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
  • 페이스북
  • 검색
  • 전체메뉴

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취준'만큼 중요한 '퇴준'… 경단녀 되고 깨달았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IP 분석가로 재취업 성공한 김재희씨

입력 2019-08-19 07:00   수정 2019-08-19 11:32
신문게재 2019-08-19 16면

 

2

 

직장 권태기. 직장인 10명 중 9명이 권태기를 겪는다. 불만족스런 처우, 지루한 업무, 과도한 업무량, 불투명한 비전 등 이유는 다양하다.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사표를 던지고 이직·창업을 택한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권태기가 찾아와 퇴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무려 45%에 달했다. 하지만 새로운 직장에 만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치열한 고민과 준비 없이 환경에 휩쓸려 사표를 던진다면 전 직장과 다름없는 새 직장에 앉아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 퇴사 후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에 성공한 이들은 어떻게 재취업에 성공했을까. 공공기관 연구원으로 일하다 퇴사한 후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IP(특허 등 지식재산) 분석가로서 삶을 시작한 김재희(35)씨를 만나봤다.

 


◇ 7년의 비정규직…‘퇴사’ 결심

김재희씨의 첫 직장은 신소재를 연구하는 정부 산하 연구원이었다. 그 곳에서 소재 R&D(연구개발)를 담당하며 7년을 일했다. 일은 재밌었고 연구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퇴사’를 꿈꿨다. 이유는 많았다. 낮은 연봉, 경직된 조직 그리고 비정규직…그는 “저를 포함해 석사급 연구원은 대부분 비정규직이었습니다. 논문, 연구 실적 위주 평가로 매년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됐죠. 업무성과 외에도 연구원 예산이라던가, 과제 건수에 따라 동료들이 재계약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어요.” 노동강도 그리고 처우에 대한 불만도 컸지만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쉽게 말하지 못했다.

그는 2017년 기어코 사직서를 냈다. 7년간 몸담은 곳, 연구원으로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첫 직장, 선후배들과의 추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 먹은 것이다. “박사학위를 따볼까 고민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건 R&D보다 제게 더 맞는 일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자신이 있었다. 어떤 일이든 열정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도예 공방을 열기도 했지만 얼마가지 못했다고. 그렇게 그의 경력은 단절됐다. 힘들었던 그 시기에 전 직장 동료들의 소식이나 일하는 얘기를 듣는 날이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만 멈춰서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 덜컥 찾아온 경력단절

경력 단절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막막하고 막연했어요. 갖고있는 지식과 경험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분야로 나가고 싶은데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어떤 자격증이 필요할지 도움을 얻을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자신을 돌아보고 저를 던질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죠. 퇴사, 공방실패는 바로 그런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그러다 지식재산 관련 업무를 해보자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연구원에 있을 때 연구 결과를 종합하고 성과(특허)를 끌어냈을 때 가장 성취감이 컸거든요. 그리고 그 업무를 많이 해 자신 있는 업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재희씨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특허법인 서른곳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단 한군데도 연락이 안 오더군요. 너무 안돼서 단순 사무직도 지원해봤는데 이마저도 안돼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나이 많고 경력도 꽤 있는데, 업무 연관성이 낮은 데다 석사라 급여 맞춰주기도 애매했을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인터넷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공고를 봤다. 바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에서 진행하는 IP R&D(특허 등 지식재산 연구개발) 분석 실무교육. 새일센터는 경력이 단절된 구직 희망 여성에게 직업상담, 교육, 취업 연계 등 종합적인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가족부 지정 기관이다.

“지난 5월 자주 드나들던 카페에서 교육생 모집 광고 배너가 보였어요. IP R&D, 딱 제가 하고싶던 일이어서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경력 단절 여성이라고 해서 결혼이나 출산이란 조건이 있을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미혼여성도 대상이 되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했는데, 1차 면접 2차 서류평가를 통과하고 합격됐습니다. 7주간의 교육을 통해 실무를 경험해 보니 연구원에서 했던 일과 전문가로서의 업무 내용, 범위의 차이를 많이 느꼈어요. 실무에 대한 지적 이해도가 높아졌고, 이 부분이 현 직장 면접 때 큰 도움이 됐습니다.”


◇ 기회는 ‘찾는 사람’에게 온다


그는 현재 국내 한 특허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국내외 특허, 실용신안 등 지식재산권 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 관련 내용을 분석하고 사업화 전략을 세우는 업무를 하고있다.

재취업 이후 그의 인생관은 바뀌었다. ‘노력만 하면 뭐든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철저한 준비와 실패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시간을 되돌려서 전 직장 퇴사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계획이 틀어지거나 절망에 빠졌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해볼 것 같아요. 저는 공방 창업이 실패할 거란 생각도, 새로운 분야에 재취업 하는 것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삶에 있어 자신감, 긍정적인 마인드는 분명 좋지만, 그와 별개로 실패가 찾아 오더라구요.”

재희씨의 경우처럼 퇴사를 꿈꾸는 이들은 현 직장을 그만둬도 충분히 다른 곳으로 이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실제로 재취업은 녹록치 않다. 특히 경력 단절 여성의 경우 재취업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8.4년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재취업 구직자들과 미혼의 경력 단절 여성들을 응원했다. “취업이든 재취업이든, 성공을 좌우하는 건 정보와 실행력에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 같은 미혼의 경력 단절 여성들도 제도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습니다. 정보 검색을 생활화하시길 바랍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브릿지경제 핫 클릭

   이 기사에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