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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오페라로 재탄생될 ‘1945’의 고선웅 연출 “매일이 브라보!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을 만나다”

2017년 초연됐던 배삼식 작가의 동명 연극을 오페라로 변주한 '1945'의 고선웅 연출, 최우정 작곡가, 정치용 지휘자 등 의기투합
해방 직후 중국 만주 장춘 소재의 조선인 전재민 구제소를 배경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
일제시대, 위안부 문제 등에 빗댄 가치판단, 억압과 폭력이 될 수도 있는 위험 등에 대한 이야기

입력 2019-09-21 22:00   수정 2019-09-21 22:07

SHAO연출 고선웅 2
오페라 ‘1945’의 고선웅 연출(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연극은 다층적이고 여러 캐릭터들이 가진 이야기에 심도가 있죠. 하지만 오페라는 그렇게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2017년 초연됐던 배삼식 작가의 연극 ‘1945’가 오페라로 변주된다. 오페라 ‘1945’(9월 27,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고선웅 연출의 말처럼 스토리와 캐릭터 중심의 연극 대본을 노래로 풀어내는 오페라로 변주하는 과정은 위험요소가 적지 않은 작업이었다.



게다가 ‘1945’는 해방 직후 중국 만주 장춘 소재의 조선인 전재민 구제소를 배경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로 섬세한 감정 표현과 복잡 미묘한 주제의 중첩이 필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페라 1945
오페라 ‘1945’ 창작진들. 왼쪽부터 최우정 작곡가, 정치용 지휘자, 고선웅 연출, 배삼식 작가(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위안부였던 분이(소프라노 이명주)와 임신한 일본인 여자 미즈코(소프라노 김순영), 위안소 중간관리자였던 박섭섭(메조 소프라노 김향은), 분이에게 호감을 가진 오인호(테너 이원종), 섭섭과 정분이 난 장막난(바리톤 이동환), 구제소의 어른 이노인(바리톤 유동직), 한글강습회를 열려는 구원창(베이스바리톤 우경식), 생활력 강한 김순남(메조소프라노 임은경) 등이 얽히고설켜 이야기를 꾸린다. 배삼식 작가가 직접 대본을 다시 꾸렸고 고선웅 연출과 최우정 작곡가, 정치용 지휘자 등이 힘을 보탰다.



“배(삼식) 작가가 지혜롭게도 오페라 문법에 맞게 풀어냈어요. 민초들의 삶, 등장인물들 각각의 색깔 등이 어렵지 않게 잘 표현되고 있죠. 사실 오페라는 노래 한곡으로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있어요. 노래가 가진 경제성 안에서 인물들의 캐릭터가 존재하기만 하면 되죠. ‘치욕이오. 그러나 견뎌야 하리’로 구원창을, ‘돌무덤에 돌이라도 하나 놓고 싶다’로 이노인을 표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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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 중국 만주 장춘 소재의 조선인 전재민 구제소를 배경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 오페라 ‘1945’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그리곤 “연극이 관객들을 너무 긴장시키고 집중시킨다면 오페라는 물 흐르듯 노래로 표현한다”며 “전혀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오페라가수들의 연기력도 걱정거리였지만 고선웅 연출은 “매일이 브라보!”라고 말을 보탠다.

“노래하면서 오케스트라에 맞추랴 연기하랴 다들 어려울 텐데 너무 잘하고들 계세요. 노래도 잘하시는데 연기 호흡도 일취월장으로 좋아지고 있죠. 오늘도 ‘브라보’를 외쳤어요.”




◇더 이상의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아베가 봤으면 좋겠어요”

“오페라의 음악이라는 장치가 매력적이에요. 위안부 분이와 적이었던 일본인 미즈코 두 사람이 갈등하고 서로를 죽일 것 같다가도 슬픈 선율 하나면 ‘너나 나나 똑같아’가 되거든요. 점프도, 비약도 쉽지만 인물을 이해하기도 쉽죠.”

연극으로 초연됐을 당시 위안부였던 조선여자 분이(연극에선 이명숙)와 침략국이었던 일본인 미즈코 그리고 위안소 중간관리자로 같은 조선소녀들을 핍박하던 여자 섭섭(연극에선 박선녀)의 화해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그런 관점들이 논쟁거리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오페라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작가가 하려던 것은 주민증, 호패가 생기기 전의 사람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적국관계이면서도 동지로 같이 있었던 두 사람은 구제소까지 같이 갈 수밖에 없었어요. 미즈코는 아기를 가졌고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죠. 분이 입장에서는 (미즈코를) 그냥 두고 가면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렇게 적과의 동침을 하게 된거죠.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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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1945’의 고선웅 연출(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그리곤 ‘1945’에 대해 “평화에 대한 이야기”라며 “몰상식하게 누군가의 권리를 침탈하는 그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분이, 미즈코, 섭섭 등 전쟁이라는 피치 못할 불가항력의 상황 속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간다. ‘더 이상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응축된 메시지를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저는 아베가 이 작품을 꼭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얼마나 관대한지, 분이가 미즈코를 끝내 어떻게 보호해 동행하는지를요. 자신들이 쳐들어온 건 기정사실인데 쿨하게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위안부 문제 역시) 국가가 나선다고 정리되는 게 아닌, 개인 정서의 문제죠. 사적인 건 사적으로 정리해야하는데 일본은 좀 유치한 것 같아요.”

 

고선웅 연출
오페라 ‘1945’의 고선웅 연출(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 “광맥이 있어요!”

“사실 저도 염려를 했어요. 하지만 기우였던 것 같아요.”

오페라는 서양 귀족이 향유하던 장르였고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한다. 그 소재 역시 귀족이나 왕족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오페라가 한국 특유의 한과 민초들의 절박함이나 투박함, 일상성 등을 잘 풀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저는 지루한 건 못견디는 사람인데 우리 오페라는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아요. 오케스트레이션과 합창이 들어가 멋질 것 같아요. 구제소 느낌이 나는 사실적인 공간이면서도 합창하기 좋은 구조로 무대도 꾸렸죠. 지금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나올 수는 방법을 고민 중이죠. 에너제틱한 몹신, 신나는 장면도 있고 장관(壯觀)도 있을 거예요. 연극에도 있었던 분이와 미즈코의 바닷가 신도 있어요. 한마디로 표현이 안되는 복합적인 장면으로 저렇게 될 수밖에 없겠구나 싶게 표현됐죠.”

더불어 고선웅 연출은 창작 오페라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오페라 ‘1945’에 대해 “샹들리에, 와인, 화려한 의상, 무도회 등이 등장하는 서양 궁정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가사를 쓴 배 작가의 문학성으로 아리아에 품격이 생겼어요. 또 최우정 작곡가가 한국적 정서와 선율, 대중적 코드를 많이 넣어 아리아를 만들었죠. 음악적으로 주고 받는 변화도 흥미로워요. 분명 오페라적인 아리아와 합창이 있지만 굉장히 친근해요. 게다가 우리 말로 하다 보니 정서적 동화도 빠르고 감점이입도 쉬워요. 제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요. 그렇다고 격조가 떨어지지도 않아요.”

그리곤 “장르적으로 보면 연극보다는 오페라에 더 어울리는 작품 같다”며 “인물들이 더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표현된 연극도 훌륭하지만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보탰다.

“격동하는 시대의 군중의 삶을 노래로 표현하니 더 에너지가 느껴져요. 오페라로 만들어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처음 창극을 했을 때 ‘광맥’(鑛脈)이 있다고 했어요. 한국 문화의 총체적 힘이 느껴졌거든요. 서양 장르지만 오페라도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와 정서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훌륭한 창작 오페라도, 소재도 많이 발굴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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