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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 1호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 발굴은 내 운명"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
연 매출 100억 신화→ 스타트업 발굴자로 변신
제2벤처붐,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역할 필수적…협회 규모 확장에도 속도

입력 2019-08-12 07:00
신문게재 2019-08-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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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제2핀테크랩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액셀러레이터 산업은 스타트업 마인(mine) 비즈니스, 즉 창업 광산 산업입니다. 앞으로 스타트업 광산을 활성화시키고 그 안에서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는데 제 모든 역량과 경험을 쏟을 겁니다.”



2014년 최연소 기능한국인, 연 매출 100억 기업 설립자, 고졸 출신의 대학교수 등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51) 이름 석자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또 다른 수식어가 생겼다. 중소벤처기업부 등록 1호 액셀러레이터다. 액셀러레이터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초기 자금, 업무공간, 마케팅,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기관 혹은 기업을 뜻한다.

이 회장은 2012년 액셀러레이터 기업인 아이빌트를 세우고 2017년 초 중기부(당시 중기청)에 1호 액셀러레이터로 등록됐다. 이어 그 해 12월 중기부를 통해 사단법인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설립을 인가받았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중기부에 등록한 자본금, 전문인력 등의 요건을 갖춘 액셀러레이터들이 모인 단체다. 현재 협회 회원수는 40여개다.

이 회장은 “중기부에 등록된 액셀러레이터 190개 가운데 협회에 가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액셀러레이터는 절반 정도”라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유료로 운영하다 보니 회원이 현재 적은 건 사실이나 회원 수도 차근차근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다른 단체와 논의를 통해 협회를 더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의 인생은 도전과 변화의 연속이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기계설계 분야로 기능올림픽에 나가기 위한 훈련을 하던 중 당시 금성(현 LS) 계열사인 금성계전 실업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세계대회 출전이 목표였던 그는 전국대회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국가대표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게 기능올림픽 선수생활을 접고 부서배치를 받아 금형설계, 인버터 등 산업용 전기전자제품·장비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을 11년간 했다. 순탄할 것 같았던 그의 회사 생활이 발목을 잡힌 건 학력때문이었다. ‘고졸’이라는 두 글자가 진급의 걸림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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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제2핀테크랩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이 회장은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는 오히려 학부 출신이 없는 시절이었는데 점점 대학을 가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시대가 바뀌게 됐다”며 “기술적인 스펙은 있었으나 학력 등 정량 스펙이 없으니 진급도 안 되고 소신 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그는 1997년에 사표를 던졌다. 창업을 위해서다. 대기업 회사생활 경험밖에 없었던 이 회장은 아는 선배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들어가 2년간 현장, 영업, 납품, 연구개발 등 실무경험을 쌓았다.

이어 1999년에 자신이 살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에서 ‘준텍’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초기 창업자금은 당시 컴퓨터 한 대 값인 300만원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준텍은 지금 연 매출 100억원에 달하는 산업용 전기·전자제품 제조서비스 전문업체인 JBL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처음에 준텍은 제조만 했지만 여기에 기술 및 제품개발업무를 붙으면서 JBL로 사명을 바꿨다”면서 “단순히 제품 제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제품 개발 경험을 살려 역제안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가니 대기업 거래처가 늘어나며 연 매출 100억을 넘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 규모를 키워가던 그와 JBL은 또 다시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성장의 발판이라고 생각했던 대기업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어느 순간부터 대기업과 거래를 많이 하면 할수록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대기업은 원가 압박을 해왔고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있어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아이디어 빌트인이라는 프로젝트를 회사 내에서 시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는 있는데 이를 사업화하지 못하는 사람을 발굴해 함께 키우는 사업, 지금의 액셀러레이터다.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아이디어 빌트인이 지금의 아이빌트의 초기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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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제2핀테크랩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이 회장은 “이미 만들어진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과 거래를 하는 게 아닌 신규 고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아이디어 빌트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면서 “미국의 테크샵 사업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2012년 JBL에서 아이빌트라는 회사를 분사시킨다. 이후 7934㎡(약 2400평) 대지에 3306㎡(약 1000평)짜리 전용 건물을 짓고 사업화에 속도를 냈다. 당시 생소했던 3D프린터를 갖추고 역설계가 가능한 장비스캐너를 도입하는 등 하드웨어 구축에 힘을 쏟았다. 특히 2016년 액셀러레이터 법이 만들어지면서 그의 액셀러레이터 사업은 본격화됐다.

연 매출 100억 짜리 JBL은 욕심없이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그는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의 삶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지난해 1월 지분을 모두 양도하고 JBL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것.

이 회장은 “2004년~2005년쯤 전세계적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JBL도 매출 제로의 위기를 맞았는데 당시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위기를 견뎌냈다”면서 “이 과정에서 JBL이 내 꿈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꿈이 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직원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액셀러레이터인 아이빌트와 함께 제2벤처 붐을 위해 다시 뛰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벤처투자촉진법 통과에도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벤처투자촉진법이 시행되면 액셀러레이터도 벤처캐피탈(VC)와 같이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3년 이상의 초기 기업에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 회장은 “액셀러레이터는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2벤처 붐은 스타트업 단계에서부터 R&D, 사업화까지 빠르게 이어져야 성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며 “제1벤처 붐이 VC중심의 생태계였다면 제2붐은 액셀러레이터 단계가 매우 중요하고 그 환경을 만드는 데 벤처투자촉진법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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