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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미래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 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가 “두려움이 곧 미래 원동력”

2028년의 경제, 사회, 환경, 외교, 노동 등 분야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는 일들로 엮은 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의 홈볼트 포럼이 2017년 가을부터 1년여 동안 다양한 분야의 학자, 전문가, 시민들로 꾸린 13개 워크숍을 통해 토론하고 탐구한 결과물

입력 2019-09-20 14:00   수정 2019-09-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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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사진제공=LG아트센터)

“한국과 독일 양국은 비슷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비슷한 질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분단의 경험만이 아니에요. 위협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들이 무언가를 빼앗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미래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공통의 질문이 출발을 할 수 있거든요.”

2028년의 경제, 사회, 환경, 외교, 노동 등 분야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는 일들로 엮은 연극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 Which Future?! 9월 20, 21일 LG아트센터)를 연출한 안드레스 바이엘(Andres Veiel)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해 독일에서 초연된 ‘렛 뎀 잇 머니’는 막스 라인하르트, 베르톨트 브레히트, 하이너 뮐러,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등이 거쳐간 독읠 극장 ‘도이체스 테아터’(Deuthsches Theater Berlin, 이하 DT) 작품이다.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 2001년 유럽영화상 다큐멘터리상(2001) 등을 수상한 연극 연출가이자 영화감독 안드레스 바이엘 작품으로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의 홈볼트 포럼(Humboldt Forum im Berliner Schloss)이 2017년 가을부터 1년여 동안 다양한 분야의 학자, 전문가, 시민들로 꾸린 13개 워크숍을 통해 토론하고 탐구한 결과물이다.


◇미래에 대한 질문들, 그에 대한 극렬한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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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 뎀 잇 머니’ 독일 공연사진(사진제공=LG아트센터)

“한 전문가가 10년 후 미래에 대한 질문과 시나리오를 준비했어요.”

제작 과정에 대해 이렇게 전한 안드레스 연출가는 “10년 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일을 하게 될까, 무조건적인 기본 소득이 존재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나 홍수, 건조한 날씨 등이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가 간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될까, 독립된 국가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아니면 서로의 관계를 중시할까, 아예 국가 자체가 해체돼 버릴까 등의 질문”을 예로 들었다.

 

이들 중 ‘국가’에 대한 질문은 워크숍 중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진 이슈이기도 하다.

“젊은 참가자들은 전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살아가기 때문에 더 이상 여권 같은 건 필요없다는 ‘슈퍼 시티즌’을 주장했어요. 노트북과 콘센트만 있으면 연결이 가능하고 나라에 위기가 있으면 위기가 없는 데 가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이들 마인드에 나이든 사람들은 언짢아했어요. 권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 등 좀 더 기본적인 고민을 해야한다고 반박했죠. 콘센트에 전원을 연결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고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기 자체가 어디서 만들어지고 책임을 지는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곤 “나이 든 세대들은 사람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강력한 국가가 있기를 바랐고 젊은 참가자들은 국가의 권리 보장 보다는 개인의 딜(Deal)과 거래를 통해 살아가면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정리했다.

“저희는 국가 개념 보다는 사적인 딜로서 존재하는 나라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안에는 경제 특구 같은 것이 있을 테고 바다 위의 인공섬들이 만들어지고 세금혜택 등의 관계들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13개의 워크숍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한 결과물을 수집해 10년 후 일어날 일에 대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했습니다.”

이어 “일종의 참여형 프로젝트로 시작해 예술적 방식으로 나아간 것”이 ‘렛 뎀 잇 머니’라며 “10~12시간에 걸쳐 여러 참여자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연극을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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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사진제공=LG아트센터)

 

“한 테마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다양한 관점들을 연결시키고 싶었습니다. 개별적이 아닌 종합적으로 연결시켜 전체를 바라보게끔 유도하고 있죠. 환경과 경제, 경제와 노동문제 등을 연결시켜 탐구해 이 세상에 많은 복잡한 문제를 예술적 방식으로 끌어내보고자 했어요. 모든 참여자들에게는 크고 작은 도전이었죠. 저희는 예술가이지 전문가가 아니거든요.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예술인이라도 이 세상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사실이었어요.”

이를 “일종의 책임의식”이라고 표현한 안드레스 연출가는 “특히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보탰다.

“그 질문들은 단순히 정치적 사안으로 넘기지 않았습니다. 베를린 공연 때 정치인들과의 대화를 진행했어요. 이 작업의 결과물이 극장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효력을 발생시키길 원했고 정치와 예술, 지식과 예술 등 분리돼 만날 수 없었던 세계를 연결시키고자 했거든요.”


◇‘두려움’을 원동력으로 한 미래에 대한 가능성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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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 뎀 잇 머니’ 독일 공연사진(사진제공=LG아트센터)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게 뭘가를 가장 먼저 고민했습니다.”

심포지움에서 도출된 여러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연극 무대로 옮겨오는 선별 기준에 대해 ‘원동력’이라고 밝힌 안드레스 연출가는 10년 후 세상에 대해 급속도로 발전한 과학기술, 그로 인한 데이터 처리의 최첨단화, 국가 간 경계의 와해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세상 자체는 무자비하고 이기적으로 변하기도 할 겁니다. 인권은 덜 중요해지고 각자의 권리를 찾게 될 거예요. 그런 세상에 저항하는 세력도 나타날 테죠. 이 작품 속에서도 큰 위기 후 개인의 권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저항하는 단체 ‘렛 뎀 잇 머니’가 생겨납니다.”

제목과도 같은 ‘렛 뎀 잇 머니’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10년 후를 상상하면서 저항도 상업성과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서 상품성을 보장하는 사람은 팔로워들이고 그들은 매우 중요하다”며 “팔로워들은 재밌는 이야기와 쇼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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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사진제공=LG아트센터)

 

“미래의 영향에 대한 ‘인간은 무엇보다 먼저 먹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한 참여자가 언짢음을 표하며 ‘렛 뎀 잇 머니’를 외쳤어요. 식량이나 영양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고 경제와 돈에 대해서만 얘기를 했거든요. ‘돈이나 처먹어라! 돈만 갖고는 살 수 없어’라는 의미죠.”

이어 “권리를 되찾으려 행동하는 ‘렛 뎀 잇 머니’는 위기의 원인 제공자에게 질문을 던진다”며 “그 위기는 단순히 종말로 가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미래의 시점에서 위기를 제시하고 질문을 미리 던짐으로서 지금의 우리가 그걸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죠. 이 작품의 기본 아이디어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 타진이에요. 어떤 두려움에 의해 마비되고 무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원동력으로 삼아 질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던지기 위한 작품이죠.

그리곤 극 속 유토피아적 풍경 중 하나인 “출신, 배경, 인종, 나이, 직업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무조건적 기본 소득”을 예로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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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 뎀 잇 머니’ 독일 공연사진(사진제공=LG아트센터)

 

“사람들이 더 이상 일하려 하지 않거나 게을러질 것이라는 회의적인 입장도 있었어요. 하지만 로또를 통해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실험 사례가 있어요. 무조건적 기본 소득이 유토피아적 관점을 제공하는 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닌)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미래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자유와 노동, 일, 돈 등을 연결시키는 아이디어죠.”

그리곤 “유토피아적 이상을 담고 있는 그 아이디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그 아이디어가 사적 영역에서 활용 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위기 뿐 아니라 기회에 대해서도 얘기하죠. ‘세상은 그대로구나’라고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미래의 위기들 “미래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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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 뎀 잇 머니’ 안드레스 바이엘 연출(사진제공=LG아트센터)
“두려움을 일으키는 이슈는 정말 다양했어요. 올해 저는 독일에서 두 번째 여름을 맞았는데 너무 건조해 수확에 문제가 생겼고 숲은 죽어가고 산림 화재는 10배나 증가했어요. 유럽의 각 지역에 이민자들이 다수 들어오기도 했죠.”

이들에 대해 “이슈만으로도 (유럽인들에게는) 영향을 미치고 두려움을 느끼는 테마들”이라고 표현한 안드레스 연출은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로 ‘재정 위기’를 꼽았다.

“유럽에는 2007~2008년 재정위기로 인한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실시했지만 아직 안정화 단계는 아니고 유럽은 EU 탈퇴를 준비하고 있죠. 이 작품에서는 이탈리아가 EU를 탈퇴한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 그 중심에는 내가 이 상태로 잘 살 수 있을까, 앞으로 내 아이들은 어떤 미래에서 살까 등 존재론적인 이슈들이 있어요.”

그는 “2007, 2008년의 재정위기가 저에겐 큰 영향을 미쳤다. 2012년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가 재정 위기를 불러온 책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라즈베리 엠파이어’(Raspberry Empire)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며 “그때 만났던 책임자, 전문가들은 미래에도 그때와 같은 재정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도이체스 테아터와 홈볼트 포럼에서 연극까지 이어지는)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발생한 위기가 아닌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위기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 위기를 막기 위해 오늘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묻고 싶었죠. 사실 저희가 극을 통해 제시한 10년 후 설정들은 현재도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기후 변화는 시작됐고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거나 생체기록이 담긴 칩 기술, 프랑스령의 폴리네시아라는 인공섬도 이미 존재하고 있거든요.”

이는 연극 ‘렛 뎀 잇 머니’의 시간적 배경이 더 먼 미래가 아닌 2028년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20년 후가 되면 SF물처럼 흘러갈 것 같았다”며 “10년 후라는 미래는 지금 현재를 말하기 위한 거울”이라고 표현했다. 안드레스 연출은 “연극이 도출해낸 질문을 다시 한번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연극이 이 프로젝트의 끝이 아닙니다. 전문가, 정치인 등이 참여해 연극이 도출해낸 질문들에 대해 다시 한번 토론하는 컨퍼런스가 종착역이 될 거예요. 2020년이나 2021년에 이뤄질 이 최종 컨퍼런스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기후변화가 될 거예요. 지구를 살리기 위해 국가는 어떤 일을 해야하고 그 비용은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 등을 논하게 될 겁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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