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브릿지 칼럼] 지금 북미협상에 필요한 것

입력 2019-05-20 18:00
신문게재 2019-05-21 23면

김우일
김우일 대우M&A 대표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고위장관회담을 수없이 거쳐도 뚜렷하게 가시화된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북미 두 나라가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어설픈 양보가 두 나라의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하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것이다.

미국은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핵체제가 계속되면 한국, 일본 등 주변국가에서도 핵개발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처지로 세계 경찰패권국가로서 역할을 잃게 되고 나아가 전 세계가 핵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심을 가지고있다.

북한 역시 폐쇄된 공산국가로서 체제안정을 위해 과거 30여 년 동안 경제개발과 재래식군비확장을 포기하고 오로지 비밀리에 핵개발에 집중해왔다. 그렇기에 확실한 대가 보장 없이 핵을 먼저 폐기하는 것은 국가체제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이나 북한 모두 건곤일척의 벼랑 끝 전술로 협상에 임하고 있어 좀처럼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북미 협상의 양태를 보면 다음과 같은 저변의 전략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선고후락(先苦後樂)이다. 제일 먼저 가장 어려운 문제를 이슈화해 상대방이 지치기를 기다려 점차 쉬운 단계로 넘어가는 전략을 뜻한다. 미국이나 북한 모두 상대방이 수용하기 어려운 이슈를 먼저 내놓고 있다.

두 번째, 허장성세(虛張盛勢), 상대방의 기세를 꺾기위해 실속없이 큰소리치거나 허세를 동원하는 전략이다. 미국이나 북한 모두 상대방의 기를 죽이는 호언장담이 판을 이루고있다.

세 번째, 성동격서(聲東擊西),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은닉한채 겉으로만 다른 목표를 내세우는 전략이다. 미국이나 북한 모두 상대방의 실질최종목표를 서로 알지 못하고 의혹의 눈초리만 보내고있다 .

네 번째, 조삼모사(朝三暮四),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제안했다가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제시해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게끔 상대방을 설득하는 전략이다. 미국이나 북한 모두 상대방에 양보하는 제시안을 먼저 내놓으며 기선제압 싸움을 하고있다.

그런데 미국과 북한이 구사하는 이 네 가지 전략에는 특이점이 있다. 바로 상대방에 대한 의구심과 불명확성이다. 협상은 자고로 신뢰심과 명확성이 뒷받침되어야 성사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않고 우선 일방적승리만의 자세를 취하는 현재의 북미협상은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상대방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다. 협상전략은 일방적 WIN-LOSE게임이 아닌 쌍방적 WIN-WIN 게임이 돼야한다.

이를 위해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 본부장)는 당사자들이 다음과 같은 고사성어를 교훈으로 새로운 협상자세로 임해 역사적인 한반도의 바램이 실현되기를 바랜다.

교주고슬(膠柱鼓瑟)과 교왕과직(矯枉過直)이다.

교주고슬은 거문고 기둥을 아교로 붙여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거문고는 현을 받치는 기둥발을 밀고 당기며 여러 음색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드는 것인데 제일 청아하고 맑은 소리가 나는 지점에 아교를 딱 붙여놓고 연주를 하는 것을 교주고살이라 한다. 즉 제일 좋은 소리만을 가지고는 노래가 되지 않는다. 즉 최상을 고집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교왕과직은 굽은 것을 바로잡으려다가 정도에 지나치게 곧게한다는 뜻으로 잘못을 바로잡으려다가 지나쳐서 오히려 더 나쁘게 됨을 의미한다. 이 역시 최상을 고집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성공하려면 두 나라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으려는 태도를 버리고 한발씩 양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