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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3545 심금 울린 '요정핑크'를 아시나요?

[문화공작소] 1980년대 높은 인기를 끌은 만화가 김동화의 작품
정략결혼 싫어 지구로 도망친 공주님, 지금 세계에선 어장관리녀
현실적인 엔딩과 세계관으로 동심 매료시켜

입력 2019-06-05 07:00
신문게재 2019-06-05 15면

요정핑크
전 5권으로 이뤄진 추억의 만화 ‘요정핑크’.(사진제공=나무위키캡쳐)

 

“김동화의 ‘요정핑크’ 전권 구합니다” “상태좋은 ‘요정핑크’ 3권 원해요. 후사하겠음”



‘요정핑크’가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이름을 딴 굿즈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3545 세대들의 유년시절을 책임진 만화책 제목이다. 당시 보물섬에 연재된 이 만화는 인기에 힘입어 TV버전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당시 더빙을 맡은 성우들도 쟁쟁했다. 박기량, 박소현, 박일 등 대체적으로 훈남훈녀들의 목소리를 주로 맡았던 스타급 성우였다. 원작의 인기는 대단했지만 TV로 넘어와서는 고전을 금치못했다. 38회로 연재된 내용을 2시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담으려다 팬들의 화를 자초한 것. 그래서일까. 인터넷상의 자료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요정핑크’는 정략결혼을 앞둔 공주가 지구로 오면서 시작된다. 사실은 8등신의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지만 변장을 위해 꼬마 소녀가 되어 생활한다. 생활능력도 없는데다 제멋대로인 성격은 우연히 함께 살게 된 사진작가 빈에게 골칫덩이나 다름없다. 사실은 부잣집 아들이지만 신분을 속이며 살고 있는 빈은 이 막무가내 꼬마에게 수없이 말려들고 뒤치닥거리를 하다가 정이 든다.

빈의 가정사도 복잡하다. 사진으로만 남겨진 엄마를 그리워 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다 작가가 됐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 아들인 그를 아버지는 가만히 두지 않는다. 경영수업은 하지 않고 걸작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빈. 우연히 찍은 사진을 아버지 회사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출품하는데 그 대상이 하필이면 핑크를 찾으러 요정 세계에서 온 레인보우 왕자다.

‘요정핑크’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다. 파격적인 엔딩도 그렇지만 캐릭터 각자에 숨겨진 사연을 심어둠으로써 주요 독자층인 동심에도 충실했다. 대부분 정략결혼이라 하면 당사자의 감정은 상관하지 않게 표현된다.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결혼 상대자인 레인보우 왕자가 진심으로 핑크공주를 사랑했다. 그렇기에 지구로 오면서 벌을 받게 되는 상황도 나온다. 핑크 역시 인간인 빈에게 느낀 감정을 접고 자신의 더듬이를 태워 레인보우 왕자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결말을 택한다. 서로 다른 세계를 사는 현실을 인정하고 각자의 행복을 찾아간다는 설정도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이었다.

당시 만화들은 현실 도피나 ‘결국은 행복했다’는 해피 엔딩이 대부분이었기에 ‘요정 핑크’의 가슴 아프지만 현실적인 엔딩이 수많은 어린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아이들도 나이만 어렸지 사실 알만한 건 다 안다는 사실을 김동화 작가는 간과하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요정 핑크’에는 미워할 수 없는 7명의 전사가 나온다. 역시나 지구에 오면서 꼬마아이들로 변했지만 사실은 레인보우 왕자가 공주의 보디가드이자 요정왕국으로 데려오게 특수 훈련시킨 인재들이다. 지금 봐도 2% 어리버리한 설정이 폭소를 자아낸다.

동심을 기반으로 했지만 한번 읽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들은 ‘요정핑크’의 절판과 더불어 치솟는 몸값을 자랑 중이다. 요요코믹스에서 5권으로 단행본이 나왔고 1990년대 중순에 나나 코믹스에서 재발간된 후 권당 4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요정핑크’는 그나마도 중고 책방에서 구할 수 없는 희귀템이다.

실제 저 위의 문구는 각종 만화와 중고책 전문점에서 실제 올라온 글들이다. 아마도 판권과 원작자의 마음에 달렸겠지만 ‘요정핑크’의 복간을 진심으로 바래본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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