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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백지영 “다사다난했던 20년 가수생활,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가수 백지영, 데뷔 20주년 기념앨범 ‘레미니슨스’ 발매
굴곡 많았던 20년, 풍파 딛고 남북 어우르는 최고의 가수로 성장
가족, 스태프들이 힘, 상처 많은 연예계, 타인에게 힘 주고파

입력 2019-10-08 07:00
신문게재 2019-10-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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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 (사진제공=트라이어스)

 

“풍파가 많은 20년이었잖아요. 제가 살아온 20년이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가수 백지영은 데뷔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누구보다 호된 시련을 겪었고 사연 많은 20년을 보냈기에 당차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그다. 그래서 백지영의 20년은 여성에게 폭력적인 시선이 남아있는 한국 가요사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고통과 시련의 세월을 뛰어넘은 여인은 이제 호탕한 웃음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타인의 아픔을 위로한다. 

 

 

◇ 데뷔 20주년, 신보 ‘레미니슨스’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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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 (사진제공=트라이어스)

 

4일 발표한 백지영의 미니앨범 제목은 ‘레미니슨스’(Reminiscence), ‘회상’이라는 의미다. 타이틀곡 ‘우리가’는 백지영의 호소력 짙은 음색이 돋보이는 따뜻한 느낌의 정통 발라드다. 배우 지성이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나서 시각과 청각에 온기를 더했다. 백지영은 “소속사 직원들이 요즘 가장 뜨는 젊은 배우를 추천했지만 눈빛만으로 곡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며 “흔쾌히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나선 지성씨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리가’의 후렴구는 웬만한 가수들도 소화하기 힘든 고음역대로 이뤄졌다. 백지영은 “처음에는 완창하기 힘들었는데 인터뷰 4~5일 전부터 완창이 가능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항상 녹음할 때마다 제가 가진 능력보다 반 음에서 한 음 정도 높여 부르곤 해요. 안정적 음역대보다 음을 높여 불러야 가수 자신도 발전할 수 있거든요.”

백지영의 신보는 2016년 발매한 ‘그대의 마음’ 이후 3년 만이다. 그 3년 동안 백지영은 온전히 하임이 엄마로 살았다. 딸 하임 양은 그가 여러 차례 이별을 겪은 뒤 선물처럼 찾아온 아기 천사다. 백지영은 “아이를 키우며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하다 보니 예전보다 체력관리에도 신경을 쓰게 돼 절로 목 관리가 되고 있다”고 웃었다.

백지영은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봄이 온다) 출연 제안을 받은 뒤 고민하기도 했다. 평양에서는 아이와 영상통화도 할 수 없고 출판물도 소지할 수 없어 그가 심적으로 의지하는 성경도 갖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 고사하기도 했던 평양 무대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안겼다. “무대 위에 오르니 꼿꼿한 자세로 한복을 입고 앉아계신 관객들이 입을 조금씩 움직이며 따라 부르는 모습이 보였어요. 너무 감사했죠. 그 무대는 제 평생 가장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아요.”

 


◇ 고통의 시간 이겨내니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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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 (사진제공=트라이어스)

백지영은 세기말을 강타한 댄스가수였다. 1999년 ‘선택’으로 데뷔해 2000년 ‘대시’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사생활 유출 사건이 잘 나가던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를 악물고 재기를 꿈꿨다. 새 음반을 발표하고 밤무대에 섰다. 대중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무대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다. 그의 담금질은 2006년 발표한 5집 ‘사랑 안해’에서 빛을 발했다.

박근태가 작곡한 이 곡을 통해 백지영은 현란한 섹시댄스 대신 목소리만으로 전국민의 귀를 사로잡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2008년 발표한 정규 7집 ‘총맞은 것처럼’은 백지영을 발라드 대표주자로 각인시킨 곡이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한 동력은 가족과 종교다. 그는 최근 14년간 함께 한 매니저 최동열씨가 설립한 새 소속사 트라이어스로 적을 옮겼다. 새 회사지만 전 소속사에서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은 옛 동료들이 함께 했다. 백지영은 “나의 가수생활 20년은 오롯이 내 노력만이 아닌 스태프들의 애정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인터뷰 말미 최근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가수 우혜미의 이야기가 나오자 백지영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우혜미는 백지영이 심사위원을 맡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코리아’ 시즌1에 출연한 가수다.

백지영은 “소식을 들은 뒤 조문을 가려고 했을 때 이미 발인을 마쳤다”며 “가보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많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졌다. “고통의 시간과 고난의 경중은 타인이 판단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누구보다 힘든 일을 겪었던 만큼 그 분들이 어떤 식으로 나락에 떨어지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어요. 저도 힘들었지만 시간과 줄다리기를 하며 견디다 보니 이제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제가 버텨온 20년이 그분들의 삶에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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