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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정답’ 아닌 ‘불완전하고 개별적인’ 정의에 대하여…뮤지컬 ‘블랙슈트’

김명훈 작‧연출, 황지혜 작곡가, 이경화 음악감독 뮤지컬 ‘블랙슈트’, 다양성이 존중되는 현 시대의 정의, 양심에 대한 정의에 대한 이야기
왕시명‧유성재‧이승현, 김순택‧박규원‧최민우, 양지원‧이승헌‧조풍래, 김상협‧김종년‧최문석 등 출연

입력 2019-08-10 14:30

뮤지컬 블랙슈트
뮤지컬 ‘블랙슈트’ 출연진(사진제공=스탠바이컴퍼니)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1997년 영화 ‘데블스 어드버킷’에서 출발했어요. 법과 권력, 정의 등에 대해 고민하면서 쓰다가 ‘정의’에 초점을 맞춰 각색하게 됐습니다.”



9일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블랙슈트’(10월 1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 프레스콜에서 김명훈 작연출은 “정의에는 정답이 없다”고 집필 및 연출의도를 털어놓았다. 


“선악, 흑백, 옳고 그름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정의 역시 이렇다 저렇다 답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양성이 존중되는 현 시대의 정의는, 양심은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뮤지컬 ‘블랙슈트’는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고 믿는 검사 차민혁(양지원이승헌조풍래, 이하 가나다 순)과 정의 구현을 꿈꾸는 따듯한 변호사 김한수(김순택박규원최민우), 두 단짝 친구 앞에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 대표 변호사 최광열(왕시명유성재이승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법정극이다. 

 

블랙슈트_메인 포스터_최종
뮤지컬 ‘블랙슈트’(사진제공=스탠바이컴퍼니)

한수가 휘말린 불미스러운 사건, 그 사건의 실마리를 쫓는 민혁, 그 사건의 시발점으로 추정되는 28년 전 살인방화사건에 연관된 최광열 대표가 벌이는 법정 심리극이다.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최후진술’에서 함께 했던 이승현·유성재와 박규원이 최광열과 김한수로 다시 호흡을 맞춘다. 

 

이들과 ‘미아 파밀리아’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풍래가 검사 차민혁, ‘최후진술’로 이승현·유성재·박규원과 함께 했던 양지원·최민우가 각각 차민혁·김한수로 분한다. 

 

더불어 ‘타이타닉’ ‘언더그라운드’ ‘외솔’ ‘구’ 등의 왕시명과 ‘호프’ ‘해적’ 등의 김순택·‘록키호러쇼’ ‘마마돈크라이’ 등의 이승헌이 각각 최광열과 김한수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이 극에 대해 김명훈 작연출은 “이 세상의 것들을 선악으로 나눌 수 없듯 우리가 던지는 키워드로서의 ‘정의’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정의를 묻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도대체 정의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개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의 생각,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게 정의가 아닐까 싶었죠. 다양성을 존중하고 관객들이 충분히 자신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얘기를 나누는 ‘꺼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연출 포인트로 ‘트라이앵글 구조’를 꼽았다. 그는 “완전하지만 불완전한 도형이 삼각형”이라며 “차민혁최광열김한수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고리로 이어진 삼각구도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에게 당부한 건 가사나 대사에 법적 용어가 섞여 있어 쉽지 않지만 명확한 대사 전달이었어요. 정의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오지만 바로 우리 곁에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시고 한번이라도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주시면 좋겠어요.”

이에 차민혁 역의 조풍래는 “친구라는 단어의 정의, 형제로서의 정의, 검사로서 범인을 바라보는 정의, 나쁜 이들을 심판하는 최광열을 바라보는 정의가 다 다르다”고 동의를 표했다.

“하나의 정의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정의’에 대한 정답은 ‘세세한 정의가 너무 많지 않나’였어요. 그런 생각으로 캐릭터와 작품에 다가가고 있죠.”


◇동시에 쏟아내는 감정의 대비들로 꾸린 넘버들

뮤지컬 블랙슈트
뮤지컬 ‘블랙슈트’ 연습실(사진제공=스탠바이컴퍼니)

 

“뮤지컬에서는 잘 쓰지 않는, 동시에 부르는 방식이에요. 쏟아내는 감정들이 너무 많죠. 노래를 하나하나 나누다 보니 기다려야하는 감저들이 너무 많아서 레치타티보(Recitativo, 대사 내용에 중점을 둔 오페라·오라토리오·칸타타 등의 창법) 형식으로 감정을 대비시키고자 했죠.”

이경화 음악감독의 말처럼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와 가사들이 감정과 함께 한꺼번에 쏟아지는 방식의 넘버들로 중요해진 것은 “음악적 다이내믹”이다.

“대립되면서도 포인트로 가져가야할 부분의 다이내믹을 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딕션을 좀 정확하게 씹어주는 것에 중점을 뒀죠.” 

 

블랙슈트
뮤지컬 ‘블랙슈트’ 연습실(사진제공=스탠바이컴퍼니)

최광열 역의 유성재는 “이 사람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던 현실,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왕시명은 “인간의 이중성을 좀더 과장되게 표현해 현실감을 살리고자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승현은 “하나의 사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집중력”을 강조하며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스카우트’를 꼽았다. 최광열이 김한수를 자신의 로펌 입사를 제안하는 넘버로 “이 공연에서 최광열이 할 수 있는 가장 밝은 신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전했다.

차민혁 역의 조풍래는 가장 좋은 넘버를 ‘다른 기억’으로 꼽았다. 과거의 비밀을 알게 된 차민혁과 최광열의 다른 기억과 선택에 대한 노래로 조풍래는 “예를 들어 두명이 ‘블랙슈트’를 봤다면 두 개의 다른 기억으로 나가시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똑같은 일이 어떻게 다르게 기억되는지를 통해 ‘정의’ ‘신념’ 등의 키워드에 대한 다른 시선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차민혁 역의 양지원과 김한수 역의 박규원은 ‘세상아 덤벼라’를 좋아하는 넘버로 꼽았다. 양지원은 “닌자거북이~ 코아붕가~처럼 8, 9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옛날 감성과 현대적인 게 공존해서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억을 잃은 민혁과 안좋은 쪽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최광열의 깊은 관계에 주력하고 있어요. 그 비밀을 알게 됐을 때의 감정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박규원은 ‘세상아 덤버라’를 좋아는 이유에 대해 “저희 뮤지컬에서 가볍고 재있게 볼 수 있는 장면”이라며 “게다가 후반부의 ‘마리오네트’와 더불어 살짝 댄스가 있어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김한수 역의 최민우는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 최광열과 김한수가 부르는 ‘이젠 다 끝이야’를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꼽았다. 자신의 비틀린 정의에 대해 쏟아내는 최광열과 그를 막으려는 김한수가 격돌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학생시절의 장면에서 민혁이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라면 한수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면 때문에 최광열이 한수를 로펌으로 스카우트하고 싶어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감정적인 부분을 주력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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