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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서로에게 닿을 때까지…한쪽만 준비된 ‘무엇’의 서글픔

연극 '프라이드' 손석구·강한나·오혜원 관크 논란

입력 2019-08-20 13:54   수정 2019-08-20 21:14
신문게재 2019-08-21 19면

“우리에겐 역사가 있다는 거야.”

지난 광복절 손석구·강한나·오혜원의 ‘관크’(관객 크리티컬, 공연장이나 영화관 등에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 논란에 휩싸인 연극 ‘프라이드’(8월 2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의 거의 마지막쯤 동성연인 올리버에게 필립은 이렇게 말한다.



부적절한 장면에서의 웃음과 V연발 등으로 빈축을 산 강한나와 오혜원은 사과했지만 손석구는 “연극을 즐기고 아끼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관람을 하지 않았다”며 “몇몇 관객분들의 주인의식과 편협하고 강압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변질된 공연관람 문화”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프라이드’라는 연극과 제작사, 그를 관람하는 관객들 사이에도 ‘그들만의 역사’가 존재한다. ‘프라이드’라는 연극은 3시간여의 러닝타임 동안 배우들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유난히 집중을 요하는 작품이다. 특히 웃음이 터졌다는 2막 2장은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어도, 그 안의 충만한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눈물을 후두둑 떨구는 두 인물의 외형만으로도 ‘결코’ 웃을 수 없는 장면이다.

갈수록 고급화, 개인화되는 영화관 좌석과 달리 공연장, 특히 200석 남짓의 소극장 좌석들의 열악함은 여전하다. 하나의 통관으로 연결돼 지나치게 밀착해 있어 한 사람의 작은 움직임으로도 그 열의 모든 의자가 들썩거린다. 앞뒤 간격도 적어 앞 사람이 캡 모자를 쓰거나 허리를 약간 숙이는 것만으로도 뒷 사람의 시야 전체를 가리곤 한다. 본인들은 작게 이야기한다지만 모두와 공유되기 일쑤기도 한 환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타인이 극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존중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동의되고 공유한 관람 예절들이 있다.



짧게는 ‘프라이드’가 초연된 2014년부터지만 중소극장 문화가 시작된 꽤 오래 전부터 이어온 ‘역사’다. 제작사는 “접수된 컴플레인이 없었다”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 역시 ‘역사’의 일부다. 그간 불만이 없어서 컴플레인을 제기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관람 내내 ‘관크’로 고통 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그 여운까지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112까지 출동했던 사례가 있을 정도의 쓸모 없는 갈등이 싫어서 등 여러 이유로 피했던 컴플레인 제기가 ‘한쪽만 준비된’ 서글픔으로 돌아온 셈이다. ‘프라이드’가 설파하는 ‘침묵’의 대가는 이번 ‘관크’ 사건으로 다시 한번 메시지를 던진다. ‘시체관극’이라고 조롱하거나 “편협하고 강압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변질된 공연관람 문화”를 강요당했다고 힐난하기 전에 그들 사이의 ‘역사’에 대한 존중이 먼저여야 했다.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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