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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로미오와 줄리엣’에 빗댄 소년들의 성장극, 눈부셔야할 그들의 연대…연극 ‘알앤제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빗댄 소년들의 성장극, 조 칼라코(Jeo Calarco)의 연극 ‘알앤제이’
김동연 연출, 박정복·지일주·기세중, 홍승안·강영석·강찬, 손유동·강기둥, 송광일·오정택 출연

입력 2019-07-11 14:00

연극 알앤제이
연극 ‘알앤제이’(사진제공=쇼노트)

 

“지난해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정성들여 준비해 관객들을 만난 초연에서 크게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걸 지속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10일 거장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연극 ‘알앤제이’(9월 29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프레스콜에서 김동연 연출은 1년만에 돌아온 극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연출_김동연
연극 ‘알앤제이’ 김동연 연출(사진제공=쇼노트)

조 칼라코(Jeo Calarco)의 연극 ‘알앤제이’는 엄격한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금서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극으로 풀어내면서 자유에 대해 갈망을 깨닫는 소년들의 성장극이다.

보수적인 가톨릭학교의 학생 1(기세중·박정복·지일주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 2(강영석·강찬·홍승안), 3(손유동·강기둥), 4(송광일·오정택)가 엮어가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극 중 뉴욕 역사상 최장기 공연된 작품이다.

지난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구텐버그’ ‘킹키부츠’ ‘신과함께-죽음편’ 등과 연극 ‘프라이드’ ‘엠 버터플라이’ ‘햄릿-더 플레이’ 등의 김동연 연출과 ‘국경의 남쪽’ ‘심야식당’ 등의 정영 작가의 의기투합으로 초연됐다.

 

올해는 학생 3의 손유동, 4의 송광일을 제외하고는 새 배우들이 대거 합류하기도 했다.

김동연 연출은 “새 배우들과 이야기해야하고 ‘알앤제이’에 배우들이 가진 개성과 해석으로 담아내야 해서 새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큰 틀에서 처음 준비한 의미와 매력을 충분히 살리면서 새 배우들이 스스로의 해석을 잘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 언어,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 잡기

알앤제이
연극 ‘알앤제이’ 학생 1 역의 기세중(왼쪽부터), 지일주, 박정복(사진제공=쇼노트)

 

“학생과 학생들이 풀어가는 ‘로미오와 줄리엣’ 속 캐릭터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

학생 1로 출연 중인 기세중의 말처럼 ‘알앤제이’는 학생과 로미오·줄리엣·벤볼리오·머큐쇼·티볼트·유모·캐플렛 부인 등 배역, 배우 스스로의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 잡기 그리고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인 언어의 구현이 관건인 작품이다.

“학생 1이 로미오를 어떻게 연기하는지, 왜 그렇게 연기하지 그리고 2막에서 줄리엣이 죽고 나서는 로미오 보다는 학생 1이 무슨 생각을 할까가 더 고민됐어요. 학생으로 연기하고 있는 건지, 로미오로 연기하고 있는지…둘의 비슷한 부분, 모호해지는 선과 적정 수준을 찾는 데 제일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학생2_홍승안,강찬,강영석
연극 ‘알앤제이’ 학생 2 역의 홍승안(왼쪽부터), 강찬, 강영석(사진제공=쇼노트)
학생 2 역에 새로 합류한 홍승안·강영석 역시 학생과 ‘로미오와 줄리엣’ 캐릭터 사이에서의 균형잡기와 더불어 시적인 대사 숙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승안은 “셰익스피어의 말들이다 보닌 워낙 시 같았다. 문장형식이 평소 쓰지 않는 단어와 어휘로 이뤄져 있어서 아름다우면서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해하고 입밖으로 꺼내는 데까지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 시기에 셰익스피어의 말을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으로서 셰익스피어의 말을 빌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작품이에요. 그것을 해나가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털어놓는 홍승안과 더불어 강영석 역시 “대사가 일상적이지 않아서 외우는데 다들 오래 걸렸다”며 “2막이 시작되고 로미오가 추방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학생2가 연기하는 줄리엣, 격정적인 움직임, 감정, 고전 언어 등을 사용하는 줄리엣에 몰입하는 학생 2를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고 밝혔다.

학생 3 역의 강기둥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적 대사들이 학생의 마음을 넣어 발현됐을 때 아름답고 쉽게 접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 어려운 숙제인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 언어,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 잡기는 연극 ‘알앤제이’의 매력이기도 하다. 학생 1 역의 지일주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학생들이 가진 중의적 감정이 흥미로웠다”며 “학생 1, 2로서인가 로미오와 줄리엣로서의 감정인가를 찾아가는 재미가 큰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네명의 학생들, 돋보여야할 그들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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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알앤제이’ 학생 3 역의 손유동(왼쪽부터)·강기둥, 학생 4 오정택·송광일(사진제공=쇼노트)

 

“(저를 비롯해) 5명의 배우가 ‘보도지침’을 함께 했지만 이를 별개로 (‘알앤제이’) 배우들 모두와 호흡이 좋아요.”

학생 1과 로미오를 오가는 박정복은 전작인 ‘보도지침’을 함께 한 손유동·오정택·강기둥·기세중과의 호흡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땀을 흘리다 보니 돈독해지기도 하고 으쌰으쌰 하게 되는 면도 있고 내적인 얘기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말처럼 ‘알앤제이’는 의자·책상 등으로 꾸린 무대는 물론 객석까지를 오가는 배우들의 땀과 잘 맞아 들어가는 호흡으로 완성되는 극이다. 배우들은 이를 연극 ‘알앤제이’의 매력으로 꼽기도 했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학생 4로 분하고 있는 송광일은 “학생들이 변화하는 과정, 배우로서도, 학생으로서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처음 접하고 외형과 형식에 집중하며 겉핥기 식으로 다루다가 점점 매력에 빠져들어 맞는 변화가 매력”이라고 전했다.  

 

알앤제이_단체
연극 ‘알앤제이’ 학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학생 4 역의 송광일, 학생 3 손유동, 학생 2 홍승안·강영석, 학생 1 지일주·박정복·기세중, 학생 2 강찬, 학생 3 강기둥, 학생 4 오정택(사진제공=쇼노트)

 

초연부터 재연까지 학생 3을 연기 중인 손유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과 처음 느낀 감정들을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모습 그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학생 4 역의 오정택도 “네명의 학생들이 새로운 일들을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것 자체가 매력”이라며 “성장까진 아니어도 감정을 공유하는 자체가 큰 매력”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학생 2 역의 강찬은 “극 중 극으로 여러 인물을 연기하다가 동화돼 자연스레 학생으로서의 감정이 녹아드는 과정이 재밌다”고, 학생 1 역의 기세중은 “학생 4명이 정말 열정적으로 땀 흘려 하는 것이 매력이다. 순수하게 접근하기 시작해 자기 자신으로 끝나는 데서 오는 매력이 크다”고 전했다.

학생 2 강영석과 학생 1 박정복은 무대와 연출에 대한 매력을 전했다. 강영석은 “의자와 책상으로만 구린 무대, 관객이자 연출인 학생들이 끌어가는 연출이 볼만하다”며 “특히 붉은 천이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정복은 “무대석이 마련된 것 역시 ‘알앤제이’의 매력”이라며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형식의 극 자체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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