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다'리뷰] '한스 짐머 라이브', 거장 음악감독이 보여주는 예술혼!

28,29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려
첫날 공연 전석 매진, 수준 높은 관람매너에 걸맞는 감동의 연주에 박수와 환호 이어져
감동과 웃음, 추억 되살리는 명곡들, 영화 속 장면 재현 없이도 관객들의 영혼 울려

입력 2019-09-29 12:48

한스짐머
전석 매진된 공연을 한 회 더 연장한 ‘한스 짐머 라이브’ 공연의 첫 날 공연인 28일 무대모습. (사진제공=AIM)

 

역시 한스 짐머였다. 영화 음악계의 거장이자 맏형인 ‘한스 짐머 라이브’가 2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애초 1회 공연이었던 이번 콘서트는 국내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29일 또 한번의 공연이 추가된 상황. 무대 위에 서는 것을 꺼려하기로 알려진 그와 함께 라이브 무대에 오른 ‘한스 짐머의 밴드’를 보려는 관객들은 토요일 오후를 반납한 채 빈자리를 볼 수 없을 만큼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애초 예정된 7시를 10분 넘기고 시작된 공연은 그의 대표작중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셜록 홈즈’의 인트로 멜로디가 흐르며 서막을 열었다. 흰색 와이셔츠와 노 타이로 등장한 그는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다가 자메이카의 전통 악기를 들고 나타나는등 특유의 변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안녕하세요”라는 또렷한 한국어로 인사를 한 그는 서울을 “어메이징한 도시”라고 극찬하며 최고의 무대를 약속했다.

그의 대표작인기도 한 ‘글래디에이터’는 한 편의 영화를 뮤지컬로 보는듯한 연출로 시선을 모았다. 합창단의 코러스와 더불어 밴드의 메인 보컬이 영화가 가진 서사적인 느낌을 한껏 끌어올렸다. 1970년대 시절 펑크 밴드를 직접 결성하기도 했던 한스 짐머는 이 무대에 여러차례 전자 기타와 클래식 기타를 들고 등장해 녹슬지 않은 연주 실력을 보여줬다. 약 3시간의 공연 중 1부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라이온 킹’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한 ‘서클 오브 라이프’의 도입부를 직접 부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레보 엠(Lebo M.)과의 콜라보레이션 무대였다. 

 

한스짐머4
특유의 넉살과 여유있는 무대매너로 한국 관객들을 매료시킨 ‘한스 짐머 라이브’. (사진제공=AIM)

 

국내 관객들은 레보 엠의 오리지날 목소리가 들어있는 친숙한 인트로 음악이 나오자 큰 박수로 환호했다. 일부 외국 관객들은 탄성과 더불어 자리에 일어나 한스 짐머와 레보 엠의 이름을 부르는등 격한 환영의 몸짓을 보이기도. 

 

두 사람은 무대가 끝난 후 서로 포옹을 했고, 한스 짐머는 “ 우리는 1990년대 미국 LA에서 만났다. 아마도 여러분들이 태어나기 전”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유발하는등 시종일관 친숙한 무대매너로 한국 관객들을 이끌었다.

 

2부와 중간 휴식시간이 시작되기 전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한스 짐머 사단이자 그가 직접 ‘원더우먼’이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로 총애하는 첼리스트 티나 구오의 ‘캐리비안의 해적’ 연주였다. 중국계 뮤지션인 그는 검은 머리를 허리까지 기르고 붉은 입술 화장과 과감한 노출 의상으로 등장해 원곡이 가진 웅장함과 신나는 리듬을 현란한첼로 연주로 들려줬다. 

 

한스짐머3
한스 짐머는 온 몸이 다 젖을 정도로 무대위에 히트곡들을 연주해 나갔다. (사진제공=AIM)

 

‘한스 짐머 라이브’는 흡사 클래식계의 스타 브랜드인 ‘요요마와 친구들’의 영화음악버전을 보는 듯 했다. 예순이 넘은 거장에게 음악은 곧 얼굴이었다. 와이셔츠가 흠뻑 젖을 정도로 여러 악기를 오가면서도 스태프와 연주자들을 소개했다. 

 

인상적인 건 단순히 이들이 여러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사이를 넘어 20대와 60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연령대라는 점, 그리고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였다는 사실이다. ‘한스 짐머의 밴드’는 업계 최고의 실력자들 사이에서도 들어가기 힘든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걸어다니는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한스 짐머가 전세계의 악기를 연구하고 음악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기에 블록버스터 영화부터 액션, 판타지, 코미디는 물론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드라마와 로맨스등 다양한 장르의 OST가 완성되는 것이리라. 

 

한스짐머2
최고의 연주자들이 워너비로 꼽는 ‘한스 짐머의 밴드’. 다양한 연령대의 이들이 보여주는 합동 연주는 관객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다. (사진제공=AIM)

 

2부는 ‘트루 로맨스’와 ‘레인맨’의 주제가를 경쾌한 보사노바와 룸바 버전으로 각색한 노래로 시작됐다. 캐주얼한 검은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한 한스 짐머는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나요?”라는 말과 함께 ‘맨 오브 스틸’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연달아 연주했다. 

 

장르적 특성상 영화의 한 장면을 삽입 할 법도 한데 ‘한스 짐머 라이브’는 조명 퍼포먼스와 다양한 비주얼 영상을 통해 오롯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공연의 마지막에 연주된 ‘다크나이트’와 ‘인터스텔라’,‘인셉션’을 배치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의 OST에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그중 몇몇은 눈물을 닦는 모습이 목격됐다. 전석을 가득 대중들의 관람 매너도 이번 공연의 또다른 주인공이었다. 

 

간혹 영상이 실제 연주자와 다른 세션을 비추고, 마이크 상태가 매끄럽지 않아 멘트가 묻히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너그러이 넘어갈 정도로 음악에 심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스 짐머의 나이는 올해로 예순 셋. 백세시대에 아직은 청춘이다. 부디 이 음악가의 라이브를 오래오래 무대에서 보고 싶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