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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안 되는 매장은 문 닫아라?…이마트24의 이상한 상생 시스템

점주 직접 매일 발주금액 처리…돈없으면 발주 못해
저매출→상품발주 제한→경쟁력 악화→저매출…악순환 '늪'
1000만원 한도 외상발주에도 연 이자 1.1%
이마트24 "점포당 매출 확대 노력할 것"

입력 2019-05-27 06:00
신문게재 2019-05-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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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에 위치한 한 이마트24 매장 내부. 발주를 하지 못해 매대에 상품이 비어있다. (제보사진)

 

#충청남도에서 이마트24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매출이 떨어지면서 상품 수를 줄이다 못해 더 이상 발주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상품 구색이 떨어지자 고객의 발걸음은 기존보다 더욱 떨어졌고 급기야 폐업에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광주의 이마트24 점주인 B씨는 최근 창업대출 3000만원을 받았다. 자금이 없어 상품 발주를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본사에 얘기하자 B씨에게 되돌아온 것은 ‘발주를 하지 말거나 알아서 하라’는 답변뿐이었다.

이마트24 점포 가운데 매출이 낮은 일부 점포가 발주 상품수를 줄이거나 아예 발주 자체를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반 편의점과 다른 이마트24의 사업구조 탓이다. 이런 상황에도 이마트24 본사는 뒷짐만 지고 있어 ‘상생편의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26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의 매출이 낮은 일부 점포들은 상품 발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일 점주의 돈으로 상품 발주를 해야 하는데 매출이 나오지 않아 당장 쓸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점주들은 대출을 받거나 상품 가지 수를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한계에 다다른 점포는 급기야 폐업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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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에 위치한 한 이마트24 매장 내부. 발주를 하지 못해 음료수 냉장고가 비어있다.(제보사진) 

 

이처럼 상품 발주로 어려움을 겪다 폐업하는 사례가 유독 이마트24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은 예치금 제도라는 이마트24의 독특한 발주시스템 때문이다. 예치금 제도는 일일 발주 금액이 점주의 계좌에서 매일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월 단위로 정산을 하는 기존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다르다.

이는 이마트24가 다른 편의점들 처럼 프랜차이즈 방식이 아닌 ‘볼런터리 체인(상품공급점)’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상품공급점 사업방식은 본사가 가맹점에게 로열티가 아닌 일정의 회비를 받는 한편 본사가 가맹점에 물건을 공급할 때 마진을 붙여 공급한다. 대신 판매 수익은 점주가 모두 가져가게 된다.

반면 프랜차이즈 방식을 채택한 CU, GS25 등 국내 주요 편의점은 월 단위로 가맹점의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을 본사와 가맹점이 나누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매일 현금을 내고 발주를 해야하는 예치금 제도아래서는 매출이 낮은 점포는 돈이 없어 발주를 적게 하게되고, 발주를 못해 상품구색이 떨어지면 더 장사가 안되는 악순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번 장사가 안되거나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나락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발주를 하지 못해 매장이 비는 점포가 늘어나자 이마트24는 ‘간편입금제’라는 제도를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간편입금제는 한도 1000만원까지 외상으로 상품을 발주 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하지만 연 1.1%의 이자를 받고 있어 사실상 대출이라는 게 점주들의 중론이다.

서울의 한 이마트24 점주는 “간편입금제는 1000만원 한도의 연 이자율 1.1% 마이너스 통장이며 1000만원 한도가 되면 발주 조차 안 된다”며 “저매출 점포에겐 빚 내서 발주하라는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에 대해 이마트24는 기존 편의점과의 방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며 점주의 의견에 귀 기울여 점포당 매출을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기존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경우 카드와 현금 매출을 본사에 매일 보내는 방식이나 이마트24는 본사에 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점주 계좌에서 매일 발주한 금액이 빠져나가는 방식”이라며 “기존 편의점들도 매출이 안 나오면 외상으로 발주 하더라도 월정산 시점엔 결과적으로 마이너스가 돼 어려움을 겪는 건 똑같아서 기존 편의점과 이마트24가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마트24만의 차별화된 상품들이나 동업계가 시도하지 않은 다양한 서비스 확대해서 점포당 매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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