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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SF영화? NO! 범죄오락물의 새 강자 '양자물리학'

제목,설정,캐릭터 모두 기발함을 넘어 물만난 고기의 향연!
박해수,서예지,김상호,김응수등 조연으로 치부하기에 아까운 명배우들의 시너지 출중

입력 2019-09-11 19:28   수정 2019-09-12 15:27

쁘띠리뷰_양자물리학

 

제목만 보면 흡사 SF영화다. 범죄오락물 '양자물리학’은 청와대, 화류계, 공무원부터 조폭과 사채업자가 엮인 마약 스캔들까지 자극적인 소재를 종합 선물 세트로 묶었다. 그동안 한국 영화가 보여준 소재의 조합이 기껏해야 정치와 언론 스캔들 혹은 검찰의 비리였다면 ‘양자물리학’은 시작부터 다르다. 


영화는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가진 주인공 찬우(박해수)를 내세워 관객들을 과학적으로 증명된 ‘성공이론’으로 현혹시킨다. 극 중 찬우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밑바닥부터 다져진 패기와 야망으로 고급 클럽의 주인을 코앞에 둔 사내다. 죽어가는 가게도 살린다는 유흥계의 화타로 불리는 그는 자신의 가게로 황금인맥을 가진 성은영(서예지)을 스카우트한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두 사람이 보여주는 화려함은 초반 15분 내외다. 영화는 곧 대한민국의 민낯을 품은 검은 블랙홀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사건의 시작은 이른 성공에 취해 마약을 탐닉하는 유명 래퍼의 진상 짓이다. 그의 마약 투약 사실을 눈치 챈 찬우는 좌천된 형사 박기헌(김상호)에게 정보를 넘긴다. 단순히 톱스타의 구속으로 끝날 것 같던 사건은 정재계 자제와 그의 돈으로 움직이는 사채업자의 막내아들까지 연루되면서 커지기 시작한다. 

 

양자물리학
영화 ‘양자물리학’(사진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여러 가지 파동을 만나 거대한 에너지장을 형성한다는 ‘양자물리학’의 철학적 의미는 영화의 곳곳에 배어 있다. 숲으로 치자면 겉모습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지만 그 안에 빼곡한 나무에 더 시선이 가기때문.

 

자신의 무식함을 딛고 비리없이 정당하게 사업을 하고 싶었던 남자와 사시 1차에 합격하고도 아버지의 부도를 막기위해 화류계로 진입한 여자의 케미스트리는 표면적일 뿐이다. 돈으로 대한민국을 움직인다고 믿는 백영감(변희봉),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조폭 정갑택(김응수), 야망에 불타는 검사 양윤식(이창훈)과 그 패거리들을 적재적소에 등장시켜 작은 파동으로 뭉치고 흩어지면서 빠르게 흘러간다.



돈은 정치를 움직이고 정치는 곧 권력을 낳는다. 정권 교체란 의자 뺏기게임에서 철새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줄을 대는 언론과 재벌들의 머리싸움은 이미 각종 뉴스와 신문의 사회면을 통해 봐왔던 사실이다. ‘양자물리학’은 그 너머의 추악한 역사적 순간을 과감히 드러냄으로써 영화의 몰입도와 재미를 더한다. 

 

한마디로  ‘이 사건도 이렇게 묻힌 거였어?’ 또는 ‘그때의 그 뉴스를 말하는거구나’ 싶은 상황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흡사 영화 ‘베테랑’과 ‘내부자들’을 보며 전율했던 통쾌함이 ‘양자물리학’에는 원소주기율표를 보듯 깔끔하게 배열돼있다.

 

양자물리학
영화 ‘양자물리학’(사진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This is Moment] “이왕이면 대기업이 좋겠어요.”여자 수사관의 대사

각본과 더불어 연출을 맡은 이성태 감독은 만장일치가 아니면 대상이 나오지 않는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거머쥔 실력파다.



그는 ‘세상은 고정되지 않고 생각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양자물리학 이론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숱한 위기를 긍정적으로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유쾌한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첫 장편영화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꽤 의미심장하고 위험하다. 대사 곳곳에서 “이래서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면 안돼” 혹은 “너를 죽이면 덜 미안할 것 같아서” 같은 작금의 사회를 관통하고 젠더 이슈에 민감한 순간들이 있다.

백 영감이 수천억원대 공사수주를 대기업에 맡기면서 환경운동단체를 어떻게 누르는지와 면세점 사업권을 노린 일류기업의 엘리트 사원이 보여주는 충성도 등은 언뜻 스치지만 충분히 눈치챌 만하다.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고 기록되는지도 래퍼의 시체를 유기한 곳을 알려주는 수사관을 통해서 한껏 조롱한다. 조폭에게는 반말을, 또라이지만 검사인 상사에게는 황금줄을 기대했던 이 수사관은 정보를 넘기는 대신 위의 대사와 함께 대기업 이직 제안을 받아들인다.

살려준다고는 했지만 곧 죽을지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가운데서 보여주는 배우의 페이소스는 어쩌면 우리가 묵인해왔고 ‘일단 나부터 살고보자’고 눈감는 서민들의 이기심 혹은 본능이다.

그 짧은 순간에도 배신과 반전이 오가는 것도 ‘양자물리학’이 보여주는 꽤 쏠쏠한 재미다. 결론적으로 간만에 제대로 된 ‘물건’이 나왔다. 9월 25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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