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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조국보다 무서운 화이트리스트

입력 2019-09-05 13:51
신문게재 2019-09-06 19면

배종찬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대한민국은 8월 한 달 내내 조국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청와대 민정 수석을 역임한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다. 지명된 지 한 달이 다되어가지만 아직 청문회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다른 바쁜 일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역대급 논란의 인물이 되면서 청문회 개최를 위한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사회주의노동자동맹에 참여했던 이념적 문제에다 ‘조국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투자로 인사 검증에 홍역을 앓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딸과 관련된 입시 의혹은 온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고등학생이 의학 전문 분야 논문의 제 1저자가 되고 유급 위기에 처했던 학생이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학생들 사이에 불가사의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과 주요 언론사가 ‘조국 논란’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우리 경제는 점차 숨통이 막혀 가고 있다.

우선 일본의 경제 도발인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준비가 없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 도발에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28일 일본은 우리나라를 전략물자 수출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후보 국가 목록에서 제외했다. 명칭이 전략물자이지 사실상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에 대해 건건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내용이다. 부당한 일이고 일본의 경제 보복은 천인공노할 일이다. 그러나 화이트리스트가 쏘아 올릴 경제적 부담은 결코 만만치 않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예상되는 피해를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다. 삼성같은 대기업은 국가 차원과 별개로 일본의 거래 기업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어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실제로 최근 도쿄에서 열린 ‘삼성 반도체 설명회’는 우려와 달리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우리는 무려 1000여개가 넘는 일본산 부품과 소재 품목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예상 타격 품목은 공작기계, 탄소섬유, 기능성 필름 접착제 등 정밀화학제품 군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우리가 주력으로 생산하고 첨단산업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는 소재들이다.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중소기업에 이미 수천억 원의 금융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파장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정치외교적 사안까지 얽혀있는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경기 하강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방 중소기업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원인임에 틀림없다.

정치권이 조국 논란으로 갈팡질팡하는 동안 미국과 중국의 무역 충돌 양상은 심화되고 있다. 관세 전쟁으로는 부족해 환율 전쟁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된 초강대국의 무역 전쟁은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벌써부터 경기침체(Recession)에다 불황(Depression)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국민들의 심리적 전망은 더 얼어붙어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달 6~8일 실시한 조사(전국1009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어떨지’ 물어보았다.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62%로 압도적이었다. 대통령은 또 국회는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지나 모르겠다. 그래서 조국 논란보다 화이트리스트가 훨씬 더 무섭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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