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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보행 노인 교통사고 증가세… '스쿨존'에 치여 10년 넘게 홀대 '실버존'

"실버존? 어디 있는지, 위반 시 어떤 처벌 받는 지 몰라"
지자체 최근 인프라 구축 나서고 있지만 예산 등 태부족

입력 2019-05-24 07:00   수정 2019-05-23 13:49
신문게재 2019-05-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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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과 ‘실버존(Silver Zone).’ 우리 도로교통법에는 차량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해 주는 ‘스쿨존’과 함께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한 노인보호 구역, 이른바 ‘실버존’이 2008년부터 운용되고 있다. 이들 구역에서는 모두 속도를 30km/h 이하로 낮춰 교통사고를 예방토록 되어 있다. 위반시 벌금도 2배다. 하지만 스쿨존은 잘 알지만, 실버존은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어르신들이 많이 오가는 시장이나 공원, 체육 시설 인근에 지정되어 있어도,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공휴일 없이 적용되고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고령자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세다. 



◇ 심각한 노인교통사고률 증가세

 

보행자 사고 추이

 

노인이나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져 교통사고 당할 확률이 높다. 부모나 선생님 등이 늘 보호해 주는 어린이들과 달리 ‘상시 돌봄’ 대상에서 비켜서 있는 어르신들은 상대적으로 교통사고 가능성에 더 노출되어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행자 사망 교통사고 비율은 40%에 이른다. 20% 안팎인 OECD 보행자 사망률에 비하면 2배 수준이다. 2017년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 4185명 중 보행 사망자가 40%(1675명)이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4%가 노인보행자와 어르신 운전자 사망 사고다.



경찰청 통계를 봐도, 2017년 한 해 동안 노인 교통사고가 3만 7555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5% 가량인 1767명이 유명을 달리 했다. 부상자 수는 4만 579명에 이른다. 2016년에 비해 사고 건수로는 5.0%(1794건) 늘고 사망자 수는 2.0%(35명), 부상자는 5.6%(2166명)가 각각 증가했다.

가장 많은 사고는 횡단보도에서 일어났다. 무려 6575건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가 555명이었다. 부상자는 6118명. 그 다음이 ‘차도 통행 중’ 사고로 1074건에 달했다. 사망자 103명에 부상자가 983명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횡단 중 사고’였다는 얘기다. 그 대부분이 실버존 미 설치 구역에서 발생했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고광선 사무처장은 “건널목 건너는 데 정해진 시간은 20초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어린이들은 그 동안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지만, 어른신들은 불가능하다”며 어르신 배려 차원에서 건널목 깜빡이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 10년 넘었는데도 ‘듣보잡’ 실버존

도로교통법 제12조의 2항을 보면 ‘시장 등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노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시설의 주변도로 가운데 일정 구간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차마의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양로원과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자연공원, 도시공원, 생활체육시설 등이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 전국에 800개소 안팎이 있다고 한다.

노인보호구역은 지자체에서 지정 및 운영한다. 어린이보호구역과 동일하게 통행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로 제한되고 주정차가 금지된다. 표지판, 도로표지 등 도로부속물을 설치할 수 있고 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시설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보호구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실질 효과는 그다지 없었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노인보호구역 내에서도 2017년의 경우 ‘횡단 중 차에 부딪히는 사고’가 1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0명이 부상당하고 3명은 목숨을 잃었다. 노인보호구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4.6명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 달한다. 고령자 보행자사고 발생 데이터를 보면 75세에서 79세 사망자가 거의 30%에 이를 정도로 가장 많다. 환절기인 10월에 사고 비중이 거의 10%에 이르며, 사고 시간대는 오전 10시에서 12시가 15%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은 2015년부터는 유럽의 ‘30 존(ZONE)’을 벤치마킹해 ‘생활도로구역(30구역)’이란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면도로를 ‘보행자 우선구역’으로 지정해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하면서 나름 효과를 보고 있지만, 차량 운전자들의 보행자 어르신 보호 인식은 아직도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재원 있어도 스쿨존에 우선순위 밀려… 노인보호 인프라 재구축 절실

 

실버존1

 

지자체마다 노인보호구역 지정에 나름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일관되고 지속적인 제도 시행 및 운영에는 한계가 보인다. 서울시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4곳이 지정되어 있지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위반 스티커를 발부받은 운전자와 경찰 간 다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자체는 절대수도 부족하다. 경기도만 해도 파주시에는 50곳 가까이 노인보호구역이 설정되어 있지만 인구 100만을 넘긴 고양시의 경우 5곳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구가 많은 광명시와 과천, 안성, 하남, 여주, 양평, 의왕, 오산, 구리 등도 1~2곳에 불과한 형편이다. 지자체장들이 주민들의 민원과 교통정체를 우려해 보호구역지정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호구역을 줄여야 하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괴리감이 크다.

그나마 최근 들어 일부 지자체들이 적극 나서고 있어 확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인천시는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려 노인보호구역을 대폭 확대 중이다. 현재 75곳인 실버존을 2022년까지 375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시설장의 신청에 의해서만 지정할 수 있었던 실버존을 앞으로는 노인복지시설과 도시공원, 생활체육시설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가 직접 지정할 방침이다. 연 20억 원을 투입해 실버존 보호구역 표지판과 노면표시, 과속방지시설 등을 설치해 노인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충남 예산군도 취약계층 교통환경개선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55억 원을 들여 관내 주요 교통사고 위험지역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는 한편 100억원 이상을 들여 23개소 군도 및 농어촌도로 확포장 사업과 도로유지관리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예산경찰서와 협업해 54개 과속우려 지역을 선정하고 노인보호구역도 33개곳에서 36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산시는 관내 노인보호구역 89곳에 CCTV와 비상벨 등 안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LED 안내판까지 설치해 야간 안전 운행을 도모할 계획이다. 국비(특별교부세)와 시 예산을 포함해 15억원을 들여 24시간 어르신 안전 관찰 시스템을 완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주문한다. 실버존의 10배가 넘는 스쿨존은 대부분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데 반해 실버존은 열악한 지자체 예산 사정 때문에 부실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에 비해 너무 푸대접받고 있는 고령자들의 안전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지자체는 특히 노인 보호 구역이 보다 쉽게 식별되도록 안내판 설치를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도로 횡단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 특성에 맞춘 신호등 점멸 간격 조정 등의 전향적 조치도 요구된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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