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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내가 진짜라니까”… 홍보 미끼 전락한 그 이름 ‘사토시 나카모토’

입력 2019-09-02 07:00   수정 2019-09-02 13:56
신문게재 2019-09-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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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를 자처한 이가 또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이메일은 계정이 해킹당해 모두 잃어버렸고, 98만개 비트코인은 하드드라이브가 망가져서 잃어버렸고, 자기 스스로를 밝히려 한 적이 없어 디지털 서명은 애당초 없었다는 설명이다.

관련 업계는 사토시 나카모토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이 자신을 믿어달라고 주장하는 사기성 ‘스캠코인’과 마찬가지라는 비웃음이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가 10년 넘게 베일에 가려지면서 이제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 도구로 전락한 모양새다.




◇ 증명 할 길 없는 ‘사토시 나카모토’



지난달 19일 사토시 나카모토 르네상스 홀딩스라는 기업 홈페이지에 ‘나를 공개하다’라는 주제의 시리즈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 주장한 파키스탄 출신 엔지니어 제임스 칸(James Caan)이 쓴 글이다. 

그는 2010년부터 영국에 정착했으며 현재 영국의료보험기구(NHS)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전공과 관심사를 십분 살려 비트코인을 설계했고, 자신의 어린 시절 이름인 ‘샤이코’와 지인의 성함 ‘나카모토’를 따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을 도와 비트코인을 개발한 핵심 개발자는 암호학의 선구자인 할 피니를 언급했다. 할 피니는 지난 2014년 루게릭병으로 숨을 거둔 터다.



제임스 칸은 사토시 나카모토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모두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증거를 가져오지 않고 감정적 호소만으로 사토시 나카모토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2009년 자신의 노트북으로 98만 비트코인를 채굴했지만 하드드라이브가 망가지면서 몽땅 분실했다고 전했다. 이메일 계정도 해킹당해 없어졌고, 디지털 서명 자체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사토시 나카모토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방법은 세 가지가 거론됐다. 지난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작성한 논문인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 시스템’에 적힌 이메일 보유 여부와 채굴로 보유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98만 비트코인 존재, 제네시스 키로 서명된 메시지 확인 등이다.

라이트 코인의 창시자 찰리 리는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트위터를 통해 “허황스런 이야기는 소용없다”며 “제네시스 키로 서명된 메시지가 없다면 사기”라고 단언했다.

더욱이 제임스 칸의 글에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을 암시해 진정성을 허물고 있다. 그는 “사람들의 욕심이 아름다운 프로젝트를 돈 버는 괴물로 만들어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갈취하는 것을 봤다”며 “이를 고칠 사람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진정한 창시자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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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창시자 나타나지 않는 게 이득?

비트코인 창시자인 일본식 이름의 사토시 나카모토는 가명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그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지만 국적이나 성별, 나이 등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위치 추적이 어려운 토르 브라우저 등을 이용해 활동하면서 자신의 신원을 철저히 감춰왔다.

P2P재단 웹사이트에 등록해 놓은 생년월일 1975년 4월 5일, 일본 거주가 전부지만 이마저도 맞는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프로젝트까지 나왔으나 가짜 사토시 나카모토만 등장하는 중이다.

사토시는 2009년부터 암호학 전문가들과 이메일로 활동해왔다. 그중 할 피니는 비트코인 초석을 세우는데 크게 공헌한 핵심 인물이다. 할 피니는 비트코인 활성화에 관심을 보였고 직접 채굴도 하며 네트워크에 참여했다. 이후 사토시 나카모토는 어느 순간 할 피니에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며 종적을 감췄고, 그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 할 피니는 2014년 세상을 떠났다.

업계 일각에선 암호화폐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라도 사토시 나카모토는 베일에 계속 가려져야한다는 주장이다. 비트코인은 첫 암호화폐라는 높은 상징성과 희귀성, 안전자산 전환 추세 등으로 현재 절대적 위치에 놓여 있다. 특히 중앙화된 권력에서 벗어나 시장 거래 흐름만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기조를 어느 정도 실현한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총 2위 이더리움만 보더라도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입김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더리움이 중앙화된 구조로 바뀔 것이란 우려가 높지만 비트코인은 창시자 없이 다수의 합리적 운영만으로 얼마든지 잘 운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이페딘 아모스 레바논 아메리칸대학 교수 역시 저서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를 통해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없기 때문에 현재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만약 진짜 사토시 나카모토가 등장하면 그건 비트코인 생태계에 큰 혼란을 가져다주고 암호화폐 탈중앙화 기조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견해다.

◇역대 사토시 나카모토 추정 인물

현재까지 사토시 나카모토로 추정되는 인물과 자칭 사토시 나카모토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 관심을 받았던 대표적 인물은 다음과 같다.

①모치즈키 신이치:모치즈키 신이치는 교토대 교수로 정수론과 기하학을 연구하는 일본의 수학자다. 수체위의 쌍곡 곡선에 대한 그로텐디크 추측을 해결한 업적 등 천재 수학자 반열에 올랐다. 16세에 프린스턴대 입학과 23살 대학원졸업, 33살 교토대 정교수 등 천재수학자라는 평판을 달고 살았다.

지난 2013년 5월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테드 넬슨 옥스포드 대학교 교수는 모치즈키 신이치 교수를 사토시 나카모토로 지목했다. 테드 넬슨은 자신이 사회학적인 분석으로 가설을 세운 결과 사토시 나카모토가 유력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수학과 컴퓨터과학은 물론 암호학에도 능통한데다 2012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비트코인 기본원리와 비슷한 세계적 수학난제 ‘ABC추측’을 증명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이 이론적 설계는 매우 우수하나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자체는 아마추어와 같다는 의심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모치즈키 신이치 직접 언론을 통해 사토시 나카모토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해명 이후 그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떨어졌다.

②도리안 사토시 나카모토:지난 2014년 3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비트코인의 얼굴’이라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도리안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창시자라는 소식을 전했다. 뉴스위크는 그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점, 금융정보회사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 등을 언급했다. 두 달에 걸친 탐사와 관련 인물의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비트코인 창시자는 도리안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가 나간 후 도리안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를 부인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중에는 뉴스위크를 고소하면서 논쟁은 일단락된다.

③할 피니:할 피니는 암호학의 선구자로 알려질 만큼 관련 업계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포브스 기자 앤디 그린버그는 할 피니의 글 견본과 사토시 나카모토의 글이 매우 비슷하다며 할 피니가 사토시 나카모토를 대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할 피니는 비트코인의 작업증명(Proof-of-Work) 방식으로 구동하는 전자화폐를 개발한 전력이 있다. 발신자를 밝히지 않는 전자우편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사토시 나카모토와 함께 비트코인 생태계 구축에 크게 공헌하면서 그가 사토시 나카모토로 1인 2역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할 피니 역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부인해왔다. 나중 그린버그는 할 피니를 직접 만난 후 그가 사토시 나카모토가 아님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에 관심이 커지던 2014년, 그가 루게릭병으로 명운을 달리하면서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밝히긴 더욱 힘들어졌다.

④닉 재보:닉 재보는 지난 1998년 ‘비트골드’라는 전자화폐를 고안한 인물이다. 비트골드가 실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이론을 제시했다는 자체만으로 비트코인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닉 재보는 ‘스마트 계약’이라는 개념도 만들었다. 제3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최소한의 신뢰로 안전한 저장과 전송이 가능하다는 스마트 계약은 비트코인은 물론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전반의 이론 정립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닉 재보 역시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가 아니라고 밝혔다.

⑤필 짐머만:필 짐머만은 지난 1991년 암호화 소프트웨어 PGP를 개발하면서 업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해당 프로그램의 등장은 정부만이 가질 수 있는 암호화 기능을 일반 대중까지 사용 가능하게 만들었다. PGP는 사용자가 암호화를 위한 퍼블릭 키와 암호해독을 위한 프라이빗 키 등을 만들 수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암호학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필 짐머만이 사토시 나카모토가 아니냐는 추측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중이 암호학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는 유쾌함으로 정식 부인했다.

⑥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1970년 생인 호주의 사업가 겸 컴퓨터 공학자인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는 자칭 사토시 나카모토다. 지난 2015년 비트코인 개발자를 추적하던 해커가 라이트의 이메일을 해킹한 후 개발 증거를 발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2016년에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공개한 증거가 이미 공개된 스트링이라는 반박글이 게재됐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 해명이 뒤따르지 못했다. 그의 갖은 기행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현재 자칭 사토시 나카모토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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