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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일자리 미래' 뼈때리는 지침서…‘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 ‘일자리의 미래’

노동자의 삶과 일자리의 정의 새롭게 제시하는 두 책, 나란히 출간
도쿄대 출신 빈곤노동자가 경험한 '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VS4차 산업혁명과 AI시대의 '일자리의 미래'

입력 2019-07-10 07:00   수정 2019-07-10 07:49
신문게재 2019-07-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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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했던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사상 초유의 집배원 파업도 예상됐지만 일단 숨 고르기에 나섰다. 정부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 단위별로 교섭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쟁의행위를 이어가며 2차 파업 가능성도 열어뒀다. 

 

누가 이들을 거리로 내몬 것일까. 누군가의 부모이자 친구, 이웃, 자녀이기도 한 노동자들의 권리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최근 새로 나온 책 두 권은 비정규직과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논한다. 전자가 이웃나라 일본의 이야기라면 후자는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되짚는다.  

 

 

◇왜 일할수록 가난해질까? ‘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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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 (도쿄대 출신 빈곤노동자가 경험한 충격의 노동 현장)| 나카자와 쇼고 저 |손지상 역(사진제공=자음과 모음)

문재인 정부는 2017년에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장미대선을 치루고 나선 첫 행보였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하고 2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계약직 고용이 많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도 법적인 변화보다는 기업의 자발적인 의사에 맡겨두고 있는 처지다. 

 

‘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의 저자 나카자와 쇼고는 도쿄대 문학부를 졸업하고 마이니치 방송사에 입사해 아나운서, 기자로 근무하는 전도유망한 언론인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간병을 계기로 퇴사한 뒤에는 계약직 노동자가 됐다. 수많은 수치와 사실을 뉴스화 했던 그는 그 어떤 언론도 알려주지 않은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온 몸으로 겪은 뒤 책을 썼다.



이웃 나라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각 사연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잔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교통 사고를 당한 뒤 계약직임을 알고 나서 태도를 바꿔버린 운수회사, 나이든 베테랑 정비사에게 영업 능력을 할당해서 목표에 도달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퇴사시키는 제조업, 파견직 직원의 교통비를 가로채는 업체 등 꽤 사실적인 실상이 등장한다.



저자는 20대부터 50대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노동문제를 짚어내며 이는 결국 곧 누구든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별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의 일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동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악영향도 있음을 시사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개인과 기업 모두 직면해야 하는 문제임을 알리는 것이다.

또 젊은층이 스스로 계약직으로 가게끔 만드는 사회 제도와 당연시되는 연령 차별은 말할 것도 없다. 책에서는 굳이 세금을 많이 내고 책임을 지우는 정식 일자리보다 자유롭게 일한 만큼 번 돈으로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분위기 조성이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대물림되는 고용의 늪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전일제로 근무하며 아이의 교육에 힘쓰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공부하지 않고 바로 취직하겠다”는 입장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는 경우에는 정작 아이를 돌보는 주 양육자의 부재로 인해 심각한 사회문제로도 이어진다.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과 함께 “계층제 개선과 노동자의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면서 “경영자와 정규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끼리의 인간관계를 따듯하게 데울 분위기를 조성해야 개개인이 가진 역량이 어우러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심화되는 양극화 ‘일자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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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의 미래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저자 엘렌 러펠 셸|역자 김후|1만8000원 (사진제공=예문아카이브)

사실 일자리의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개인의 소득과 정부의 세금이 모두 일자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 일자리의 미래’의 저자 엘렌 러펠 셸 교수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의 상용화로 촉발되고 있는 일자리의 자동화가 특히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직업의 사다리를 통해 중산층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기계가 회계나 법률분석 등 나름의 기술역량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고 저임금의 노동력이 인간에게 할당되고 있다.

셸 교수는 “일자리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을 적게 주는 일자리가 아무리 늘어나봐야 보통사람들의 생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와 기업에서는 연일 고용증대를 위한 노력을 홍보하고 자신들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기술역량을 갖춘 인력을 부족하다”고 한탄한다. 이는 일자리를 볼모로 잡고 있는 기업들이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책은 일자리의 미래를 ‘교육’에서 발견한다. 대학 학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에서 핀란드의 교육현장은 창의력에서 시작되는 노동의 가치를 역설한다. 또한 스페인의 거대 협동조합 기업 MCC의 성공 사례를 통해 근로소득세 개편, 기본소득제도 확립,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사회적·제도적 합의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도 촉구한다.

무엇보다 ‘일자리의 미래’는 대중들이 일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을 색다르게 제시한다. 근면하고 노력해야 유지하거나 얻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정의를 다양한 직업을 통해 설명해 이해도를 높인다. 

 

보스턴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셸 교수는 그 어떤 수치와 연구논문 보다 설득적인 이 책의 사례들과 연구를 통해 “일자리 문제에 ‘낙수효과’라는 해법은 없다” 못 박으며 “기업, 정부, 교육계, 노동자, 일반 시민 등 당사자 모두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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