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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중년 노후자금 '깡통소리'

입력 2019-06-16 13:58
신문게재 2019-06-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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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삶은 걱정의 연속이다. 하나 넘어섰다 안도하면 곧 또 다른 걱정이다. 여유를 부릴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 없겠다(티베트 속담)는 말에 무릎을 치며 헛웃음만 내보낼뿐이다. 걱정의 크기·길이가 문제일 뿐 누구든 예외는 없다. 동서고금, 나이·연령불문의 화두다. 특히 5060세대면 돈 걱정이 단연 앞선다. 표준적인 생애곡선 위에 있다면 공감하는 대목이다. 밑으론 부모로, 위로는 자녀로, 여기에 본인 삶의 책임자로 특정역할이 요구된다. 아쉽게도 만능열쇠(?)는 돈이다. 돈만 충분하면 상당부분 중년걱정의 이모저모가 완화된다.

그럼에도 현실은 정반대다. 중년정도면 돈을 불리는 게 아니라 헐도록 읍소·위협한다. 자녀나이 20대 이후 살인적인 사교육비에서 해방된 듯해도 오래가진 않는다. 착각이고 오해다. 사교육비는 가벼운 잽일뿐이다. 이후엔 청년실업·자녀결혼이 떡하니 버틴다. 취업이후 결혼선언도 처음에만 좋다. 짝을 이루겠다니 둘러봐도 이만한 효가 없다. 대견하고 대단하다. 그럼에도 속은 복잡하다. 결혼식·신혼집은 돈으로 현실화된다. 효는 결혼통보(?)에서 끝난다. 다음 공은 부모 몫이다. 보태자니 불안하고 빠듯하고, 안하자니 각박하고 안쓰럽다. 액수를 떠올리면 밤잠을 설친다. 결국엔 해준다. 샌 어퍼컷 한방. 잔고는 텅텅 빈다.

안타깝게도 이게 끝이 아니다. 그래서 인생 참 모질고 독하다. 잔고확충을 위해 정년까지 최대한 달려보자 했건만 갑자기 또 한방의 어퍼컷이 날아든다. 평생 건강한 보호막인줄 알았던 부모로부터의 인출요구다. 넉넉하진 않아도 본인들 여생거리는 준비해뒀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갑자기 쓰러지고 아프니 부모부양이 중년 삶의 한가운데로 밀려든다. 남의 일이었던 요양원·요양병원을 검색하는 게 일상이다. 좀 괜찮다 싶으면 부르는 게 값. 그나마 언제까지일지 힌트도 없다. 두 분이면 못 일어날 KO선언에 가깝다. 돈도 몸도 정신도 망가지기 십상이다.

이로써 본인의 노후자금은 깡통신세다. 자녀와 부모를 챙기니 본인대책은 여유도 능력도 없다. 그래도 포기는 불가. 다시 추스르며 앞날을 준비한다. 열심히 일하면 그래도 일부나마 쟁여둘 듯하다. 이쯤에서 미안한 상황 하나 더 추가.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듯 정년까지 일하자는 결심은 상상력에 불과하다. 50대 중반이면 일상적 정리해고 후보에 더 가깝다. 정년은퇴는 천연기념물로 승격된 지 오래 아닌가. 느닷없이 날아든 해고통지는 중년가계의 돈 걱정을 한방에 무너뜨린다. 걱정조차 무의미한 무방비의 그로기에 빠져 항복선언을 한다. 시간도 약일 수 없다.

극단적 사례라고, 본인은 예외라 우기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말 좋겠다. 정도의 차이지만 아쉽게도 자녀·부모·본인의 삼중고가 날릴 충격에 예외는 없다. 돈의 압박은 무차별적이다.

방법은 없을까. 회피는 어렵지만 완화는 가능하다. 노후자금이 1순위다. 세간의 시선과 운명을 탓해선 곤란하다, 자녀·부모이슈는 최대한 가볍게 대응하는 게 좋다. 가능한 수준의 실리우선이 최고다. 펀치가 날아와도 결정타만 아니면 버텨낸다. 본인 미래를 저당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삶은 현실이고 노후는 반드시 다가온다. 의외로 인생라운드는 생각보다 징하게 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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