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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더블케어 시대, 안녕하십니까

입력 2019-08-19 14:04
신문게재 2019-08-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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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더블케어(Double Care)’가 화두다. 중년인구라면 예외는 없다. 중복돌봄이란 의미다. 자녀양육과 부모간병이 겹치는 경우다. 하나도 힘든데 둘이 동시에 닥치면 가계파탄은 시간문제다. 지금껏 출산하락·고령심화는 분리돼 알려졌다. 청년세대는 결혼·출산기피가, 노년세대는 간병·의료압박이 있었지만, 일부로 한정됐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양육과 봉양이 동시에 길어졌다. 대개 40대부터 본격적이다. 자녀양육만 해도 머리 아픈데, 건강할 줄 알았던 부모마저 간병상황에 진입한다.

더블케어는 인구문제의 축소판이다. ‘양육부담→출산감소→만혼추세’와 ‘부모노화→질병노출→간병발생’을 떼놓고 볼 수 없다. ±40대 중년은 그 교집합에서 위·아래 피붙이의 돌봄이라는 이중압박에 노출된다. 우선순위는 무의미하다. 무게중심은 엇비슷하다. 형제분담 등 대안이 있지만, ‘부모간병+독신자녀’일지언정 동반몰락은 불가피하다. 양육부담 없는 미혼자녀가 부모를 모시면 이들의 고독사망은 예고된 재앙이다. 누가 부모간병을 맡느냐에 따라 금전·심리적 형제갈등도 커진다.

더블케어의 발생원인은 복합적이다. 전엔 희귀했던 현상으로 가족구조의 변화가 만들어낸 신조류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의 늦은 결혼, 즉 만혼(晩婚)이 낳은 풍경이다. 늦은 결혼이 중년가정의 육아와 간병을 한꺼번에 발생시킨다. 위로는 부모간병이 아래로는 자녀양육이 40대부터의 중년가계에 집중된다. 형제숫자 감소와 친척간 희박해진 네트워크도 원인이다. 당장 출산이 늦어졌다. 한국여성의 초산연령은 31.6세다. 첫째가 20세가 될 때 엄마는 50세를 넘긴다는 얘기다. 둘째가 있다면 양육은 더 길어진다. 심지어 노산(老産)도 흔해졌다. 와중에 부모는 늙어간다. 70세부터 유병비율은 급증한다. 부부 모두 외동이면 간병봉양 후보자만 4명이다. 탈출구는 없다.

반면 중년은 한창 일할 나잇대다. 결국 더블케어는 가정경제뿐 아니라 사회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떼놓고 봐도 어려운데, 중첩되면 정상생활은 힘들다. 자녀·부모케어를 이유로 퇴직하는 이가 일본에서만 연간 10만명에 달한다. 결코 회피하기 어려운 규모다. 가계파탄·빈곤추락은 복지필요로 연결된다. 궁극적인 정부부담이다. 아직은 아니다. 그러니 맞벌이를 포기하거나, 저축을 헐어 써야 할 판이다. 일본에선 더블케어 경험여성의 39%가 직장을 떠난다. 남성도 19%에 달한다. 일본정부의 관심은 높고 대응은 빠르다. 총리직속 내각부에 남녀공동참여란 별도항목을 마련, 양립조화(WLB)를 강조한다. 양립조화의 무게중심은 한일양국이 다른 듯하다. 한국은 저출산, 일본은 고령화에 방점이 찍힌다. 정시퇴근 강조가 한국은 아이를 데리러, 일본은 부모를 모시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불만이 많다. 행정창구는 여전히 육아와 간병을 구분한다. 더블케어의 이중부담을 감안하지 않는다. 그러니 대응은 떠넘기기가 보통이다. 육아·간병의 세대별 대결구도도 부담스럽다. 한국은 어떤가. 갈길이 멀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2020년부터 65세로 착착 진입한다. 조만간 본격적인 노인유병기에 접어든다. 아직은 괜찮아도 순식간이다. 만혼으로 50대조차 자녀양육이 많은데, 부모간병까지 겹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블케어는 금전부담은 물론 심리피폐까지 야기한다. 인식확대·정책도입이 지체될수록 중년붕괴는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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