 “이 모든 것을 직접 만들었다”며 “배달 전문점이지만 음식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깨끗한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업 초기지만 가능성이 보이면 가맹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도시 및 젊은 세대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경우 외식산업과 배달산업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젊은 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및 가맹사업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 대표의 대답은 개인적인 성공에 대한 것이 아닌 외식 창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는 것이 장기적인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전공자로 창업을 준비하며 깨달은 것이 많습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돈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 창업 준비를 시작할 땐 ‘사막에 떨어진 기분’이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외식에 정통한 전문가를 만나 겨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소자본으로 창업하려고 하는 청년과 여성들에게 창업 절차,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의 식탁에 우리의 음식을 올라가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에 임하겠습니다.”

이 대표의 당당한 각오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자못 궁금해진다.


김승권 기자 peac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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