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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발리의 택시 운전사

입력 2019-09-02 14:24   수정 2019-09-02 15:52
신문게재 2019-09-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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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적막함이여/바위에 스며드는/매미의 울음 (마쓰오 바쇼)


여름이 지나간다. 당신의 여름은 어떠했는지. 나는 편안치 않았다. 안팎으로 들려오는 가치와 이해의 파열음 때문이다. 타협과 협상의 여지는 없는 것일까? 나는 그 가능성을 우연한 기회에 마주했다.

발리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우붓이란 관광지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택시를 불렀다. 택시의 운전사는 자신의 이름이 끄뜩이라고 했다. 셋째 아들이란 뜻이라며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내게 어느 나라 사람인지, 언제 왔는지, 언제 갈 것인지, 어딜 갔었는지, 어딜 갈 것인지 물었다. 나는 말을 자르고 피곤하니 빨리 가자고 대답했다. 그는 말없이 운전했고 호텔의 방까지 짐을 날라 주었다. 떠나며 그가 무슨 말을 했는데 알아듣지 못했다.



다음 날 잠에서 일찍 깨었다. 인접한 농가에서 들리는 가축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좁은 마을길을 걸었다. 우연히 끄뜩을 다시 만난 건 바로 그때다. 그는 어린 아들과 함께 웃으며 안사람과 내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우리의 숙소와 등을 마주대고 살고 있었다. 헤어지며 했던 말은 집이 가까우니 어디건 갈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집안으로 머뭇거리는 우리를 안내했다. 그는 아내와 두 아들, 아내의 늙은 아비와 여섯 친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큰 솥이 걸린 부엌에서 닭고기와 밥을 대접했다. 우리는 그들의 일상이 궁금했고 그는 우리를 그의 농토로 데리고 나갔다. 논두렁에 일하다 쉬는 창고가 있었는데 작고 아담했다. 나무로 만든 작은 침대는 그의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그의 아내는 논옆으로 흐르는 수로에도 기도를 올렸다. 그의 오토바이에 매달려 돌아오는 길에 짜낭사리(제사음식을 담는 그릇)를 떨어뜨렸다. 황급히 주워 담는데 그는 괜찮다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는 일주일 내내 전용기사가 되었다. 헤어지며 나는 그에게 넘치는 팁을 주지 않았다. 다만 그의 아들에게 작은 용돈을 쥐여 주었다. 그의 아들은 차에서 잠에 취해 있었는데 아내는 그의 가슴에 안전띠를 단단히 매어 주었다. 끄뜩은 여행을 다시 오면 그때도 운전을 맡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와 함께 찍은 몇 장의 사진과 그의 명함을 내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발리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시간을 책임질 가이드분을 만났다고 설명을 달았다.

끄뜩의 순수한 선의는 앞으로도 그곳을 찾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세상은 살만한 곳으로 변할 것이다. 마찬가지다. 개인의 일이든 나라의 일이든 상대의 불신을 허물고 신뢰를 획득하는 방법은 자신의 순수성을 되찾는 일이다. 상대의 지갑을 열어 자신의 상품과 바꾸려는 분이라면 명심해야 한다.



그들의 스마트폰은 당신을 감시하는 망원경이고 현미경이고 잠망경이다.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손금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 의견까지 교환해가면서. 고객은 봉이 아니라 왕이다. 마음으로 대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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