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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넘버] 뮤지컬 ‘시라노’…웃음과 서글픔이 공존하는 ‘달에서 떨어진 나’

실존인물을 극화한 에드몽 로스탕의 5막짜리 시극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시라노’
지킬앤하이드’의 레슬리 브리커스·프랭크 와일드혼 콤비작, 김동연 연출, 류정한·이규형·조형균·최재웅, 박지연·나하나, 김용한·송원근 등 출연
우스꽝스럽게 “삐리빠라뽀”를 외치는 넘버 ‘달에서 떨어진 나’

입력 2019-09-13 22:00   수정 2019-09-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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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언변의 소유자이자 수려한 시의 은유를 구사하는, 지적이고 로맨틱한 문장가이며 불의를 참지 못하고 권력자나 부조리에는 타협 없이 맞서는 군인이기도 한 이 남자,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 류정한·이규형·조형균·최재웅,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의 사랑방식은 눈물겹다.

실존인물을 극화한 에드몽 로스탕의 5막짜리 시극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시라노’(10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시라노는 1대100의 싸움도, 죽을 것이 뻔한 전쟁도 두렵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가장 신경 쓰는 존재가 있으니 유일한 단점이자 콤플렉스인 큰 코와 사랑하는 록산(박지연·나하나)이다. 괴상하기까지한 코 때문에 록산을 향한 사랑고백을 주저하는 사이 그녀는 잘 생긴 가스콘 신입대원 크리스티앙(김용한·송원근)에게 한눈에 빠져버렸다.



시라노
뮤지컬 ‘시라노’ 중 ‘달에서 떨어진 나’(사진제공=CJ ENM)

 

사랑에서만큼은 ‘거침없는 용맹함’ 보다 록산의 행복을 우선시한 시라노는 그녀와 크리스티앙 사랑의 전령사를 자처한다. 제 마음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시라노의 모습은 솔직하게 사랑을 고백하고 쿨 하게 이별하는, 내 감정에 충실하게 사랑하는 이 시대와는 결을 달리하며 공감을 어렵게 하곤 한다.

더불어 세 남자로부터 동시에 사랑받지만 자신의 사랑이 너무 커 다른 이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는 록산은 여전히 논란거리가 잔재하는 캐릭터다. 록산은 보수적인 17세기 프랑스에서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가 하면 사랑을 찾아 전쟁터로 향하는 용기와 행동력을 지녔다. 검술과 작문을 배우고 여성문학지 발간을 꿈꾸기도 하는 록산은 시라노의 시적 은유를 더욱 빛나게 하는 지성과 감성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쟁터로 떠나는 시라노에게 “그의 방패가 돼주세요” “그를 지켜 주세요”라고 크리스티앙을 부탁하고 청혼한 드기슈의 마음을 거짓말로 속이는가 하면 크리스티앙의 근사한 외모에는 반했지만 그가 수려한 시구나 달변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자 화를 내기도 한다.  

 

시라노(류정한)
뮤지컬 ‘시라노’의 류정한(사진제공=CJ ENM)

논란의 여지에도 록산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시라노의 눈물겨운 사랑법은 뮤지컬 ‘시라노’의 미덕이기도 하다.


[달에서 떨어진 나] 이토록 눈물겨운 ‘삐리빠라뽀!’

“삐리빠라~”로 시작하는 ‘달에서 떨어진 나’는 시라노의 눈물겨운 사랑법을 ‘웃프게’ 담아낸 넘버다. 갑작스럽게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나선 록산과 크리스티앙을 위해 드기슈를 따돌리려 온힘을 다 하는 시라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서글픈 곡이다.

수려한 시적 은유와 진지하고도 서글픈 고전 로맨스에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은 이 넘버는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기 위해 펼치는 시라노와 가스콘 부대의 외계인 쇼다.

우스꽝스럽게도 “삐리빠라뽀”를 외치며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필사의 순간을 보내고 기진맥진한 시라노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서글프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하다.

이 웃픈 넘버가 있어 그 이후로 이어지는 크리스티앙이 전쟁터에서 배고프지 않고 다치지 않게 ‘그를 부탁해요’라는 록산의 당부와 모두가 떠난 무대에서 운명을 자신의 몫으로 기꺼이 감내하며 당당하게 홀로 맞설 것을 다짐하는 ‘나 홀로’까지가 더욱 눈물겹고 결연하다.

시라노의 사랑은 안타깝지만 여전히 답답하다. 세 남자의 사랑을 받지만 ‘보이는 것과 실재의 차이’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록산의 행동 역시 이해받기 어렵다. 시라노의 시적 은유와 아름다운 재담 능력은 크리스티앙의 이름으로 록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만 발휘된다. 록산을 사랑하는 세 남자, 시라노·크리스티앙·드기슈 간의 우정과 전우애의 실종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삐리빠라” 후 달을 배경으로 유일하게 떨쳐내지 못했던 콤플렉스인 자신의 코를 당당하게 치켜들며 목놓아 “나 홀로”를 외치는 과정에서 프로듀서이자 시라노 역의 배우 류정한이 말한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용기, 외로움, 정의 등이 담긴 시라노와 인물들”이 느껴진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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