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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기생충'의 장혜진 "정말 이상한 영화라니까요"

[人더컬처] 영화 '기생충' 장혜
"화를 내지 않는 봉준호 감독님 스타일, 많이 배우고 느꼈던 현장"
"연기를 포기했던 경험, 충숙의 심리 상태 표현하는데 많은 도움 됐다"

입력 2019-06-11 07:00   수정 2019-06-11 09:13
신문게재 2019-06-11 15면

JangHJin
장혜진은 연기를 포기했던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며 인터뷰 내내 자신을 이끌어준 가족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은 이상한 영화다. 봉준호 감독 스스로 표현하는 이 ‘이상함’의 중심에는 배우 장혜진(43)이 있다. 극중 그가 맡은 충숙은 가족 전원이 백수인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다. 전국 체전 해머 던지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전직 체육인이다. 살 길이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중 현실을 직시하는 동시에 여러 사건을 방관하는 역할이다.  

 

오랜 무명기간을 거쳐 툭 튀어나온 듯한 장혜진은 사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 연기과 출신이다. 전국의 난다긴다하는 배우 지망생들이 몰렸던 연극과는 매해 가장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한 학과기도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인’을 키운다는 모토로 출발한 한예종은 졸업 전 활동금지와 더불어 살벌한 학칙, 고난이도 커리큘럼 등으로 유명했다.

 

장혜진
장혜진은 연기를 포기했던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며 인터뷰 내내 자신을 이끌어준 가족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번은 다른 학교와 단체 미팅을 한 사실을 안 담당 교수님이 ‘너희 살만 한가 보다’며 토요일까지 수업을 하셨어요.(웃음) 주 6일을 학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죠. 한예종 출신? 운이 좋아 들어간 거지 지금 입학한다고 하면 떨어질 것 같아요. 그만큼 쟁쟁한 후배들이 너무 훌륭하게 활동하고 있어서 뿌듯합니다. 제가 ‘기생충’으로 학교의 명예를 높였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죠.”


충숙이 가사도우미로 취직하는 집 주인인 박 사장 역할의 이선균과 딸 기정을 연기한 박소담 역시 같은 학교 출신이다. 

 

고용인와 피붙이로 발현되는 이들의 연기력은 ‘기생충’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송강호에 못지 않은 충만함으로 곳곳을 아우른다. 

 

장혜진은 “사실 그동안 연기를 오래 쉬고 있었다. ‘살인의 추억’ 당시 봉준호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을 때도 거절했던 나다”라면서 “하지만 이렇게 ‘기생충’으로 이어진 걸 보면 인연은 인연”이라며 특유의 호탕한 미소를 지었다. 


극 중 충숙은 후덕한 외모의 소유자로 누구보다 가족을 챙긴다. 백수인 남편을 구박하고 딸의 남다른 손재주를 칭찬한다. 5수에 가깝게 대입준비를 하는 아들을 측은하게 생각하면서 발포주를 들이키는 모습은 짠하지만 억척스럽다. 아들의 번듯한 명문대 친구가 집에 수석을 갖다 주자 “먹을 거나 사오지”라며 핀잔을 주는 모습은 우리네 평범한 모성을 대변한다.

“무엇보다 가난하면 헐뜯고 원망하며 살 거란 안 좋은 선입견을 깨서 좋았어요. 충숙은 기본적으로 ‘나 아니면 이 사람들을 누가 돌보지?’ 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에요 저와 충숙은 평생의 꿈을 포기한 공통점이 있어요. 저는 배우를 포기했었고 충숙은 운동을 관두고 평범한 아줌마가 됐으니까요. 캐릭터를 위해 15Kg을 찌우고 다시 하루 2시간씩 죽어라 운동해 뺀 것도 이제는 추억일 정도로 역할에 빠져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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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컷.(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어린 시절 부산에서 장혜진의 존재는 남달랐다. 남다른 리더십과 끼로 학창시기를 보내던 중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세상의 눈을 떴다. 그는 “내가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걸 생각해보니 탤런트가 되는 것이었다”며 당시를 추억했다. 그때 연기학원을 다니며 사귀었던 절친이 김숙이다. 그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하는 소중한 친구이기도 하다. 

 

장혜진은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뜨지 못하니까 결국 생활인으로 돌아갔다. 그때 이창동 감독님이 저에게 해주신 말이 있다”며 이후 10년의 단역과 무명생활을 버틴 문장을 연극 대사처럼 읊었다. “짧은 슬픔, 긴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너의 삶이 연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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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시절 절친인 김숙의 소개로 지금의 아이오케이컴퍼니에 둥지를 틀은 장혜진. 고현정, 조인성,진기주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소속되어 있는 소속사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에 대해 “영화 ‘밀양’(2007)의 현지 오디션 때 들은 말”이라고 전한 장혜진은 “그 전에 ‘박하사탕’(1999) 오디션에서 떨어졌는데 저를 기억하고 계셨다. 슈퍼마켓 직원부터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를 쉬고 있다고 하니 저 말을 해주시면서 다시 연기를 하라고 용기를 주셨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출연료보다 회식비와 용돈을 더 많이 쓰고 다니는 저에게 ‘등골 브레이커’라고 놀리는 남편이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 못 있었을 겁니다.(웃음) 묵묵히 제 길을 지원해줬어요. 늦둥이 아들과 어느새 훌쩍 큰 딸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가족들이 아니었다면 ‘기생충’의 연기는 나올 수 없었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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