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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팔고' 몸집 줄인 중형조선사 "통·폐합도 쉽지 않아"

입력 2019-06-17 15:17
신문게재 2019-06-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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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연합)

 

장기 불황에 시름하고 있는 조선업계가 구조조정과 M&A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여러 외부 요인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부딪혀 있다. 특히 영업 규모에서 비교가 안되는 대형 조선업체와 정부의 지원을 우선 받고 있는 소형조선사에 밀려 ‘샌드위치’ 신세가 된 중형조선사들은 각자도생도 어렵고 그렇다고 통합을 통한 생존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17일 조선업계와 창원지법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성동조선해양의 3차 공개매각이 유찰된 것은 본입찰에 참여한 3개 업체들의 자금 증빙서류 미비로 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3월 창원지법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이달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공개매각을 진행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통매각을 진행했던 1차 매각에는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2차 매각부터는 분할매각을 허용하며 후보 업체들이 나타났으나 법원은 해당 업체들의 자금 조달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연장한 성동조선의 회생계획안 가결기한은 오는 10월 18일이다. 4차 매각을 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만큼 청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한때 세계 수주 순위에서 8위까지 올라갔던 성동조선이 청산 직전 상황까지 놓이면서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국내 1·2위 조선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처럼 통폐합을 통한 중형조선사 재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남아있는 중형조선소들의 경우 장기 불황으로 인해 이미 구조조정을 거친 터라 자체적으로 M&A를 시도할 정도의 여력이 없음은 물론, 주력 선종 등 사업 구조에서 각자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 계열사인 수빅조선소의 부실로 자본잠식까지 겪었던 한진중공업은 조선 부문에서 상선을 정리하고 특수선 등 방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희망퇴직 신청은 물론 1조2000억원대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성동조선과 함께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벗어난 STX조선해양은 현재 고강도의 자력구제안을 이행 중에 있다. 지난해 비영업자산을 짓따라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고 올해 3월에는 삼강엠엔티에 방산부문을 매각하기도 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STX조선의 신규 수주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를 발급하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재무건전성 확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선조선과 대한조선 등 아직까지 수주가 끊이지 않고 이어오는 중형조선사도 있으나 조선소 간 거리와 주력선종의 문제로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중형조선사 관계자는 “지금 상선을 건조하는 중형조선사 중에서도 MR탱커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는 STX조선과 아프라막스·수에즈막스급 선박에 강점이 있는 대한조선은 차이가 있다”며 “같은 중형조선사로 묶이고 있으나 현재 남아있는 업체들은 주력하는 선종이 너무 달라 시너지 효과가 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조선업계를 위한 정부의 활력제고 방안이 나오고 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중형조선사 전체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정부의 방향성이 우선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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