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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일본 베껴 ‘계속고용제도’ 검토한다 했는데… 고령일자리 외면 속 ‘정년의 역설’

입력 2019-10-10 07:00   수정 2019-10-09 13:33
신문게재 2019-10-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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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일자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식 정년 연장 방안을 2022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지난 달 밝힌 바 있다. 일본의 ‘계속고용제도’를 벤치마킹해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기업이 정년퇴직 후 재고용이나 정년연장, 정년폐지 가운데 하나를 자율 선택토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2006년 이 제도를 도입해 사실상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지금은 그 연령을 70세까지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고령화를 빠른 속도로 따라붙고 있는 우리로선, 일본의 추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서둘러 관련 후속책 마련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당장 쓸 만한 고령자 일자리 마련이 시급한 과제다. 그런데 왠지 정부 추진 속도가 더뎌 보인다. 왜 일까?


◇ 이제는 60세 70세도 ‘중년’



우리나라 인구의 40% 가까이가 통계 기준으로 ‘중·장년층’(40~64세)이다. 중·장년 가구 비중도 65.2%에 이른다. 고령화가 급진전되면서 이제 ‘노인’의 기준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신체적 나이가 과거에 비해 10~15세는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70은 이미 ‘노년’이 아니라 ‘중년’이다.

한국은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가장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나라다. 현재 추세라면 2020년대에 연평균 33만 명, 2030년대에는 52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가뜩이나 생산현장에 인력이 모자라고, 공공서비스 일자리마저 부족한 현실에서 6070 세대의 노동력도 이제 나라의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이들에게 얼마나 생산적이고 효율성 높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가 기업은 물론 국가의 중대 과제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말만 꺼냈지, 실제 추진 의지는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9월 18일 발표 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학계 중심으로 정년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정부 차원에서 과제화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발을 뺐다. 2022년부터 본격 논의하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현 정부 임기 중에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던 정부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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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계속고용제도’로 일자리 늘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8년 조사 자료를 보면, 이 ‘계속고용제도’를 통해 기업의 80% 가까이가 근로자를 재 고용했다. 정년 연장이 18% 수준이며, 정년 폐지는 3%에도 못 미쳤다. 기업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더니 연공제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워낙 큰 정년 연장 등은 대부분 포기하고 재고용을 압도적으로 선택했다.

어쨋든 2013년에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자 일본 55~64세 중·장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5% 이상으로 높아지는 등 확실한 효과를 보았다. 일본은 지금도 ‘일하는 노인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며 일자리 부족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해 가고 있다.

우리도 최근 정년 연장 논란이 한창이다. 2016년에 만 60세로 연장된 탓에 아직은 신중론이 많지만, 우리도 일본처럼 근로자의 퇴직연령을 국민연금 수령개시연령인 65세까지 연장하게 되면 ‘소득공백기’가 좁혀지게 된다. 국가적으로도 사회보장비용이 덜 들게 되어 재정부담이 낮아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50대 중반에 줄줄이 퇴직 당하는 마당에, 65세까지 직장에서 온전히 자리잡고 급여를 받을 근로자가 얼마나 될까.


◇ 정년 연장만으론 해결 안되는 ‘정년의 역설’

우리나라는 현재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정년이 만 60세로 되어 있다. 정년이 늘어나면 당연히 삶의 질도 좋아져야 하는데, 우리는 ‘정년 연장의 역설’을 경험하고 있다. 권고대로 늘어난 정년을 기업들이 지켜주기 보다는, 그 전에 서둘러 명예(희망) 퇴직이나 권고사직 등으로 직원들을 내보내면서 오히려 정년 연장이 ‘희망 고문’이 되고 있다.

‘2019 고령자 통계’를 보면, 2016년에 퇴직한 55~64세 중·노년 취업 경험자 가운데 올해 이렇게 일자리에서 밀려난 근로자가 12.2%에 이른다. 무려 60만 2000명이다. 최악인 경기 상황이 기업의 고용 발목을 잡고 있긴 하지만, 고용안정을 위해 정년을 연장했더니 오히려 강제퇴직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확대된 것이다. 정년퇴직자 절대 인원(35만 5000명)과 비중(8.2%)도 오히려 매년 줄고 있다.

정년에 임박하는 근로자가 늘면서 정년 연장이 곧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현실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적 연공서열형 임금 시스템을 단번에 바꿀 수 없다 보니, 아무리 임금 피크제 등을 동원해도 고임금 근로자를 계속 쓸 기업은 거의 없다. 차라리 그 돈이면 청년 직원들 몇 명을 고용하는 것이 더 실리가 있고, 청년일자리 창출에 목을 내는 정부 방침에도 호응하는 모양새가 되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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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년 연장과 함께 다양한 노인 일자리 창출 노력을 기울여, 노인 재취업자들이 활발하게 현장에서 일을 계속 하고 있다.

 


◇ 은퇴(예비자)들이 ‘인생 2막’ 위해 해야 할 일은?

전문가들은 인생 2막 일자리는 최소한 65세나 70세까지 일하고 싶은 일을 찾아, 퇴직 2~3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퇴직 후 중·장년의 재취업 일자리는 매우 일천하다. 정규직 적정 보수는 기대하기 어렵고, 낮은 임금의 시간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이미 2017년에 ‘베이비부머’ 세대인 55세 이상 중고령 근로자의 절반 가량(47.8%)이 근속 기간 2년 미만이었다. 특히 60세 이상은 단기 일자리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시한부 일개미’ 신세와 다름없다.

이럴 땐 해외 성공 사례가 도움이 된다. 미국의 경우 은퇴자 절반이 첫 퇴직 후 평균 2년이 넘는 경력전환 준비 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렇게 새 일자리를 얻으면 평균 근무 기간이 10년에 가깝다고 한다. 준비가 충분하니 재취업의 안정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스템도 이런 것이다. 퇴직 전환 준비를 퇴직 전에 미리 준비하거나, 퇴직 후 최소 1년 이상은 새로운 환경에 완벽히 적응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는 근로기간 중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에 가입 시 55세부터 수령이 가능해 1년 가량의 무수입 혹은 저수입에 대응할 정도는 된다. 통계청의 중·장년층 행정통계(2017년)에 따르면 50대의 연금가입 비율이 78%로 가장 높다. 반면 60대 초반은 50%를 약간 웃도는 정도라, 이들은 장수와 노후 리스크 대비 차원 에서 별도의 개인연금 가입이 필수다. 국민연금 수령개시연령(65세)을 감안한 조정이 필요하다. 

 


◇ 정부도 재고용·재취업 일자리 확대 나서야

정년 퇴직 후 재고용은 물론 재고용 후 장기간 근무 보장이 현재로선 가장 원대한 목표다. 기업으로서도 신체적 능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베테랑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경험 있는 근로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일본이나 독일 같은 제조업 강국들이 실제로 이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 정부 주도의 시스템 구축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정년 연장은 분명 고령화 시대 노동력을 유지하고 숙련된 인력을 시장에 남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와 병행해 재취업과 이직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전직 지원제도 보강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고는 정년 연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기업과 근로자(특히 귀족근로자)의 부분적 희생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정부는 ‘계속고용제도’ 시행에 앞서 고령자 고용 단기 처방책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296억 원의 예산을 신규로 확보해 내년에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주기로 했다. 대기업·공공기관을 제외한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이다. 60세 이상 근로자 고용 비중이 높은 사업주에게는 ‘고령자고용지원금’을 분기당 30만 원으로, 올해보다 3만 원 높여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직접적인 돈 지원 보다는, 일자리가 만들어 지도록 각종 기업 지원정책들을 갖춰 기업이 다시 활발히 뛰게 만드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원배·유혜진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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