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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헬조선 청년에겐 '사다리'가 없다

입력 2019-09-08 14:57   수정 2019-09-08 16:13
신문게재 2019-09-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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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올여름 가장 강력한 흥행 돌풍의 영화 ‘엑시트’가 4일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어머니의 칠순 잔치가 무르익던 중 도심 전체는 유독가스로 인해 일대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자욱한 유독가스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고 위기의 한 가운데에 놓인 두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달리기를 시작한다. 단순한 재난 코믹 영화인 줄 알았는데 메시지는 의외로 강렬하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의 제목 뒤에 ‘헬조선 탈출기’라는 별칭을 붙였다. 살기 위해 무조건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뛰어야 하는 영화의 줄거리는 더 많이 가질수록, 사회적 위치가 높을수록 안전과 생존이 보장되는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 쓰나미, 그런 것만이 재난이 아니라 우리 상황이 재난 그 자체라고!” 영화 속 이 대사에 코믹영화지만 웃을 수 없는 이유가 담겼다.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양분된 사회에서 출구의 폭은 더 없이 좁아진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고소득과 저소득의 교육비 지출은 무려 8배 차이가 난다. 고소득 계층의 교육비 지출은 66만 5461원인 반면 소득이 낮은 계층은 8만 3297원이다. 특히 사교육비는 9.1배에 달한다.



대학을 겨우 졸업해도 좁아진 출구에 자기계발형이 아닌 생계형 일자리를 경험하게 되고 비정규직 또는 계약직을 전전한다. 그러다보니 일에 대한 낮은 만족도와 잦은 이직으로 업무 숙련도는 떨어지고 결국 경력은 단절된다.

직장을 가져도 저축이라고는 꿈도 못 꾼다. 대출에 생활비, 게다가 아이들 과외비를 빼면 매달 적자다. 편의점 도시락이 장사가 잘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7000원 이상의 점심 값을 지불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3~4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1000원짜리 편의점 커피로 씁쓸한 마음을 달랜다.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인서전트’(Insurgent)에서도 비인간적인 계층체계가 200년 넘도록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고 권력자 제닌이 지배하는 도시의 분파통제는 철벽같다. 사람들은 에러다이트(지식), 돈트리스(용기), 애머티(평화), 캔더(정직), 애브니게이션(이타심) 5개 분파의 굴레에 갇힌 채 직업 선택의 자유도, 소속집단 변경도 허락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도 분파의 행동규범 외엔 그 어떤 행위도 불가능하다. 에러다이트는 평생 과학자나 지식인 같은 엘리트로, 애머티는 농작물 생산자로, 에브니게이션은 항상 타인을 돕는 봉사자로만 살아야지 다른 모습의 삶은 꿈조차 꾸어선 안된다.

연세대 졸업식엔 이런 현수막이 걸렸다. ‘연세대 나오면 뭐하나? 백순데!’ 개인의 능력이나 교육수준으로도 상위계층으로 못 올라가는 사회. 그런 사회를 두고 사람들은 자조하듯 말한다.

영화 ‘엑시트’의 두 주인공은 유독 가스를 피해 더 높은 곳으로 끊임없이 달려 결국 재난으로부터 탈출에 성공한다. 현실 또한 영화와 같으면 좋겠지만 낮은 곳에 갇혀버린 사람들은 올라갈 사다리도 없고 달리기 위한 체력도 소진됐다. 무엇보다 그들이 찾고 있는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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