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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프로를 꿈꾸는 청춘에게

입력 2019-05-27 14:47
신문게재 2019-05-28 23면

오피니언-김시래
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의 안성진팀이 장안의 화제다. 팀 리더인 안성진은 자작곡인 ‘대리암’을 가지고 첫 무대를 꾸몄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선생님인 안성진은 의상도 과학자처럼 입고 가사에 화학 공식과 용어까지 담았다. 


“나는 대리암 염산과 반응하면 이산화탄소를 내며 녹는 대리암. 그간 많은 스트레스 견뎌내며 비로소 대리암이 되었다네 모든 게 완벽했던 그 어느 날 난 너를 만나게 된거야.”



안성진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노래했고 멤버들은 하나가 되어 연주했다. 장발 단속을 피해 골목골목으로 피난하던 시절, 혜성처럼 나타나 “아니 벌써”라는 곡으로 젊은이들의 숨통을 틔워 준 ‘산울림’을 보는 듯 했다. 결국 그들은 실력파로 손꼽히는 경쟁자를 꺾었다.

영화 ‘미스 스티븐슨’은 고교 여선생과 제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2박3일의 연극 캠프에서 서로의 상처를 발견하고 위로하며 극복해 나간다. 선생은 개인 연기 도중 대사를 잊어버려 뛰쳐나가 화장실의 문을 잠그고 울음을 터트린 학생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네는데 그녀가 걸터앉은 곳은 옆칸의 화장실 변기통 위다. 이들은 우산을 씌워주기보다 비를 함께 맞아주는 방법으로 서로에게 다가간다. 상처는 타인에게 다가서는 가장 가까운 통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처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장을 발견한다.

지난 주 어느 평범한 날 저녁 장충동 동국대 A122강의실에 66명의 학생이 모였다. 광고홍보학과 학생들이 주로 듣는 크리에이티브 입문 시간이다. 이번 학기 열 번째 강의였다.

나는 ‘기다림의 미학’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소외받은 자들의 소통과 기다림을 다룬 영화(만추, 2010)와 인간의 부조리한 삶과 희망을 다룬 연극(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을 소개하고 같은 주제의 광고 몇 편을 보여 주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기다림의 미덕이고 그것이 성공적인 사회 생활에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수도 있음을 나의 지난날에 빗대어 들려 주었다.

발상의 힘을 기르기 원하는 분들에게, 능력있는 비즈니스맨을 꿈꾸는 분들을 위해 요약한다.

안성진과 같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 다듬고 내질러라. 이 시대는 출석부의 한 줄 같은 존재를 원치 않는다.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감을 고민하고 확보해야 한다. 과제 리포트든 입사 지원서든 프로젝트 발표 원고든 남들이 할만한 이야기는 생략해라.

두 번째는 타인과 함께 가라는 것이다. 조직 사회에서 이타심을 버린 동료는 위험하다. 전체의 성과를 날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과 개인주의가 팽배할수록 비즈니스 세계의 승자는 연결력의 소유자다. 사실 행복은 감정의 문제다. 나의 경우만 해도 회사 생활의 행복감은 타인으로부터 인정 받을 때 찾아왔다. 그러니 당신 앞의 타인을 환대하라.

마지막으로 인생은 타이밍의 예술, 공자도 시중(時中)이라고 했다. 조직 생활이야말로 때를 아는 자의 낚시터다. 생각이 안 풀릴 때, 일에 실패 했을 때 오히려 기다려라. 서둘러 붙잡은 인연으로 수렁에 빠진 인생을 여럿 보았다. 인생은 단판 승부가 아니다. 다음 기회가 진짜 기회다.

 

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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