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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쪽짜리 기업상속 지원세제, 무엇이 중한가

입력 2019-06-11 14:12
신문게재 2019-06-12 23면

11일 정부·여당 당정협의에서 발표된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 방안은 한마디로 미흡하다. 외형적으로 현행 10년인 사후관리기간의 7년 단축, 자산처분 예외사유·고용유지 의무 완화, 상속세 분납 특례 대상 확대 등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쪽이지만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까지 업종변경이 허용된 것도 진전이다. 가령, 물려받은 전분공장을 제빵으로 업종 변경을 해도 상속세 공제를 받는다. 까다로운 공제 요건이 다소간 완화한 점은 인정된다.

그런데 기업이 원하는 개편 방안이라는 확신은 서지 않는다. 가업 사후관리 기간 단축이나 업종 변경 범위 확대 등 변죽만 주로 건드렸다. 경제계가 요구하는 상속세 최고세율 등 핵심은 이리저리 비껴갔다. 공제 대상과 액수는 그렇다 치고 세율 완화에 소극적인 것은 부자 감세라고 반발하는 쪽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이다. 피상속인이 소수 고소득층이고 특혜라는 시각이 여전히 정책 입안자들을 지배하는 정서인 듯하다. 실효성이나 체감 효과는 부담이 없는 일반인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헤아려야 이치에도 맞는다.

다시 지적하지만 기업 경영 의욕이나 기업 눈높이에 맞춘 가업상속 공제의 대폭 완화는 아니다. 당정이 일정 부분만 완화하고 성실경영 책임으로 방향을 튼 것은 반(反)기업 진영의 눈치를 살폈기 때문 아닌가. 경제 활력라든지 경영권 방어, 특히 해외 투기자본 방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기업이 내세우는 입장은 또 희석됐다. 부의 대물림 비판에 가볍게 묻혀버렸다. 사실상 세계 최상위권인 상속세율을 손보는 것이 아니라면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 국회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 개선 TF(태스크포스) 등에서 사전증여나 사후관리 요건도 광범위하게 완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6개 중소기업 단체의 요구이기도 하다.

낡은 20세기 규칙은 버릴 때다. 자산, 지분, 업종, 고용 각 부문에서 전향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도 대분류까지 풀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방향이 아닌지도 재검토 대상이다. 징벌적 수준의 세금을 선심 쓰듯 깎아주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여북하면 ‘약탈적’이라는 표현을 썼겠는가. 세습과 집중으로만 보는 색안경은 벗었으면 한다. 상속을 제2의 창업으로 간주하는 인식 전환이 아쉽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가 결국 답이다. 기업상속 지원세제 개편에서 여당 내 이견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그리 중한가. 규제 완화 차원의 경영계 목소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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