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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대학문 낮췄다…대학 가는 日시니어들

[채현주의 닛폰기] 일본은 지금 '시니어 대학' 열풍

입력 2019-08-05 07:00   수정 2019-08-04 13:54
신문게재 2019-08-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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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토시니아대학)

 

 

“기립! 하이~ 착세키!”

일본 교토시니어대학의 한 강의실. 오전 10시 일반 교양 강좌 수업 시작과 동시에 반장이 일어나 큰 소리로 “차렷! 경례!”를 외친다. 반장인 이 남학생의 나이는 무려 101세이다.



이 대학은 매주 목요일 교토신문사 본사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주 1회 수업을 진행하며 오전에는 일반 교양강좌, 오후에는 선택과목 수업이 이뤄진다. 수업 종류도 시니어를 위한 교토학 시리즈 강좌부터 컬러 테라피를 주제로 한 생활에 도움이 되는 해피 컬러, 유산, 증여의 기초지식 같은 실용적인 강좌까지 다양하다.



55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학 할 수 있는 민간인 시니어대학으로, 강의 수강생들의 평균나이는 73세이다. 입학금은 1만엔(약10만원), 월 수업료는 7000엔(약 7만원) 정도다. 약 210명이 재학중이며 학생 중에는 20~30년간 재학하는 시니어가 있을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인기가 많다.

강사는 주변 대학의 교수나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한다. 이날 강좌는 교토 부립 대학의 코마츠(小松謙)교수가 ‘중국의 호걸들’이란 주제로 약 2시간 가량 강의를 진행했다. 쿠마가이 아츠시(熊谷篤) 교토시니어대학 이사장은 “교양강좌 강사로 오는 대학교수들마다 이곳 시니어 학생들에겐 순수한 향학심, 열기가 있다며 놀라곤 한다”며 “이들은 좋은 직장이나 대학에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몸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배운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누구보다도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교토시니어대학 수강생인 전 회사원 출신 모리타 코오이치로(85세)씨는 “수업을 들으면 자기개발 등으로 인해 생기는 충족감은 물론 사람들과의 만남도 이뤄져 삶의 질도 달라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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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대학에서 교양과 취미 활동, 고령자에 적합한 스포츠 등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 (사진=교토시니어대학)

 

최근 일본 전국 각지에서는 시니어대학이라는 고령자 전용 학습센터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실버 대학, 고령자 대학이라고도 불리는 시니어대학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학습을 제공하는 곳이다. 대부분 60세 이상이 참가할 수 있고 교양과 취미, 고령자에 적합한 스포츠 등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

초기에는 시니어대학의 운영 주체가 주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의 사회복지협의회 등이었지만 지금은 NPO단체나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교토시니어대학이다. 고령화 초기 단계인 1973년 개설됐다.

이른바 ‘단카이(團塊)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1947년~49년생 약 700만명)가 대거 정년을 퇴직하면서 이들의 노후 라이프 스타일에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 퇴직 이후 긴 시간을 자기개발 등 학습에 쓰려는 은퇴자들의 욕구와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대학 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 시니어 대학은 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18세 일본의 학령인구는 1966년 249만명에서 2009년 121만명, 2018년은 117만명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저출산으로 인구감소가 심각한 일본에선 대학 학생수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대학은 도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학생수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시니어들도 학교동창이라는 새로운 인간관계와 자기개발, 젊은 세대와의 교류 등으로 ‘새로운 대학생활’ ‘또 한번의 캠퍼스 생활’ 등을 만끽하기 위해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 대학문 낮춘 명문大… 다양한 장학금도

일반 명문 4년제 대학교에서도 시니어를 위한 입시제도가 활성화 되고 있다.

동경경제대학은 2002년에 시니어를 위한 특별입시제도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수능시험 같이 성적 등으로 대학 입시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의 특성을 살려 소논문이나 면접을 중심으로 입학 시험을 치르는 형식이다.

일본의 명문사학인 메이지대학은 60세 이상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영어 등 일부 학과 시험을 면제해 주는 입시제도를 도입했다. 학교 측은 시니어 세대의 풍부한 경험이 대학원의 연구활동에 깊이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히로시마 대학도 시니어를 대상으로 면접과 논문만으로 선발하는 페닉스 입시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엔 배움에 열정적인 시니어 세대를 위해 나이만큼 학비를 면제해 주는 등의 장학금 제도를 도입한 대학도 생겨났다. 오사카상업대학은 학생 나이가 60세면 학비에서 60만엔이 면제되는 유니크한 시니어 장학금 면제 제도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나이가타산업대학은 60세 이상 입학자에 대해 입학금과 수업료를 반액 감면해 주고 있다.

시즈오카산업대학은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전수해주는 55세 이상의 시니어들에게 장학금을 수요하는 흥미로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가 학생회나 동아리에서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거나 젊은층과 함께 지역공헌 봉사를 할 경우 20~40만엔의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약 26개 대학교, 46개 학부가 이런 특별 입시제도를 도입했으며, 전국 10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에선 수천 명의 시니어들이 재학생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다. 이들 시니어 재학생들의 남성 최고 연령은 80세, 여성은 78세에 달했다.

◇ 졸업생 ‘제 2의 新인생’ 서포트까지

대학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과 인맥을 활용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시니어들도 적지않다.

도쿄 명문 사립대인 릿쿄대학은 2008년에 고령자를 위한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RSSC)’이라는 별과를 개설해, 학생들이 졸업 후 활동을 지원하는 ‘서포트 센터’를 만들었다. 졸업생들은 이 센터를 통해 고령자지원시설, 재일 외국인 지원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RSSC는 50세 이상 시니어만 입학할 수 있고 시니어 니즈를 반영해 커리큘럼을 구성한 1년 정규 과정이다. 일부 과목은 20대 젊은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들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그룹 스터디 모임의 조언자로도 참여할 수 있다.

필드워크 중심의 수업이나 토론형 수업이 많고 정규과정을 마치고 더 공부하고 싶으면 전공 과정을 선택해 1년 더 공부할 수도 있다. 개설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니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시니어들에게 대학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 초고령사회 일본의 새로운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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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츄부대학)

 

◇ 지역사회도 살리고 자기개발도 UP

아이치현의 츄부대학은 대학연계형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생애 활약마을) 모델을 적용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대학은 지역사회와 연계하면서 지역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대학연계형 CCRC는 생애학습을 비롯해 시니어가 제2 인생의 자기실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현저히 줄고 있는 지방대학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츄부대학 인근 코조지 뉴타운에는 약 5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이 지역은 독신 고령자 문제가 심각하다. 츄부대학은 ‘차세대 교류를 통한 지역 활성화, 학생공육사업’이라는 지역 과제를 내걸고 2014년 시니어 2014년 시니어 대학인 ‘액티브 어게인 칼리지’를 개강했다. 입학자격은 50세 이상이며 정원 20명, 2년 과정으로 수업료는 연간 12만엔이다.
츄부 시니어대학
츄부(中部)시니어대학에서 ‘액티브 어게인 칼리지’를 수강하고 있는 시니어들 (사진=츄부대학)

 

◇ 노후 캠퍼스에서 ‘행복 바이러스’ 만끽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수면과 식사 시간을 제외한 우리나라 은퇴자들의 하루 일과 시간은 평균 11시간이다. 이를 60세 퇴직 이후 100세까지 40년간 적용하면 16만 시간이나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은퇴자의 약 20%가 은퇴 후 특별히 하는 것 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답했다. 이런 은퇴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생활 전반에 걸친 행복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은퇴 후 행복감도 높이면서 긴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법 중에 하나로 평생학습이 꼽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젊을 때처럼 성적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고 듣고 싶지 않은 과목을 들을 필요도 없을 뿐더러, 평소에 본인이 관심이 있었던 영역을 즐기면 된다. 여기에 네트워크는 물론 젊은 세대와의 교감으로 행복한 바이러스 기운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평생학습으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노후 일본에서 평생학습이 널리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국내 대학 캠퍼스 에도 시니어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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